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상가 레지 드브레와 중국의 철학자 자오팅양이 나눈 편지 모음집인 ‘상실의 시대,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에서 읽었을까? 지음(知音)과 지심(知心)이란 말 말이다.
철학자 자오팅양이 말한 지음(知音)은 지혜로운 두 친구의 지적 우정이고 지심(知心)은 심리적 약점을 토로할 수 있는 친구 사이의 심리적 우정이다.
중국 북송의 학자인 범중엄(笵仲淹)이 했다는 선우후락(先憂後樂)이란 말을 보며 지음과 지심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은 연결일지도 모른다.
선우후락은 학자나 지사(志士)의 바람직한 자세를 말하는 것으로 세상의 근심은 먼저 하고 즐거움은 나중에 누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적 우정은 밝음과 즐거움의 면면으로 나누는 우정이자 담론(談論)을 나누는 우정으로, 심리적 우정은 부끄러운 면, 그늘진 면, 고충(苦衷... 衷; 속마음 충)도 나누고 고백하는 실존적 우정으로 본다.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또는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할까? 지적 우정과 심리적 우정 중 어느 것이? 함께 근심하고 슬퍼하는 우정과 함께 즐거워하는 우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하고 완전한 것은 즐거움도 고통도 함께 하는 우정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함께 슬퍼하지는 못해도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우정의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