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다, 눈물겹다, 지겹다 등의 말에 들어있는 겹다는 1) 정도나 양이 지나쳐 참거나 견뎌 내기 어렵다, 2) 감정이나 정서가 거세게 일어나 누를 수 없다, 3) 때가 지나거나 기울어서 늦다 등을 뜻한다.

근심겹다는 말도 있고 약간 어색하지만 사랑겹다 같은 말도 있다. 분(憤)에 겨워, 졸음에 겨워처럼 쓸 수도 있다.

정겹다는 정이 넘칠 정도로 매우 다정한 것을 뜻한다. 눈물겹다는 눈물이 날 만큼 가엾고 애처롭다는 뜻이다.

그러면 지겹다는 말은 무엇이 넘치는 것일까? 지긋지긋함이 넘친다고 하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 지긋지긋이란 말이 지겹다보다 더 강하기에 그렇다.

지겹다란 말은 넌더리가 날 정도로 지루하고 싫다는 뜻이니 결국 지루함이 넘친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버겁다는 어떨까? 버겁다란 말에는 힘에 겹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힘겹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다.

버겁다는‘버‘함이 넘치는 것이 아니어서 버겹다고 하지 않은 것일까?

지난 번 유종인 시인이 순 우리말을 하루에 하나씩 새기라는 말을 한 것을 기억하는데 나는 산문집이 아닌 김행숙 시인의 평론집을 읽는다.

제목은 ’천사의 멜랑콜리‘. 평론집이라고 하기에는 본격적이지 않고 시인이 쓴 산문인 만큼 감성적인 비유들이 눈에 띈다.

가령 “흩어진 파편들(글)을 주워 모아서 단단한 집을 지을 수는 없다. 건축적인 환각은 위험하다. 자칫하면 무너질 건물에 손님을 맞이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그렇고, “질문은 우물 안에 던져진 돌 하나였고, 그 우물은 내 영혼이”었다는 말이 그렇다.

곱고 맞춤한 단어 선택보다 은유의 적절한 사용이 훨씬 세련되고 깊은 의미를 발하는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