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네코 후미코(1903 - 1926)에 대해 안 것은 김혜영 시인의 산문집 ‘아나키스트의 애인’을 읽고서이다.

의열단 아나키스트 박열(朴烈: 1902 – 1974)의 애인으로 일왕 암살을 기도한 남다른 삶을 살다 간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글인 동명의 표제작 ‘아나키스트의 애인‘에서 저자는 자신의 시 ’가네코 후미코‘의 긴 전문을 인용한다.

‘가네코 후미코‘는 저자가 왜 그녀를 소재로 시를 쓰게 되었는지를 설명한 글이다.

˝슬픈 시체/ 아버지의 나라를 배반하고/ 천황을 살해하려던 마녀의 몸에서/ 향긋한 벚꽃이 피어났다˝ 같은 구절이 내게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사랑하는 박열의 품에 안겨/ 콧노래를 부르며 책을 읽던 그녀가/ 봄비를 맞으며/ 나의 서재를 다녀갔다”란 마지막 구절이다.

저자의 삶과 가네코 후미코를 연결지은 참신한 조합 때문일 것이다.

˝가네코 후미코의 시체는/ 박열의 고향인 문경에 묻혀 있다/ 무덤에서 걸어 나온 후미코가/ 동경대학 도서관으로/ 걸어간다˝는 구절까지 저자는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책과 연결짓는다.

이 마지막 구절이 강하게 내 마음을 다녀간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밀정‘이나 ‘박열‘ 등의 관련 영화를 보며 2년 만에 다시 시인의 산문집을 펼쳐 본다.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의 시 ’개새끼‘를 읽고 감동을 받아 박열의 애인이 된 일본 분이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의 시를 읽은 것을 계기로 아나키스트들과 교류하다가 박열을 만난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왜 가네코 후미코가 자신을 찾아 왔다 갔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서재를 다녀갔다고 한 것일까?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과 다정하게 앉아 책을 읽는 사진을 보고 ’가네코 후미코‘란 시를 쓴 남다른 인연을, 가네코 후미코가 자신의 서재를 다녀간 것으로 마무리 지은 것일까?

2016년 6월 30일 등 지난 몇 차례 고종의 서재인 경복궁 집옥재를 관람한 이래 어제는 고종의 침전 및 편전으로 사용된 뒤 고종 승하 후 일본에 의해 미술관으로 개조된 석조전이 있는 덕수궁에 다녀왔다.

8월 2일 강녕전에서 집옥재에 이르는 경복궁 내전(內殿) 시연을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석조전 이야기가 고종의 책 이야기를 풍성하게 할 좋은 소재로 여겨진다.

가네코 후미코의 책, 고종의 책, 그리고 내 인생의 책을 하나로 꿰어 시나리오에 담을 여지가 있을까? 새로운 과제를 만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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