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15825718

 

  그렇게 책을 읽고도 이 사람을 몰라?” 남편이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확정 뉴스를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보고 한 말이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뉴스를 보자마자 작가의 책 두 권을 바로 주문했다. 다음날 나처럼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고 좋은 일인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지 판단하긴 섣부르지만 적어도 나처럼 작가와 문학상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아진 건 좋은 일이다. 이후 세계를 향해 발돋움할 우리 작가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책의 내용은 제목만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단순한 채식주의자라기보다 정신병을 앓는 사람의 이야기였으니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주변 인물 세 명의 관점에서 일인칭으로 바라보는 한 채식주의자. 각각 단편이기도 하고, 연결되기도 해 연작소설이라고 하나보다. 너무나 평범했던 영혜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꿈꾸던 남자와 결혼해 평온하게 지냈다. 어느 날 부터인가 꿈을 꾸는 그녀는 일그러진 얼굴, 고깃덩어리, 그리고 폭력의 본성이 드러나는 끔찍한 꿈들 이후 육식을 거부하게 된다. 그녀를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영혜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 삶을 간섭하려 들수록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의 마지막이 어떨지 거침없이 읽어 나가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평범함과 독특함, 예술과 외설, 정상과 비정상을 경계 짓는 것이 무엇인지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했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작가기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억제, 어느 하나에 꽂혀 뇌관을 건드린 폭탄처럼 터져 나오는 열정, 절망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비겁한 억척스러움. 이 소설은 인간의 본질 중에서도 어두운 면을 부각시킨 것 같다.

 

 

-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등뒤에 끈질긴 추문을 매단 채 가게를 꾸려나갔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그 가을 다섯 살이던 지우는 이제 여섯 살이 되었고, 환경이 좋고 입원비가 합리적인 이 병원으로 옮길 때쯤 영혜의 상태는 매우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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