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공부 가이드 - 브리태니커 편집장이 완성한 평생학습 지도
모티머 J. 애들러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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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박사, 저술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편집장을 지낸 모티머 애들러(Motimet Adlet; 1902 2001). 그의 '평생 공부 가이드'는 독특하다는 평으로는 부족한 책이다. 저자는 찰스 반 도렌과 함께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을 쓴 분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여기까지 읽을 만큼 인내심과 끈기가 있는 일부 독자는 약간 당황했을 것이라 말한다.(161 페이지) 이 책은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지식 분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책을 열면 인문학을 전문화라는 야만을 다스릴 치료제로 이해함으로써 아스펜 인문연구소의 설립을 격려한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에게란 말이 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안내서라 부른다. 종국에는 매력적인 목표이자 노력의 완성인 이해와 지혜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모든 사람이 여정을 시작할 때 필요한 지도를 자신의 책이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종합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을 추구하는 책이고 스스로 공부해 이해와 지혜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저자는 당대의 모든 지식을 알파벳순이 아닌 방법으로 백과사전처럼 포괄했던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알파벳순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인간의 지식을 조직하는 체계적이고도 원리적인 방법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37 페이지)

 

물론 백과사전의 항목을 알파벳순으로 하지 않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구성하면 이용자에게 지식의 구조 즉 학식 세계의 지도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용자가 관심 있는 항목을 손쉽게 찾게 해주는 참고 도서로서의 기능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41 페이지)

 

저자는 인문학이 학문의 모든 갈래를 열거한 뒤 남는 것을 가리키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본다. 저자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야기를 한다. 기원전 1세기에 이집트를 침략한 로마군의 공격에 잿더미가 된 그 도서관의 파피루스 필사본들이 어떻게 배열되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것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원리에 맞게 배열되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59 페이지)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세기에 리케이온에서 한 강의를 일군의 정연한 논리로 편집하고 편찬한 것도 백과사전으로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저는 물리 현상과 천체의 운동에서 시작해 식물과 동물, 생명의 모든 현상을 거쳐 생물의 영혼에서 끝나며, 신학적 논의의 마지막 부분이자 편찬자가 형이상학이라는 제목을 붙인 논저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러한 저작 다음으로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시학을 다루는, 이론적이기보다 실천적이라 할 만한 다른 종류의 논저가 이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 전체의 서론을 이루는 것은 논리학과 학문 방법론에 관한 논저로서, 이 논저를 통칭해 오르가논이라 부른다.(33, 34 페이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론적 지식의 영역을 하위의 자연학, 중위의 수학, 상위의 형이상학의 위계질서로 조직했다.(162 페이지)

 

프랜시스 베이컨은 책을 산출하는 인간의 능력을 오름차순으로 기억력, 상상력, 이성으로 분류했다. 전기(傳記)와 역사는 기억력의 영역에 들어가고, 시와 픽션은 상상력의 영역에 들어가고, 철학은 이성의 영역에 들어간다.(60 페이지) 물론 기억력만이 아니라 이성과 상상력도 역사적 지식에, 역사적 연구와 서술에 관여하지만 기억력이 없이는 역사도 없다.

 

마찬가지로 기억력과 상상력은 모든 형식의 철학적 또는 과학적 기획에 관여하지만 이성 없이는 철학이나 과학은 존재할 수 없다. 이성과 기억력 역시 시 창작에서 일정 역할을 하지만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상상문학은 없을 것이다.(91 페이지)

 

저자는 여러 학자들을 이야기한다. 그 중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을 빼놓을 수 없다.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언어의 사용과 정신의 작용을 통제하는 훈련, 문법과 논리를 공부해 습득하는 기술을 배움의 첫 단계로 정했다. 플라톤처럼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도 특정 주제에 대한 공부를 개개인이 많은 경험을 쌓아 원숙해진 시기로 유보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과 정치학 공부는 젊은이의 몫이 아니라 말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론적 진리와 철학적 지혜를 추구하는 탐구의 정점 또는 가장 높은 수준과 관련이 있다. 플라톤은 변증술,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이다.(형이상학은 물리현상을 넘어설 뿐 아니라 변화, 움직임, 생성보다 존재에 관심을 두는 학문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차이점도 많다. 플라톤은 물리적 세계와 자연의 관찰 가능한 현상에 대한 지식을 주는 학문 전부를 뺐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포함시켰다. 플라톤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을 엄격하게 구분했다.(79 페이지) 플라톤은 역사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가 역사보다 철학적이라는 말을 할 때 한 번 역사를 언급했다. 시는 실행할 수 있거나 실행할 법한 행위를 묘사하고 역사는 일어난 사건만을 다룬다.

 

입증이나 반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면 역사, 철학, 과학 등은 지식의 영역에 속하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92 페이지) 그런데 위의 네 영역을 더 넉넉한 의미로 진리를 받아들일 경우 모두 진리에 포함된다. 저자는 우리의 이해에 이바지하는 시와 철학의 공통점은 지성을 사용하는 것이라 말한다.(186 페이지)

 

디드로와 달랑베르는 프란시스 베이컨에게서 심대한 영향을 받았지만 베이컨과 달리 종교적 신학을 철학에 포함시킴으로써 인간의 지식과 신성한 지식의 구별을 무시했다.(102 페이지) 콩트는 인간 지식의 세 단계 발달론을 제시했다.

 

지식을 신화나 미신 등과 동일시한 신학적 단계, 형이상학 즉 사변적 단계, 실증과학으로 대표되는, 경험적으로 증명된 타당한 지식의 단계다.(114 페이지) 저자는 에피스테메와 파이데이아의 차이를 설명한다. 라틴어로 Scientia(스키엔티아)로 번역하는 그리스어 에피스테메는 특정 전문 분야에서 사용되는 전문 지식을 말한다. 라틴어로 후마니타스로 번역하는 그리스어 파이데이아는 모든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종합적 지식이다.(173 페이지)

 

저자는 전문화를 야만이라 부른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를 언급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종합인이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 초반, 후반에는 종합인이 되어야 하고 중반에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177 페이지) 저자는 평생 공부를 지속하는 데 특히 필요한 것은 시와 상상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종류의 이해라 말한다.(205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종합적 교양인을 나타내는 표식은 인간 학식의 전 영역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21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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