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논문법 - '논문의 신' 자현 스님이 대놓고 알려주는 논문 쓰기의 기술
자현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님의 논문법'4개의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동양철학, 미술사학, 철학, 역사교육)를 가진 자현 스님의 저서이다. 스님은 우리나라 인문학자 중 가장 많은 논문을 학진 등재지에 발표해 논문의 신으로 불린다.

 

저자는 대학 수업에서 학생 과제물을 평가할 때 잘 베껴오는 사람을 최고로 친다. 과제물 주제에 가장 잘 맞는 전문 지식을 찾아 요구한 분량에 맞게 재가공해 오는 학생을 최고로 친다는 의미이다.

 

석사 과정은 재가공을 넘어서는 재구성을 필요로 한다. 박사과정은 전체를 일관하는 자신의 생각과 선행연구를 넘어서는 +a가 있어야 한다. 저자는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보되 논문 분량은 최소화할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말도 한다.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은 오래 잡고 있어도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논문은 관점과 감각의 산물이다. 다른 사람과 변별되는 깔끔한 한칼이 있으면 좋지만 이것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무딘 쇠가 갈려서 날카로운 칼이 된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즉 지속적인 노력 속에서 점차 타인이 범접하지 못하는 한칼을 갖춘 전공자로 거듭 나는 것이다. 붓다는 법사의(法四依)에서 의법불의인(依法不依人) 즉 진리에 의지하고 사람에 의지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폈다.

 

이 사람 안에는 지도교수도 포함된다. 지도제자의 목적은 스승을 넘어서는 독립인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두 개의 챕터 중 두번째인 '누구나 논문의 신이 될 수 있다'에서 저자는 논문은 합리적 거짓, 논문은 지성의 산물일 뿐 완벽한 진실은 아니라는 말을 한다.

 

대부분의 인문학적인 진실은 과거 속에 존재하기에 완전 복원은 불가능하지만 최선의 복구 작업을 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는 있다. 논문이란 이미 알려진 것을 가지고 모르는 부분으로 진일보해나가는 노력이다. 저자는 자신이 생각해본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 본 것이라는 말을 한다.

 

그렇기에 선행 연구를 보면 자신의 주장이 들어설 공간이 없는 관계로 좌절할 수 있지만 이는 너무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이다.(129 페이지) 저자는 완전한 논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 말한다. 논문은 다른 사람이 놓치고 지나가는 현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재해석하는 작업이다.(138 페이지)

 

논문쓰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전혀 논문거리가 없다고 판단하는 학문의 사막 같은 곳에서 논문 주제를 뽑고 구상을 완성한다. 논문이란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는 없던 변별적인 논리 구조를 세우는 작업이기에 주제의식을 가지고 면면히 이어가는 글쓰기를 전개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논문의 글쓰기 방식은 다양하다. 단서들을 나열해 확실성을 높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자료들을 제시하고 최종적으로 이것들을 하나로 연결해 결론을 도출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읽는 사람에게는 잘 잡히지 않는 작은 비약들을 더해 연구자가 쓰는 방향으로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게 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는 논문의 주제와 참고자료의 한계 및 명확성을 감안해 상대를 설득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139 페이지) 여러 논문들을 보면서 고개만 끄덕이고 나만의 2%를 찾지 못하면 그냥 공부를 하는 것이지 논문을 쓰려는 전투적 자세는 아니다.(143 페이지) 저자는 머릿속으로 전체 구상이 완전히 끝난 뒤에 본 작업에 뛰어든다고 말한다.

 

논문 구성은 순간적인 영감이 중요하다. 노력보다 감각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논문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래 잡고 있어봐야 좋은 논문 안 된다, 마음에 들지 않아 오래 고쳤는데 끝나고 나니 처음 생각이었다는 말이 있다. 논문은 전체가 쓰는 사람의 주관이기에 자신의 생각을 너무 강하게 드러낼 필요는 없다. 내용 중심의 논문은 어려운 논문이 되기 십상이다. 기술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논문은 쉽게 쓸 수 있다.

 

논문은 내용이 중요하지만 형식과 구조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용은 보기도 전에 신뢰도를 잃는 문제가 발생한다. 분석적 논문은 작은 부분을 정밀하게 해체하는 논문이다. 종합적인 논문은 그 이전의 여러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합종연횡으로 정리해 갈래짓는 논문이다. 많은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도 의미 있는 논문이 된다.

 

박사 논문을 쓸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 해도 새 자료가 발견되면 논문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니 아무리 파헤쳐도 더는 나오지 않을 주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박사가 되면 공부가 끝난 것이 아니라 비로소 전문가로서의 운전이 가능한 상황이라 말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 중간에 쉬었다가 쓰면 읽는 사람도 그 지점에서 쉰다는 말이 있다. 내가 재미 있게 작업한 것과 고통스럽게 작업한 것을 상대도 느낀다는 의미이다. 논문은 쓰기 싫은 글이 아니라 쓰고 싶은 글이 되어야 한다.(208 페이지)

 

평소 타인의 글을 읽을 때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라. 현대는 종류는 늘어나고 수명은 짧아지는 논문의 홍수시대다. 그렇기에 더도 덜도 말고 시대적 요구에만 맞추면 된다.(237 페이지) 비교논문 속에 답이 있다.

 

이미 다 된 것들을 충돌시키는 것이다. 선행연구의 정리는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저자는 귀신과 자신만 아는 논문을 쓰라고 조언한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것을 가지고 논문을 쓰라는 의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