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글 심폐소생술 - 한 줄이라도 쉽게 제대로, 방송작가의 31가지 글쓰기 가이드
김주미 지음 / 영진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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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글 심폐소생술'이란 책이다. 부제는 '한 줄이라도 쉽게 제대로, 방송작가의 31가지 글쓰기 가이드'이다. 저자는 방송 구성작가 20년 경력의 신문방송학 박사. 조금은 낯설고 막막하던 글쓰기도 거듭하다 보면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고 호흡하듯 자연스러운 일과로 삼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제에 맞게 31개의 목차(Day 1~Day31)로 구성되었다. 제목은 신선하고 목차는 부제에 부합한다. 누구나 알 만한 어휘를 사용하고 하나의 문장에 한 가지의 정보만을 담는 짧은 문장이라면 지금 당장 써볼 만하지 않은가.(20 페이지)

 

저자는 준비, 경청(관찰)의 힘, 부담감 덜어내기의 미덕을 강조한다. 저자는 몇 권의 글쓰기 책을 소개한다.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이 대표적이다. "모든 글은 조리법이나 공식처럼 단지 정보 자체의 전달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무기로 삼는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글쓰기에서 필요한 직접 경험이란 물리적 경험이 아니라 심리적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글 쓸 대상에 감정이나 정신을 이입하는 것이다. 단정짓지 않게 하는 동력이다. 딴죽 걸기와 집요한 사전 조사란 챕터는 시사적이고 교훈적이다. 저자는 누군가 글쓰기에 필요한 재능에 관해 묻는다면 무슨 일이든 오랫동안 꾸준히 연습할 수 있는 힘이라고 답해야겠다고 말한다.(74 페이지)

 

하늘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남들과 같지 않은 참신한 시각은 존재한다.(86 페이지) 낯설게 보기는 어렵지 않다. 늘 가까이 보던 대상이라면 한 번쯤 멀리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87 페이지) 연애에만 밀고 당기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갖가지 요소들을 조화롭게 결합시키면서도 글을 읽는 이들이 내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만드는 이른바 밀당의 배치가 필요하다. 애써 만든 콘텐츠가 외면 받지 않게 하려면 전문가들의 완급조절 능력인 구성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101 페이지)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앞이 막막해질 때가 있다고 말한다. 남들이 이미 한 이야기는 식상하고 독창적인 생각은 공감받지 못할까 안절부절하지 못할 때 생각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든 잡아채어 지면에 써놓는 것이다. 뭐 이런 게 쓸모가 있을까 하는 것들도 지나고 보면 좋은 이야기의 밑천이 될 수 있다.(110 페이지)

 

저자는 정보의 과잉(전달)을 피하라고 말한다. 콘텐츠를 잘 이해하고 솔직한 답변과 명확한 언어로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야 하고 객관적 시선으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저자는 그림을 잘 그리려고 드로잉 학원을 다녔는데 소질이 없음을 느끼고 그만두었다.

 

그런데 드로잉을 배운 시간은 결국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그릴 대상을 유심히 관찰한 후 전체 구도와 세부 특징을 잡아내는 드로잉의 기본은 작가에게 필요한 표현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드로잉 하듯 쓰고 그림을 감상하듯 주변을 바라본 후 쓴 글은 생생하고 세밀하다고 말한다.(142 페이지) (참고로 말하면 저자를 가르쳤던 드로잉 선생은 인체 드로잉을 잘 하기 위해 해부학을 따로 공부했다고 한다. 나도 이 말을 듣고 해부학 책 서평단에 응모했다.)

 

작가는 만화가처럼 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지만 그림을 읽는 눈을 가지면 좋다.(144 페이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에 정답이란 없다. 나에게 맞는 습작이란 결국 하면서 즐겁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이면 된다.(145 페이지)

 

저자는 일일이 설명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초보는 자신이 조사하거나 알고 있는 정보를 꾸역꾸역 밀어넣지만 경력자는 표현은 간결하게, 정보는 핵심만 전달하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방송에 특별히 해당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일반 글에서도 유효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간결하게 핵심을 전해야 한다. Day22는 첫눈에 끌리는 제목 찾기이다. 제목은 정보 전달형과 관심 유도형으로 나뉜다. 관건은 제목과 내용 사이에 적당한 줄다리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제목은 작품의 내용에 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범위에서 정해야 한다.(184 페이지)

 

저자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를 강조한다. 강렬한 이야기의 일부를 프롤로그에 배치하는 것이다. 핵심 장면을 프로그램 시작 부분에 다 풀어버리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걱정은 넣어 두어도 좋다.(189 페이지) 방송의 경우지만 맥락이나 설명 없이 주요 장면만을 공개하는 것이다.

 

저자는 빈발효과(frequency effect)를 말한다. 첫 인상이 좋지 않았어도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과 행동을 보이게 되면 좋은 평가로 바뀐다는 것이다.(189 페이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대구를 이루는 것이 좋다. 저자는 글을 다 쓰고 처음과 끝부분을 떼서 대조해볼 것을 주문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면 고민만 많아지고 한 단어나 문장을 선택하기 힘들게 되어 글 쓰는 일 자체가 두려워질 수 있다.(194 페이지)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고치고 또 고치는 퇴고의 과정은 안주하려는 나와 싸우는 시간이며 스스로를 설득시키는 과정이다.(200 페이지)

 

저자는 퇴고 방법으로 두괄식과 미괄식을 적절히 나누어 쓰기를 요구한다.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도 필요하다. 저자는 자신의 글을 어필하는 홍보문 쓰기 챕터에서 시의성을 고려해서 쓰고 차별성을 강조하고 기대감을 갖게 하고 정확한 정보만을 제시하라고 말한다.

 

최고로 불리는 사람들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시너지를 발휘하는 파트너들이 늘 곁에 있다.(216 페이지) 방송계에는 속된 표현으로 작가가 개떡 같이 써도 찰떡 같이 읽는 사람이 명 MC라는 말이 있지만 최고라 불리는 그들도 같이 일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제작진이나 파트너들이 늘 곁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제작진들은 MC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시공간 상황을 연출할 줄 안다는 것이다.(220 페이지)

 

참고할 이야기가 있다. 추사 김정희 이야기이다. 추사는 붓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추사는 쥐의 수염으로 만든 붓도 썼다. 추사는 글씨를 잘 쓰는 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일반적 견해가 아니라고 썼다.(석한남 지음 '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 190 페이지) MC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도 최선의 성과를 낸다는 말은 일반적 견해가 아니라 할 수 있다.

 

나 홀로 서랍 속에 간직하는 일기가 아니라면 이 세상 속에서 혼자 힘으로 완결할 수 있는 글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또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과 함께 걸어갈 기회를 피하지 말고 마음을 열어 즐기다 보면 더 풍성해진 나의 글, 아니 우리의 글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228 페이지)

 

이 부분에서 스티븐 킹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여러 지침이 도움이 된다. 내게는 평소 대화하듯 입말처럼 쓰라는 말이 가장 큰 참고거리이다. 쉽고, 편하게 쓰라는 말이다. 물론 그러려면 엄청난 준비를 해 쉽게 풀어내야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 망한 글 심폐 소생술이라 해서 잘못된 글을 구체적으로 예시해 바르게 고친 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그럼에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책이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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