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숨쉬게 해주는 것은 심리학 책들이다. 이런 현상은 특별하다. 지금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을 때도 잘 읽지 않던 심리학 책들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남의 마음 이전에 나의 마음조차 모른 채 오래 살았고 2002년 알게 된 위빠사나 수행으로 마음 보기에 대해 관심을 가졌지만 삶에서 늘 격랑 같은 상황에 휩쓸려 나를 지키지 못했다.

 

심리학 책들을 보면 상처, 아픔 등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내 주위에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들만 있는지 나만 예민하고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심리학 책들을 잘 읽지 않았던 이유들 중 하나는 아픈 기억들을 다시 들여다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심리학 책들을 잘 안 읽었다고 말했지만 서평 사이트를 보니 50권 이상을 읽었다. 서평을 쓰지 못했지만 미리암 그린스팬의 감정 공부우리 속에 숨어 있는 힘은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심리학 책들이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여성신문을 보다가 알게 된 저자가 황선미 심리학자이다. ‘나도 내 감정과 친해지고 싶다’, ‘받아들이면 알게 되는 것들등 그의 저술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 감정은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르며, 슬픔은 우울의 여러 다른 모습들이란 가르침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공간 속에서 사는, 주인공이자 주변인인 역설적 존재들이란 점도 그렇다.

 

이흥표 교수는 우리는 남을 원망하는 편집증과 자신을 원망하는 우울증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이흥표 교수는 우울(憂鬱)이 우울이기를 거두고 투사(投射)가 투사이기를 거두고 정당성을 확보하는 순간이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두려움과 불안, 분노, 상실감을 직면해 자기 것으로 거두어 들일 때란 말을 한다.(‘심리학의 다섯 가지 질문’ 273 페이지)

 

조롱하지 말고 비탄하지 말고 저주하지 말고 단지 이해하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흥표 교수가 제시한 바에 따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길을 반성하고 선택하며 책임지는 것, 단지 회의(懷疑)하는 것 등이다.(‘심리학의 다섯 가지 질문’ 291 페이지)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정동(情動)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권명아 교수의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을 다시 읽고 브라이언 마수미 등이 쓴 정동 이론을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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