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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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옷을 입고 찾아온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1977년 초판 출간 이후 2002년 세계사에서 재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이다. 25년여 이상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산문집은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산문집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혀왔다.


세계사는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의 소중한 유산을 다시금 독자와 나누기 위해 제목과 장정을 바꿔 새롭게 소개한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 수록된 46편의 에세이는 작가로 첫발을 뗀 이듬해인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이자 개인으로 통과해 온 20여 년에서 인상적인 순간들이 담겼다. 또한, 호원숙 작가가 개정판을 위해 특별히 허락한 미출간 원고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의 수록으로 이 책의 의미를 더했다.


다시 읽어도, 언제 읽어도 마음 깊이 스며드는 박완서 작가의 글맛은 평범한 일상을 생생한 삶의 언어로 자유롭게 써 내려간 에세이에서 더욱더 선명히 드러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체험하고 느낀 삶의 풍경이 오롯이 그려져 있어, 지금 읽어도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유의미한 질문들을 건져 올리는 재미가 있다.


특유의 진솔함과 명쾌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에서부터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까지, 올곧은 시선과 깊은 혜안으로 삶 이면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박완서 작가 에세이의 정수가 담겼다. 보통의 일상을 가장 따뜻하고 묵직하게 어루만지는 삶의 단편들을 리커버 특별판으로 다시 만나보자.​


<인터넷 알라딘 제공>




그후에도 거의 해마다 수녀원 언덕방의 손님 노릇을 다만 며칠이라도 하고 와야 마음이 개운해지는 버릇이 생겼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손님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공경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잘해주는 친척 집보다 불친절한 여관방을 차라리 편하게 여기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필요한 것이 알맞게 갖춰져 있고 홀로의 시간이 넉넉히 허락된 편안한 내 방이 언제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아릿한 향수와 깊은 평화를 느낀다. p50~51


어떤 자리에서나 극단적인 편견에 치우친 말일수록 목청이 높다. 극단적인 편견이란 남의 말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걸 나타내는 목소리까지 배타적이다. 남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배제하려면 제 목청을 높일 수 밖에 없다. 남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으면 그건 이미 극단적인 편견이 아니다. 극단적인 편견이 때로는 옳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게 혐오감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 폐쇄성 때문에 그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p129


그러나 무슨 재주로 사람이 집어먹은 세월을 다시 토해 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결코 세월을 토해 낼 수는 없으리란 걸, 다만 잊을 수 있을 뿐이란 걸 안다. 내 눈가에 나이테를 하나 남기고 올해는 갈 테고, 올해의 괴로움은 잊혀질 것이다. 나는 내 망년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만추국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뭐 포인센티아라든가 하는 서투른 서양 이름이 아닌, 이름도 의젓한 만추국이 화려하게 만개할 즈음 나는 내 한해를 보내고 그리고 잊어버릴 것이다. p342


스팀 난방의 양옥, 현대적인 정갈한 부엌, 일류 음악회의 3천 원짜리 좌석을 예사롭게 예약할 수 있는 소비 생활 등등…… 나는 내 이런 공상이 모피나 보석에까지 도달하기 전에 용케 자제를 한다. 문득 남편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것과 내가 남편에게 바라고 있는 것과의 엄청난 간극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래서 초겨울 밤은 실제의 기온보다 조금쯤 더 춥다. p343~344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 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1다. 아름다운 것에 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 여기11저기 허둥대며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아름다운 것을 봐 두려고 생각하면 그건 이미 탐욕이다. 탐욕은 추하다.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 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 두고 싶다. p387






내 취미이자 힐링인 별다방에서 책읽기...


지난 1월이후 하는일없이 바쁜 일상이 구정이 지나면 집나간 여유도 찾고

마음도 편안을 찾으리라 기대했는데

주2회 챗GPT수업이 개강했고, 수채화 수업을 이어가고 있어

매일매일이 넘 바쁘고 분주하다.

게다가 이번주는 병원 외래와 검사에 더해 김씨 건강검진 일정까지 있어

정신없이 보낸 탓에 별다방에서 찐한 커피 한 잔이 참으로 오랜만인듯...



싸이렌오더로 아무 생각없이 늘 주문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막상 매장에 도착하니 넘 추운거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를 간과한 탓...

다행히 아직 제조전이라 따뜻한 커피로 바꿔달라 부탁하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어깨가 좀 썰렁하지만 책읽다가 눈도 쉴겸 창밖을 바라보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중에 하나...



오늘 읽은 책은 박완서 님의 '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



오래전 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으로

읽었어도 이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시간이 지났으므로

처음 읽는 것처럼 작가의 시선을 쫓아 70년대, 80년대, 90년대를 유영한다.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이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p381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다 좋았지만

이번 책에선 가족들과 딸에 관계된 이야기들이 꽤나 좋았다.

'그때가 가을이었으면'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또 울컥... ㅠ.ㅠ



세상 떠나는 날을 내 맘데로 지정할 수는 없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나의 그때도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봄이 오는 듯 포근해진 날씨에 일찌감치 정리해둔 두꺼운 패딩을 다시 꺼내입고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몸도 마음도 찌뿌둥 웅크리고 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작가의 삶의 풍경과 따뜻한 위안의 글들이

다시 또 힘을 내어 살아갈 시간이 되어 준 듯 하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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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하의 것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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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빌랭 거리 24번지 앞에 서 있다. 남자의 이름은 조르주 페렉. 페렉은 남다른 실험 정신과 감수성, 독창적인 언어감각으로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유럽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낸 빌랭 거리 24번지 앞을 서성였지만, 차마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아버지는 그가 네 살 때 2차 세계 대전에서 전사했고, 어머니는 그가 여섯 살 때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생을 마감했다. 빌랭 거리 24번지는 부모님과 함께 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깃든 장소였음에도, 그 기억은 대부분 잊혀졌다는 것이 페렉에게는 큰 트라우마였다.

빌랭 거리는 파리 도시정비사업에 의해 철거가 결정되었기에 페렉의 어린 시절 집이었던 24번지 또한 몇 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마주하기 쉽지 않았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소들(Les Lieux)’이라 명명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빌랭 거리를 다시 찾았다.

페렉은 ‘장소들’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장소 열두 곳을 골라 약 12년간 기록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빌랭 거리’를 주기적으로 기록하는 건 당연히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그는 매달 열두 장소 중 두 곳을 골라 묘사한 다음, 해당 장소와 관련된 지하철 티켓, 영화관 티켓, 팸플릿 등을 원고와 함께 봉투에 넣어 봉인했다. 기억들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시간이기에, 친숙한 장소들과 사물들을 기록하는 행위는 시간의 횡포에 맞서는 것이라고 페렉은 믿고 있었다.

이번에 녹색광선에서 출간 예정인 조르주 페렉의 『보통 이하의 것들』에는 「빌랭 거리」 텍스트를 포함하여 서로 다른 스타일의 아홉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아홉 편의 텍스트 모두 평범한 것들을 다루는 ‘일상의 글쓰기’ 라는 테마를 조금씩 다른 양식으로 관통한다. 페렉이 살아 생전 시도했던 글쓰기 스타일이 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항상 사건들, 기이한 것들, 비일상적인 것들만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신문 1면에 실리는 5단 표제 기사나 굵은 글씨의 헤드라인처럼 말이다. 기차는 탈선하는 순간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고, 더 많은 승객이 사망할수록 더 많은 기차가 존재한다. 비행기 또한 납치되는 순간 비로소 존재감을드러내고, 자동차는 오로지 플라타너스 나무에 충돌하는 운명만을 지닌다. 일 년에 52번의 주말이 있고, 52번의 결산이있다. 사망자가 많을수록 뉴스에는 좋은 일이고, 숫자가 계속증가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마치 삶이 스펙터클한 것들을통해서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의미심장하거나 중요한것은 항상 비정상적인 것처럼, 하나의 사건 뒤에는 어떤 스캔들, 균열, 위험이 있어야만 한다. 대(大) 자연재해나 역사적 격변, 사회적 갈등, 정치적 추문 등..… p15

익숙한 것에 대해 질문해 보자.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게 질문을 제기하지 않고, 익숙한 것 또한 우리에게 질문하지 않으며 딱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지도 않다. 마치 익숙한 것은 어떤 질문이나 답도 전하지 않고 아무런 정보도 지니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채 그것과 함께 살아간다. 그것은 더 이상 삶의 조건조차 되지 못하며, 일종의 무감각 상태 같은 것이 된다. 우리는 생애 동안 꿈도 없는 잠을 자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에 우리의 육체가 있을까? 어디에 우리의 공간이 있을까? p17

이 글의 일차적 목표는 '언어의 물질성'을 강조하는 데 있다. 종이 그 자체를 묘사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위의 글자들을 마치 현미경을 댄 것처럼 확대해 보여주고, 이를 통해 물리적 요소들(음성과 글자)로 구성되는 언어 자체의 물질성을 지시한다. 나아가 묘사의 글쓰기에 내재된 '주관성'도 강조 한다. 동일한 인물이 동일한 장소와 위치에서 묘사하지만, 시간대에 따라 똑같은 대상을 전혀 다른 것으로 파악하거나 다른 형태 태혹은 색상으로 기술하는 것을 알 수 있다. p178

페렉은 모든 글쓰기는 결국 이전 글쓰기에 대한 반복적인 차이라고 간주하면서, 일탈의 모순의 요소들을 통해 끝없이 글쓰기를 이어가고 증식할 할수 있다고 보았다. 텍스트 안의 텍스트 형식인 이글은 작가가 원한다면 매번 '그래프용지' 또는 '모눈종이'에서 다시 묘사를 시작하면서 작은 차이들과 함께 무한히 반복될 수 있다. P178~179

나는 좋아한다 : 공원들, 정원들, 그래프 종이, 만년필들, 신선한 파스타, 샤르댕, 재즈, 기차들, 일찍 도착하기, 바질, 파리에서 걸어 다니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 호수들, 섬들, 고양이들, 씨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긴 토마토 샐러드, 퍼즐들, 미국영화, 클레, 베른, 타자기들, 팔각형, 비시 생수, 보드카, 폭풍우, 안젤리카, 압지들, 기네스북, 스타인버그, 안토넬로 다 메시나, 베데커 시리즈, 엘제비르 총서, 어스름 가득한 공기 속으로, 무당벨레들, 에블레 장군, 로버트의 스키피온의 십자말풀이, 베르디, 말러, 장소의 이름들, 슬레이크 지붕들, 이카루스의 추락, 구름들, 초콜릿, 목록들, 퐁루아얄 바, 지리적 감정, 오래된 사전들 ,캘리그래피, 지도와 교통지도들, 시드 챠리시, 돌멩이들, 텍스 에이버리, 척 존스, 물로 가득 찬 풍경들, 비버, 보리 라푸앵트, 사물의 감정, 씨 없는 묑스테르 치즈, 충분한 시간을 갖기, 동시에 혹은 거의 동시에 서로 다른 일 하기, 로렐과 하디, 중이층, 낯선 도시에서의 표류하기, 지붕이 있는 아케이드들, 치즈, 베네치아, 장 그레미용, 자크 드미, 가염 버터, 나무들, 수스 고고학 박물관, 에펠탑, 상자들, 롤리타, 딸기, 페쉬 드 비뉴, 미셸 래리스, 참을 수 없는 웃음, 지도책들, 필리핀 게임 하기, 아듀 필리핀, 부바르와 페퀴셰, 막스 형제, 축제의 끝, 커피, 호두, 007 살인번호, 초상화들, 역설들, 잠자기, 글쓰기, 로베르 우댕, 숫자들의 합이 9사 되는 모든 수를 9로 나눌 수 있는 지 확인 하기, 대부분의 하이든 교향곡, 세이 쇼나곤, 멜론과 수박, P183~185

어떻게 '평범한 것들'에 대해 말하고,

이렇게 그것들을 더 잘 추적하고

수풀에서 끌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그것들을

끈끈하게 감싸고 있는 외피에서 떼어내고,

그것들에 하나의 의미, 하나의 언어를

부여할 수 있을까.

마침내 그 평범한 것들이

자신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인지

말할 수 수있도록 말이다.

_보통 이하의 것들

편입을 결정하고 부터는 출판사리뷰를 줄이고 있다.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 북카트 가득인데

다른 곳에 마음 둘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조르주 페레의 '보통 이하의 것들'은 사실 충동적인 구매였는데

회색 양장의 표지에 내가 좋아하는 우산 사진과 핑크색 글씨가

제목과 함께 모두 내 취향이라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생마르탱 거리를 지나 남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센 강변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그 근처에 새시장과 꽃 시장이 있고,

너무나 아름다운 도핀 광장이 있으며,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고,

생루이 섬과 선착장들,

고서적 상인들 그리고 바토-무슈들이 있다. p120

무심히 찍은 듯 하지만 강력한 흑백 사진들...

내가 걷고 싶은 파리의 묘사...

작가는 내게 '익숙한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라'고 화두를 던진다.

'우리의 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에 우리의 육체가 있을까?

어디에 우리의 공간이 있을까? '

나도 작가를 따라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딱히 가늠하기 어려운

무채색의 빛으로 시들어 가는 듯 하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는 내 삶에 때때로 작은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

나는 좋아한다 : 책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텀블러, 아이스크림, 체리쥬빌레, 딸기, 사과, 향수, 에스티로더 플레져, 갓구운 빵, 다크 초콜릿, 비오는 날, 우산, 청바지, 에코백, 쇼팽, 팬텀싱어, 영화, 인디아나 존스, 엔니오 모리꼬네, 미술관, 뭉크, 여행, 파리, 부산, 제주, 군산,필기구, 그림그리기, 블루, 그린, 귀여운소품 그러나 누군가에겐 귀여운 쓰레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

우리가 경험하는 것,

나머지인 것, 모든 나머지 것, 그것들은 어디에 있을까?

매일 일어나고 날마다 되돌아오는 것,

흔한 것, 일상적인 것, 뻔한 것, 평범한 것, 보통의 것, 보통-이하의 것,

잡음 같은 것, 익숙한 것.

어떻게 그것들을 설명하고, 어떻게 그것들에 대해 질문하며, 어떻게 그것들을 묘사할 수 있을까? 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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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 생각이 많은 우리에게 자존감 지킴이 슌이 보내는 응원
윤수훈 지음 / 웨일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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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제 마음을 이렇게 잘 아시죠?” “저도 이렇게 살아야겠어요” 우울, 불안, 걱정 등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내밀한 감정들을 절묘하게 그려 내 인스타그램 15만 팔로워의 마음을 울린 작가 윤수훈의 만화가 드디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책에는 자존감이 낮고 생각이 많은 주인공 ‘슌’이 상처투성이 마음에 힘겨워하면서도 스스로를 소중하게 돌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성장담이 담겼다. 이 책은 그동안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만화들을 엄선한 것은 물론, 특별 에세이와 그림일기, 단행본에서 최초 공개하는 만화들을 대거 수록해 소장 가치를 더욱 높였다.

주인공 ‘슌’의 이름을 따 새롭게 만든 단어, ‘슌하다’와 ‘순하다’는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순한 것’이 자주 물러진다면 ‘슌한 것’은 쉽게 물러서지 않고, ‘순한 것’이 작은 충돌에도 휘어진다면 ‘슌한 것’은 거대한 풍파에도 함부로 부서지지 않는 부드러운 태도를 가리킨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느라, 겉으로 강한 척하면서 약한 자신을 숨기느라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유독 아픈 날에, 이 책을 펼쳐 보자. 상처가 나를 아프게 할 수는 있어도, 부서지게 할 수는 없음을, 오히려 거친 바람을 타고 유연하게 살아갈 힘이 내게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어릴 적엔 기적을 바라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나의 현실에서 최대한 먼 곳을 꿈꿔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생각이 조금 달라진 지금은 막연하게 다른 세계를 꿈꾸기보다는 최대한의 내가 되는 것으로 만족한다. 세상의 척도와 큰 상관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내는 최대한의 나 말이다. p42~43

아무도 내 삶의 무게를 대신 져 줄 수 없다. 나를 끝까지 책임질 사람은 결국 나뿐이기에, 부담 속에서도 힘을 내야만 한다. ‘힘내.’ 내가 힘을 내야만 나를 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힘을 내야지. p54~56

동료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걱정된 마음에 다음 날 아침 통화를 하다 눈물이 났다. 통화를 마친 후 생각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그 감정을 타인의 상황에도 쉽게 투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행복해져야만 한다. 내가 겪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내 사람들의 행복도 빌어 줄 수 있을 테니. p57~59

만에 날이 따뜻해져 자전거 타고 외출하고 한강에서 산책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직이 되뇌인 말. 그래, 삶을 더 누려야 해. 자주 잊게 되잖아. 내가 가진 것들. 가진 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어. 볕 좋은 날엔 날씨를 누리고, 지금의 젊음과 건강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배움과 성장의 기쁨을 더 누리면서 살자.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이잖아? p98~100

삶이 뒤틀렸다고 느낄 때가 있다. 분명히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는 일련의 상황이나 사건 앞에서 무력해질 때, 삶의 어딘가가 뒤틀렸다고 느낀다. 산다는게 하루하루의 숙제를 끝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삶이 역할극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난한 허무였다. 허무한 공기가 폐 속 가득 차오를 때마다 저마다의 삶에 몰입하는 모든 이에게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 넓은 우주에 잠시 점 하나 찍고 가는 존재들일 뿐인데, 이토록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아파할 수 있다니.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무해질 수록 희망을 말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P247~249

'일기에도 솔직하게 글 못쓰는 사람,

그게 나였다....'

이율배반적임을 잘 알고 있으나

내게도 들키고 싶지 않지만 내안의 상처를 이해 받고 위로 받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이 블로그가 내 일기장을 대신 한지 오래되었고 비교적 솔직하게 기록하곤 있지만

그렇다고 내 모든 걸 이곳에 풀어 놓기엔 망설임이 있어 아주 가끔은 비밀글로 돌려놓기도 한다.

그림과 함께 저자가 들려주는 내면의 이야기들...

어찌보면 그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결국 내가 견디어 내야하는 내 몫의 삶...

볕 좋은 날엔 날씨를 누리며 걷고,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겨 갖으며,

배움과 성장의 기쁨을 알아가고자 노력하며 한 해를 보내겠다 다짐해본다.

1. 아침에 일어나 밥 차려 주시오.

2. 양치할 때 마지막에 치실 빼먹지 마시오.

3. 식사후 되도록 한 시간내에 출근시키시오.

4.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그냥 택시 태우시오.

5. 저녁은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으로 먹이시오.

6. 귀찮더라도 운동은 꼭 시키시오.

7. 머리는 한 달에 한 번 잘라 주시오.

8. 3개월마다 한 번씩 여행 보내시오.

9. 수시로 귀여운 걸 보여주시오.

10. 잠은 새벽 1시 전에 재우시오.

'나 사용법'도 흥미로웠는데

귀찮다고 건너뛰고 안먹던 아침도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으로 다시 먹기 시작했고

가능한 많이 걸으려 노력중이지만

그외에 생각지도 못한 사용법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에 여유가 없을 택시를 태우시오 & 3개월에 한 번씩 여행 보내주시오?!....

일단 치실부터 사오는걸로.... ^^;

삶이란 한평생 나를 키우는 일이다.

일과 관계에 치여 가끔 나를 잊고 살기도 하지만,

결국 뻗어 나간 그 모든 가지는 '나'라는 한 사람으로 귀결된다.

어떤 일을 시작할지,

어떤 사람과 사랑을 할지, 어떤 가치관을 가질지,

그 선택은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아야 할 나의 몫이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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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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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타인의 말을 공들여 듣는 행위라 한다면, 언제까지나 공들여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박연준 시인. 『듣는 사람』에서 박연준 시인은 그간 자신이 귀 기울였던 서른아홉 권의 책을 소개한다.

이들은 대개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이다. ‘고전’이라 불린다면 결국 오랫동안 읽히고 읽혀도 여전히 그 매력이 마르지 않은 책이라는 뜻일 터. 과연 이들 책은 어떤 거창한 이념이나 이야기를 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혜롭지 못한 이들의 좌충우돌기’에 가깝다. 다만 서른아홉 개의 서로 다른 삶, 어쩌면 평범할 수도, 어쩌면 어리석을 수도 있으나 바로 그렇기에 무척이나 빛났던 삶을 담고 있을 뿐이다.

그 어떤 삶도 완벽할 순 없으니 그 누구도 온전히 지혜로울 순 없으니, 최선은 피할 수 없는 좌충우돌을 겁내지 않는 것, 그리고 최대한 즐기는 것, 이를 이 서른아홉 권의 책들은 말하고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고전에는 올바른 길이나 훌륭한 선택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계속 길을 잘못 가는 방법’이 나와 있을지 모르지요. 시행착오가 없는 삶, 그런 게 있을까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면 ‘잘못된 길을 열심히 걸을 때 우리가 얻는 가치’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사라질 거라는 말을 들으면 슬퍼지고 그다음 서늘해집니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히잡을 쓴 여인처럼 꽁꽁 얼어 붙은 세상 한가운데 앉아 기어코 책을 읽는 사람, 타인의 말을 공들여 듣는 사람이 존재하리라 믿어요. p15~16

나는 무조건 눈물이 많은 사람의 편이다. ‘그거 병이여’ 누군가 핀잔을 준대도 뭐 어때? 눈물이 많은 건 사랑이 많다는 뜻! 나이가 들면 눈물도 마른다. 박용래의 ‘눈물 관련 일화’(차고 넘친다)를 읽거나 뾰족한 비석처럼 절도 있게 세운 그의 시들을 읽는 걸로 눈물을 대신하는 날이 더 많다. p39

화가 칸딘스키는 예술 작품을 두고 “영혼이 거칠어지는 것을 막아주며, 마치 소리굽쇠로 악기의 현을 조율하듯 영혼의 음조音調를 맞추어준다”고 했다. 만약 우리 영혼이 세상을 부유하는 음표라면, 어둡고 깊은 영역까지 헤엄쳐본 음표가 더 우아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읽는 일은 우리가 내려가지 못한 영역까지 영혼의 음표들을 내려갔다 돌아오게 하는 일과 비슷하다. p74

뒤라스는 사랑으로 ‘곤두선 슬픔’을 그리는 방식에 있어 가장 독창적인 작가다. 누구도 뒤라스처럼 쓸 수 없다. 그의 글에는 음악이 흐른다. 음악과 함께 심오함, 재치, 말라비틀어진 시(건조하게 널어놓기에), 난해한 걸음걸이, 무엇보다 ‘조망의 시선’이 있다. ‘조망의 시선’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작가가 회상하는 대목을 쓸 때 마치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는 듯 쓸쓸히 관조하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많은 일들을 겪고 ‘지쳐버린 신’처럼 이야기한다. 매혹적인 언술이다. p91

만약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현명하다면 그 이유는 ‘침묵 속 경청’에 있을 것이다.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보라. 침묵에 둘러싸여 얼마나 아름다운지! p112

어릴 땐 요절이 근사해 보였으나 이젠 안다. 누구라도 인생을 끝까지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 귀하다는 것. 자기 일을 오랜 시간 해왔을 뿐인데 어느새 폭삭 늙어버린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삶, 이런 삶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비범’을 간직한 채 평범하게(혹은 평범해 보이게) 사는 일이 아닐까. 끊임없는 자기 수양과 다독임, 생을 향한 긍정 없이는 어려운 일일 테니까. p238

'어린왕자'는 우리가 지키고 싶은 순수이자,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순수를 상징한다.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생텍쥐페리는 슬픈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는 어린왕자가 결코 상징으로 남길 바라지 않을 을테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린 왕자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런 식은 어떨까. 어린 왕자는 우리 자신이다. 어린 린날의 나, 지금도 무시로 튀어나오는 유년의 나, 사라졌지만 결코 사라진 적 없는 내 안의 나, 갈 수 없는 그리운 나라. p255

심리학이나 미술관련책을 좋아하는 나지만

마음 한 켠엔 고전읽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월모일'의 작가 박연준님의 신작이 나왔다.

그것도 서른 아홉개의 멋진 삶이 담겨 있는 고전에 관련된 독서에세이가...

가장 궁금한 책은 이태준님의 '무서록'이다. 제목부터 범상치않은 이 책은 가지고 다니며 읽어도 좋을 만큼 크기도 작다니 다음 주문시에 가장 먼저 사봐야지...

또한 영화로만 접했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화사집, 진달래꽃, 동백꽃도 찜해놓는다.

올 한해

이 책에 실린 책들을 찾아 읽은 뒤

연말쯤 다시 읽으며 작가와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다만 서른아홉 개의 서로 다른 삶,

어쩌면 평범할 수도,

어쩌면 어리석을 수도 있으나

바로 그렇기에 무척이나 빛났던 삶을 만나는 일...

고독은 그가 입은 옷이다.

더럽혀질 일도, 빼앗길 일도 없다.

그는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고 가진 게 없지만 그득해 보인다.

불행은 혼자라서 겪는 일이 아니다.

세상에 부대껴 ‘나’라는 존재가 깎여나갈 때 불행은 온다.

행복처럼, 불행도 상대적인 감정이다.

내 앞에 있는, 혹은 없는 당신 때문에 고통과 번민이 생긴다.

혼자 무언가에 깊이 몰두해 있는 자는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p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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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 - 언어학자와 떠나는 매혹적인 어원 인문학 여행,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김동섭 지음 / 현대지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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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손꼽히는 언어학자가 영어 단어의 어원과 그에 얽힌 역사, 문학, 신화, 경제, 과학, 종교, 예술, 음식, 스포츠 등 다양한 히스토리를 1일 1페이지 1단어씩 365일 동안 소개하는 어원 인문학 교양서다. 365개의 단어는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품고 있다. 그 사연을 재미있게 읽고 나면 영어 단어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머릿속에는 영어 실력이 쌓이고 교양 지식도 쌓인다.

최근 영어 어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 번역서들은 영미권 독자들에게만 익숙한 내용이라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이에 아쉬움을 느낀 저자는 독자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단어를 엄선했다. 이 단어들이 특정한 의미를 지니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펼쳐 보인다. 더불어 페이지마다 스토리와 관련된 풀컬러 이미지 365컷을 풍성히 담아 내용의 이해를 돕고 비주얼한 재미도 더한다.

저자의 말처럼 기나긴 여행 끝에 언어의 뿌리를 찾아내고 언어의 변화 과정을 알아내는 일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짜릿함과 희열을 선사한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인류가 만들어놓은 매혹적이고도 흥미진진한 세계로 즐거운 지식 여행을 떠나보자.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야누스는 시간의 시작과 끝도 관장한다. 하루의 시작인 새벽과 한 달의 시작인 초하루도 야누스가 관장한다. 1년의 시작인 1월(January)에 야누스의 이름이 들어간 것도 한 해가 끝나는 12월과 새해가 시작하는 1월을 동시에 보고 있어서다. 야누스에 대한 평판은 고대 로마와 근대 유럽에서 상반된다. 고대 로마의 병사들은 야누스신전에 새겨진 신의 얼굴을 보면서 행운을 빌었다. 하지만18세기 유럽인들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에게 ‘이중적인 위선자’라는 의미를 덧씌워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였다. p20

1992년 미국의 소설가 닐 스티븐슨은 『스노우 크래시』라는 소설에서 meta에 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를 합성해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때 meta-는 ‘~을 초월하는’이라는 뜻이다. 그는 현실을 초월하는 3D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고 명명했는데, 다른 표현으로 바꾸면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이 메타버스라고 말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미 메타버스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는데, 예컨대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행위가 메타버스의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p125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오셀로』 역시 인간의 질투심이 빚어낸 비극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는 명대사가 나온다. 이아고가 오셀로에게 하는 말이다.

“오, 주인이시여, 질투를 조심하시옵소서.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며 먹이로 삼는 녹색 눈을 한 괴물이니까요.” (3막 3장)

여기서 셰익스피어는 ‘질투의 화신’을 녹색 눈의(green-eyed)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질투에 눈이 멀면 담즙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눈이 녹색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p148

위는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장기 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인은 위를 stoma(스토마)라고 불렀는데, 특이하게도 ‘입’을 의미했다. 아마도 입과 위가 식도로 연결되어 있어 그렇게 불렀을지도 모른다. 영어에서 구내염은 stomatitis라고 부른다. 입을 의미하는 stoma의 의미가 여전히 살아 있다. 입을 의미하던 stoma는 이후 인체에서 점점 아래의 장기를 가리키는 말로 전환된다. 목과 식도를 지나 마침내 위에 이른 것이다. 위를 가리키는 영어의 stomach에는 은유적 의미도 생성된다. 고대 로마인은 위가 인간의 기분을 조절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6세기에 접어들자 take stomach에는 take heart(힘내다)라는 뜻이 생겼으며, stomach를 동사로 사용하면 ‘공격하다’라는 뜻이 되었다. 현대 영어에서 stomach는 ‘즐기다’ ‘참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데, 이 의미들은 고대 로마인이 위가 인간의 감정을 조절한다고 생각한 데서 유래했다. p256

한편 로마제국을 멸망시킨 게르만족은 요일 이름에 자신들이 섬기는 신을 넣었다. 대표적인 날이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이다. 수요일(Wednesday)는 북유럽 신화의 주신인 오딘(Odin)의 날이고, 목요일(Thursday)은 천둥과 벼락의 신 토르(Thor)의 날이며, 금요일(Friday)은 미의 여신 프레이야(Freya)의 날이다. 그리스신화에서 천둥과 벼락을 관장하는 신이 주신 제우스(로마신화에서는 주피터)인 것에 반해, 게르만신화에서는 오딘의 아들인 토르(Thor)가 천둥과 벼락을 관장하고 농업의 신까지 군림한다. 영어에서 벼락을 의미하는 thunder가 바로 토르에서 나온 말이다. p330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팬fan은 광적인 의미의 fanatic에서 나왔는데 이말의 유래는 멀리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라틴어로 fanaticus파나티루스는 '신의 영감을 받은'이라는 뜻이고, 이 단어에는 fanatic이 나왔다. fanatic의 줄임말이 fan이 되었다. 하지만 영어에는 '신성한'이라는 뜻은 빠져있다. 신의 자리에 대중문화의 스타들이 대신 들어온 것이다. 지금도 fanatic에는 광신도의 의미가 남아있다. p377

영어의 아이러니irony는 그리스어 eironeia에이로네이아가 어원이다. '은폐' 또는 '모르는 척함'을 의미한다. eironeia는 소크라테스가 즐겨 사용하던 수사법이었는데, 상대방에게 정보나 지식을 구하는 척하면서 그를 공격하는 수사법이다. p398

365개의 단어는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품고 있다.

한번 그 사연을 알고나면 단어는 절대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 영어가 쌓이고 교양도 쌓인다!

'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

해마다 연초가 되면 다짐하는 것 중에 하나가

'건강을 위해 운동하기'와 함께 '영어공부하기'이다.

처음에만 열심히 했던 시원스쿨을 다시 시작할까 하다가

일단 구정 뒤로 미루고 영어와 친해지자 싶어

이 책, '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를 구입했다.

1년의 시작인 1월(January)에 야누스의 이름이 들어간 것도

한 해가 끝나는 12월과 새해가 시작하는 1월을 동시에 보고 있다라니?!... @.@

일단 하루 한 장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고

평소에 뜻(어원)도 잘 모른채 쓰던 단어들에 대한 역사와 문화, 종교등에 대한 히스토리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을 다 읽을 때 쯤이면 영어와 한 뼘쯤은 친해져있지 않을까?...

영어지식도 쌓고,

교양도 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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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2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글이 많이 도움되었어요. 구매 후 찬찬히 읽어보려고 찜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