글 잘 쓰는 어떤 작가와 미학자의 대화를 유트브를 통해 시청했다. 작가는 청중들에게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완독한 사람이 있는지 물으며 자신은 그 책을 읽기 위해 애썼지만 도무지 한 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더라는 말을 하면서 그 책이 위대한 책이라는 평가를 했다.

 

'생활의 발견'의 저자인 중국의 임어당(林語堂; 린위탕)의 사례를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임어당은 자신이 칸트 철학을 읽지 않은 것은 그의 철학이 서너쪽조차 제대로 읽기 어려웠기 때문이라 말하며 전문 용어와 난해한 논리를 사용하는 철학을 비난했다.(이정우 지음 '가로지르기' 145 페이지)

 

하지만 임어당은 '이교도에서 기독교인으로'에서는 칸트의 사상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설명했다예컨대 사상계에서 참으로 독창적인 지성을 갖춘 사람으로 붓다, 칸트, 프로이트, 쇼펜하우어, 스피노자 등을 거론한 것(250 페이지)이 대표적이다.

 

더욱 그는 이성 너머의 잔여 영역, 도덕적인 삶과 도덕적 행동의 영역에서는 상식이 들어설 자리를 허용했는데 그 고전적 사례가 '순수이성비판'이고 정언명령(행위의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도덕적 명령)이라고 말했다.(281 페이지)

 

미학자는 '순수이성비판'을 완독 했지만 역시 전체적으로 볼 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는 말을 했다칸트 윤리학을 주제로 논문을 써 철학 박사가 된 랄프 루드비히는 자신도 수많은 칸트 입문서를 읽었지만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

 

특이한 것은 철학자의 삶과 사상의 일치성 여부를 논하며 루드비히가 설정한 비교 대상이다. 철학자의 삶과 사상이 일치하는지를 논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 철학자가 자신의 사상을 실천했는지를 논한다.

 

하지만 루드비히는 복잡성과 단순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단조로운 칸트의 삶과 다양하기만 한 정신 체계의 차이가 크다는 것과, 칸트의 개인적 생활은 겸손했지만 인간 존재의 비밀을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위한 우주법칙으로 설명하려는 사도는 과감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이한 경우는 철학자/ 시인 진은영의 책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진은영 시인은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를 쓰는데 도움 받은 책으로 한자경 교수의 '불교철학의 전개'를 지목한다.

 

칸트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책으로부터 '순수이성비판' 해설서를 쓰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은 흥미롭다굳이 이유를 살피자면 '불교철학의 전개'에 나오는 현상론과 용수(龍樹) 보살 이야기가 저자의 영감을 자극한 것이 아닌가 싶다.

 

칸트는 현상과 물자체(物自體)를 대립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현상은 눈에 보이는 세계이고 물자체는 우리의 인식 능력과 무관하게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사물 자체이다. 물자체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인식 대상이 아니다불교 중관사상의 대표적 논자인 용수는 김종욱 교수의 '용수와 칸트'라는 책이 말해주듯 칸트 이해에 도움이 되는 듯 하다  

 

노장사상으로 불교사상을 설명하여 중국인에게 불교를 쉽게 이해시키려는 시도인 격의불교(格義佛敎)처럼 칸트도 다른 것들의 도움을 얻어 읽고 이해해야 할 철학자이다앞서 말한 작가는 순수이성비판읽지 말라, 이해할 수 없는 책이다, 추천한 교수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랬을 것이다 등의 말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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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29 0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한때 말을 세게 하는 것으로 악명이 떠르르한 사람답게 호언하더라구요. 그때 저도 우연찮게 순수이성비판에 관한 입문서를 읽던 중이었는데..... 저는 입문서만 몇 권 읽고도 나가떨어졌어요.
올려주신 저 책도 ˝쉽게 읽는˝이라고 써 있지만 입문서들 가운데서 쉬운 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ㅠㅠㅜ

벤투의스케치북 2017-08-29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 작가가 그런 성향을 가진 분이지요.. 입문서를 읽기에도 어려운 철학을 완독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정도로 이해하는 분들은 대단합니다. 이정우 교수는 대학교 학부 과정에서 교양 과목을 제대로 들은 사람이면 얼마든지 칸트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말입니다.. ^^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댓글을 달아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