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한 대학 생활 - 경제적.정치적.심리적.성적인 측면, 특히 지적인 측면에서의 사유와 치유 방법들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스트라스부르대학교 총학생회 지음, 민유기 옮김 / 책세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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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비참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재정을 좌지우지하는 권력과 교육 관료들의 눈치를 보며 발전 방향이나 미래상을 설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은 사회를 선도하는 가치관을 제시하지 못하고 취업 기관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 한하는 일은 아닌 듯 하다.

 

1957년에 결성된 단체로 프랑스 68운동의 슬로건인 반권위주의와 반관료주의, 소외의 극복과 지겨움의 탈피, 놀이를 통한 억압적 사회질서의 전복, 자주관리와 노동자평의회 등의 슬로건과 일치하는 이념을 표방했던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 그리고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총학생회가 함께 지은 '비참한 대학생활'은 대학생들이 처한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성적, 지적 측면에서 비참함을 논하고 치유 방법들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났고 내용도 유럽과 미국 등의 것에 대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마치 현재진행형의 사태로 들린다. 저자들은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외와 같은 길을 따라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유를 알아야만 비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저자들은 갈수록 많은 청소년이 노골적 착취 관계 속으로 더욱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 도덕적 선입관과 가족의 권위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소외를 만족스럽게 소비하려는 불건전한 대학생의 성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대학생을 스토아철학의 노예라 부른다. 저자들에 의하면 그들은 권위의 사슬들이 얽어맬수록 자유롭다고 믿는다. 스토아철학이란 세상의 일에 초연하며 순수하고 보편적인 사상의 체계에서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철학이다. 사토리(さとり) 세대라는 말을 연상하게 하는 말이다.

 

일본에서 기원한 사토리 세대는 미래가 절망적이라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깨달음을 얻은 듯 행동하는 세대를 말한다.

 

저자들은 대학은 제도화된 무지의 기구로 전락했고 고급문화 자체는 몇몇 교수들이 지식을 대량생산하는 가운데 사라져간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일상생활에서 대학생이 겪는 실제적인 비참함은 문화상품이라는 중요한 아편에서 직접적이고 환상적인 보상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대학생들을 슈퍼마켓에서 셀로판지로 포장되어 판매되는 얼어붙은 예술시체의 가장 탐욕스러운 소비자로 규정한다.(38 페이지)

 

저자들은 대학생들이 갖는 잘못된 믿음 즉 허위의식 같은 생각을 집중 비판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루신이 폭로한 정신 승리법을 생각하게도 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대학생들은 순진하고 어리석고 진부하다. 예술시체의 소비자로 규정된 대학생들은 어느덧 신의 오만한 시체를 숭배하는 무리들로 규정된다.

 

저자들은 대학생은 사회 전체에 대항 저항을 통해서만 극단적 소외에 대한 저항에 나설 수 있지만 이런 비판은 결코 대학생의 영역에서는 제기될 수 없다고 말한다.(46 페이지) 저자들은 청춘은 저항하는 반면 어른들은 매우 체념적이라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프로보타리아란 말이 있다. 이는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의 합성어로 세기의 모든 얼간이들이 알맹이 없이 잘난 체하는 말이다.(55 페이지) 저자들은 승리한 패배가 존재하고 패배보다 더 수치스러운 승리도 존재한다는 카를 리프크네히트(Karl Liebknecht)의 말을 인용한다.(70 페이지)

 

저자들은 프롤레타리아 권력의 첫 번째 위대한 패배인 파리코뮌을 실제로는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로, 프롤레타리아의 첫 번째 위대한 승리인 볼셰비키 혁명을 결국 가장 무거운 결과를 초래한 패배로 규정한다.

 

저자들은 볼셰비키 당이라는 잘 맞지 않는 대상에 적용하긴 했지만 게오르크 루카치가 정확하게 파악한 것처럼 혁명 조직은 이론과 실천 사이에서, 인간과 역사 사이에서, 노동자 대중과 계급으로 뭉친 프롤레타리아 사이에서 필요한 중재자라 말한다.(79 페이지)

 

저자들은 상품 물신화는 총체적 해방과 삶의 자유로운 구성에 저해되는 본질적인 장애물이라 말한다.(83 페이지) 저자들에 의하면 상품 생산의 원칙은 자신의 창조자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는 세계를 무질서하고 무의식적으로 창조하면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는 것이다.(84 페이지)

 

저자들은 급진적 비판과 소외된 현실이 부과한 모든 행동들과 가치들의 자유로운 재구성이 프롤레타리아의 최대 강령이고 삶의 모든 순간과 사건들의 구성 속에서 해방된 창조성이 승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시, 모두에 의해 쓰인 시이며 혁명적 축제의 시작이라 말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오로지 축제일 뿐이다. 혁명들이 안내할 삶 자체가 축제의 신호 아래에서 창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에 의하면 놀이는 이런 축제의 궁극적 목적이며 승인할 수 없는 유일한 규칙들을 무의미한 시간 없이 살아가기 그리고 제한 없이 향유하기이다.(89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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