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이란 말을 자주 하면서도 연()이란 글자에 포함된 이란 글자는 생각하지 못했다. '판단할 단'자이고 주역 괘()의 이름이고 점을 치는 것을 뜻한다 

 

어제 눈이 침침하다는 글을 쓴 데 이어 "하늘을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땅바닥에 나뒹굴며 매달려 간다/ 몸이 시커멓게 멍든다/ 고통이 공중을 가득 채운다/ 훨훨 날아오르는, 새털 같은 생이란 없다..."란 구절이 있는 이성목 시인의 '노을 속으로'란 시에 대해 해설을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주역 프로그램을 켜니 지화명이(地火明夷) 괘와 수기익(垂其翼)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명이(明夷)란 밝음을 손상당했다는 뜻이다. 눈이 침침한 것을 명이라 해도 좋으리라 

 

수기익은 새가 날개를 아래로 드리운 것을 말한다. 힘 없는 상황, 날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오래 전 반경환 평론가가 한 말이 생각난다. "모든 시인의 모험은 어떠한 출구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시의 언어에 그 자신의 생명을 걸고, 그 자신의 붉디 붉은 피로써 시를 쓴다."('행복의 깊이' 68 페이지) 붉디 붉은 피로써 시를 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성목 시인은 "그림자가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새는 하늘을 몇 번이나 움켜쥐었다가 놓았을까/ 발톱이 박힌 곳마다/ 붉게 핏물이 스며 나온다.."는 말을 했다. 노을('노을 속으로'란 제목의)과 새가 만든 붉은 핏물을 교차시킨 발상이 인상적이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눈이 침침하지만(명이; 明夷) 마음은 밝다.(; ). 날개를 드리웠지만 그것은 상승(上昇)을 위해 숨을 고르는 것이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시중(時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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