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10월 4일) 건축 전공의 문화 해설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설사시기에 역사 외에는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신 줄로만 알았지만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분이 과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를 이야기했고 물리와 수학의 관계, 건축 전공자들이 한옥 지붕에 대해 필수적으로 수업을 받는지 등을 물었다. 내가 들은 답은 전체 학점 중 한옥 부분은 3학점 밖에 되지 않는.비중 낮은 부분이지만 듣게 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과학에도 관심이 많으시냐는 물음에 그 분은 수학과 과학을 잘해 건축을 전공하게 되었다는 답을 했다. 그 영향 때문에 나는 요즘 임석재 교수의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를 읽고 있다. 사놓고 꽂아만 둔 책이다.

이 책에 차경(借景)과 장경(場景)이란 말이 나온다. 들어 알고 있지만 설명이 쉽지 않은 차경과, 거기에서 더 나아간 장경이란 개념을 익히는 것은 재미 있다. 풍경요소와 관찰자 사이가 밀접하면 차경이고 그 범위를 넘어서면 장경이 된다. 장경은 관찰자가 풍경과 다른 공간 또는 다른 세계에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건축 용어인지 풍수 용어인지 모르겠으나 차경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함과 낯섦이 생각난다. 여기에 장경이란 개념까지...저자는 거리감을 설명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을 예로 든다. 그래야 관객은 분리되었다는 느낌, 그리고 자신이 현실과 다른 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의 차이가 의미 있게 느껴지도록 한옥을 자주 방문해 찾고 배우고 느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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