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록, 알바 알토 - Aalto, Architecture & my travels
박희찬 글.그림 / 스페이스타임(시공문화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희찬은 영국왕립건축사협회 정회원인 건축사이다. 그가 쓴 여행의 기록, 알바 알토는 핀란드의 건축사 알바 알토(Alvar Aalto: 1898 - 1976)가 설계한 건축물들에 대한 저자의 단상(斷想)을 담은 책이다. 특징적인 점은 저자가 그린 여러 컷의 건축물 그림이 글과 함께 실렸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라트비아 출신의 미국 수필가/ 문예 비평가인 스벤 버커츠(Sven Birkerts: 1951 - )가 말한 구텐베르크의 비극(Gutenberg Elegies)을 이야기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으로 시작된 종이책이 주는 독서와 관련된 감수성들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큰 고민 없이 사라져 가는 현실을 말한다.

 

알바 알토는 건축 디자인 뿐 아니라 조명, 가구, 인테리어, 패브릭, 냅킨 디자인 등까지 디자인했던 건축가다. 알토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 로에, 르 코르뷔지에 등과 함께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이면서 기능과 합리주의에 매몰되어 지역 환경의 차이를 소홀히 한 모더니즘 건축의 한계를 벗어나 유기적 모더니즘 건축가로 평가받는다.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 '여행의 기록, 알바 알토'는 저자가 한 핀란드 여행에 바탕을 둔 책이다. 저자는 첫 행선지로 아카데믹 서점을 택했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주인공 사치에와 미도리가 처음 만난 장소다. 알토가 설계한 이 건물은 블랙박스 같은 외양과 달리 하얀색 대리석으로 마감된 아트리움이 자연광으로 충만한 곳이다. 천창(roof light)이 인상적인 곳이다.

 

저자는 알토 하우스를 방문하기도 한다.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바우하우스 학교 마스터스들이 거주하는 빌딩인 데사우 매스터스 하우스를 모델로 설계한 알토의 집이다. 알토는 일본 건축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이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사보아 주택(Villa Savoye)을 예로 들어 삶과 동떨어진 건축이 그 안에 사는 가족의 삶을 황폐하게 하는지 지적했음을 전하며 알토 하우스는 그와 격이 다름을 강조한다.

 

본문에는 알토가 설계한 대표 건물인 KELA가 나온다. 핀란드 국민연금센터다. 이 건물 내에 도서관이 있다. 알토는 도서관 건축을 많이 남겼다. 알토 대학 도서관, seinajoki 도서관 등.. 알토 대학 도서관은 메인 빌딩의 한 날개로 자리하고 있다.

 

알토가 설계한 거의 모든 도서관은 KELA 도서관처럼 둥근 천장을 가지고 있다. 이 도서관은 1935년 알토가 설계한 비푸리(Viipuri) 도서관을 닮았다.(비푸리 지역은 현재 소련에 이양되었다. 소련에서는 비보르크vyborg’라 부른다)

 

KELA도서관 내부에는 밖을 볼 수 있는 창이 없고 중앙에 둥근 천창들이 있을 뿐이다. 이 창을 통해 빛을 받아들인다. 2층 열람실로 향하는 라우렌치아나 도서관 1층에 창이 없는 것처럼. 오직 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건축 역사에 길이 남을 알바 알토라는 이름을 유산으로 상속받은 건축학교가 있다. 알토 대학 건축과이다. 알토가 설계한 건물 중 핀란디아 홀도 있다.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교향시 핀란디아에서 이름을 가져온 건물이다.

 

저자는 알바 알토의 건축을 여행하는 동안 계속 머릿속에서 포르투갈 출신의 알바루 시자(Alvaro Siza)라는 또 다른 세계적 거장의 이름이 떠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2006년 안양(安養)의 안양파빌리온을 설계한 건축가이다. 알바루 시자가 알바 알토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여행의 기록, 알바 알토는 얇지만 꽤 알찬 책이다. 저자가 선배 건축사들로부터 받은 영향과 거장 건축가 알바 알토의 업적, 그리고 그에게 영감을 얻은 후배들의 면면을 알 수 있는 책인 한편 알토의 도서관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천창(天窓)에 대한 단서를 얻은 책이다.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