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배우며 생각한 것들 - 33년 차 저널리스트, 우아하고도 단단하게 인생을 건너다
신예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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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신예리가 33년 만에 펜과 마이크를 내려놓고 발레를 배우기 시작하며 터득한 단단한 삶의 통찰을 담았다. 발레 수업은 인생2막을 준비하던 그에게 인생 수업 그 자체였다. 무릎을 굽히는 플리에를 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태도를, 아라베스크를 할 땐 흔들림 없이 버티는 힘을, 빙그르르 피루엣을 돌며 어제의 나를 긍정하는 마음을 익혔다. 그렇게 발레의 낯선 동작으로 스스로를 단련하며 온몸으로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55살의 발레 도전기를 통해 다시 시작점에 선 모든 이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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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준비 없이 날개 꺾인 새처럼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뻔했던 나는, 다행히 그때 그 순간에 발레라는 낯선 세계를 만나 안착하게 됐다. 만약 내가 상실감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원치 않는 퇴직을 하 게 된 데 절망하고,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롭게 뭘 할 수 있을까 지레 포기했다면 말이다. 다행히 나난 제대로 플리에를 해냈던 것 같다. 최대한 몸을 낮춰 상처를 덜 받을 수 있게 땅에 발을 디뎠고, 연이어 낮은 자세에서 박차고 올라 생소한 세계로 성큼 들어섰던 것다.

누구나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시련에 낙담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눈앞이 캄캄한 순간을 맞게 될 수 있다. 언젠가 그 런 때가 온다면 이 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바닥에 떨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플리에를 하세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선 깊이 구부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답니다.’ p12~13

처음 입사한 직장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고이 정년을 채운 뒤 무사히 퇴직하고 싶었던 나의 바람은 아쉽게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예상 밖의 일이라 처음엔 막막했지만 용기 내서 발레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내딛고 턴아웃을 하며 평생 써본 적 없는 근육까지 단련하다 보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생전 있는 줄도 몰랐던 허벅지 안쪽 근육마저 꺼내 쓰는 판에 까짓것, 못 할 일이 뭐 있겠나. 낯설고도 아름다울 그 모습을 위해 오늘도 써보지 않던 방향과 방법으로 근육을 단련해나간다. 그렇게 온몸으로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한다. p29

피루엣을 처음 배우던 첫째 달 수업 때의 일이다. 난생처음 배우는 턴 동작이었으니 단번에 제대로 해냈을 리가 없다. 한쪽 발끝으로 선 상태에서 핑그르르 돌아야 하는데 그만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놀라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해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으니 선생님이 다가와 괜찮으냐고 물으셨다. 살이 많은 허벅지와 엉덩이 쪽으로 쓰러진 덕분에 “좀 아프지만 괜찮은 것 같다”고 답했다. 다행이라면서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원래 넘어져봐야 일어날 수도 있는 겁니다. 괜찮으면 이제 천천히 일어나보세요. 언제까지 주저앉아 계실 겁니까?” 이 말을 듣는데 뜬금없이 가슴 한편이 뭉클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래저래 엎어지고 넘어졌던 순간들이 촤라락 떠올랐던 것 같다. ‘그래, 그때 참 힘들었는데 용케 일어섰었지. 그 덕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잖아….p42

발레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지적당할 용기’다. 수업에 가서 지적당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하루도 없고, 똑같은 지적을 몇 달째 계속 듣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적 한 번에 몇 달째 계속 듣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적 한 번에 몇 달째 계속 듣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적 한 번에 멘탈이 와장창 무너져 내리는 심약한 타입이거나 선의의 지적도 으레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속칭 화가 많은 스타일이라면 수강 여부를 신중히 따져보실 것을 권한다.

p63

원래 아다지오는 이탈리아어 전치사 ad와 명사 agio가 합쳐진 말이다. 영어의 at ease, 즉 '편안하게, 여유롭게, 느긋하게'와 같은 뜻이다. 그저 속도가 느린 것뿐 아니라 편안함과 여유로움, 느긋함이 배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발레의 아다지오를 춘다는 건 바로 이런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몸을 어떤식으로 움직여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공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난 여전히 지구력과 균형 감각은 비단 발레의 아다지오에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다 급정지한 뒤에 넘어지거나 주저앉지 않고, 느린 속도에 맞춰 삶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선 흔들림 없이 버티는 힘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하는 거다.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니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우선 나를 멈추는 법부터 연습해보려 한다. 습관적으로 성급하게 앞으로 내달리려고 할 때마다 잠시 호흡을 고르며 쉬었다가 가보는 거다. 그래도 괜찮다고, 아니 외려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불안해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이면서 말이다.p92

데블로페를 할 때마다 우리 삶 전반에 버티는 힘의 중요성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순발력과 유연성이 뛰어난 사람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유리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빠르게 대처하고 자신의 길을 쉽사리 찾아낸다. 그런데 발 디딘곳에 살아남아 성공하려면 반드시 지구력을 발휘해 버텨야한다. 임기웅변만으론 견딜 수 없는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버티고 이겨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닥친다. 또한 무슨일이든 오랜 시간을 들여 꾸준히 반복되지 않으면 실력이 쌓이지 않는다. p97

태도는 일과 삶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더욱이 놀라운 건 우리가 살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태도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바꿀 수도 없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도 없다. 하지만 일과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질지는 전적으로 자기 결정이다.

단, 지금 이 순간 결심했다고 해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태도를 순식간에 가질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갖기 위해선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생각이 들때마다 애써 떨쳐내고 자기 자신에 집중해야 야한다. 실패와 고난에서도 배울 점을 찾아내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 가짐을 키울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좋은 태도는 고난도 발레 기술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수양해야만 가질 수 있는 귀한 덕목인 것이다.

앞으로 아티튀드를 할 때마다 발레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곰곰 되돌아보게 될 것 같다. 창시자인 블라시스가 말했던 것처럼 ‘가장 사랑스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이 동작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포기하지 않고 열심을 다하는 나의 태도뿐이니 말이다. p111~112

발레수업을 받다보면 선생님께서 반복해서 하시는 말씀이 있다.

"다른 른사람 보지 말고 거울보면서 자기 동작하는데 집중하세요."

곁눈질 그만하고 내가 하는 걸 온전히 잘 해내는데만 최선을 다하라는 얘기다.

시키는 대로 꾸준히 잘 하는 내 장점을 살려서 딱 그 말처럼 살아보려 한다.

어차피 남의 떡이 아무리 커봤자 내 입에 욱여넣을 수 없는 법이다.

안되는 일에 목매고 연연하기보다는 주목받지 못했던 내 가치를 가꾸고 빛내는 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보는 거다.

그래서 남보다 잘하는 게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 나아지면 된다.

그렇게 한 걸음 한걸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p174

그동안 발레를 하면서 몸의 근육이 늘었다고 좋아했는데, 생각해보니 뇌에도 상당히 '근육'이 붙었을 것 같다. 그러니 이제 선생님이 아무리 어려운 순서를 짜와도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해 볼 것이다. 새롭고 낯선 순서일수록 뇌를 팍팍 자극할 테고 그만큼 나의 뇌 건강은 더욱 좋아질 테니까. 벌써부터 다음 발레 수업이 무지무지 기다려진다. p193

33년차, 신문과 방송을 종횡무진해 온 저널리스트 저자가

쉰다섯에 발레를 배우며 터득한 단단한 삶의 태도를 담은 책

'발레를 배우며 생각한 것들'을 읽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걷기와 함께 뭔가 몸을 쓰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신나는 음악과 함께하는 아쿠아로빅과 함께 발레를 떠올렸다.

둘 다 어쩔 수 없이 전절제한 가슴을 드러내야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감당할 만한 용기(?)가 생길 때까진 버킷리스트로만

가지고 있는 상태로 만난 책이라 더 기대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뜬금없이 왠 발레?!....'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초등학교시절 발레를 배운 기억 때분에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3학년때 전학을 하며 전학온 학교에도 발레반이 있긴 했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합주반과 밴드부 활동을 하며 발레와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까치발하고 무용실 앞에서 친구들의 아름다운 동작들을 부러워하며

지켜보기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고3 무렵, 팝송 'Question'에 맞춰 발레를 보여주던

친구의 모습을 본 그날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쉬울리없는 발레를 배우며 넘어지고 다치기도하고

생각데로 되지 않은 동작들에 좌절하고 힘이 들지만

실망하지 않고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고 반복해서 연습하고

완벽한 동작을 만들어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대리만족과 함께 응원의 마음이 되곤 했다.

'발레하는 엄마 VS 공차는 딸'도 많이 공감되는 꼭지중 하나였는데

생활기록부에 '신체건강해 보이나 체육시간을 싫어함'이라고 적힐 정도로

운동과는 거리가 먼 엄마인 나와 요즘 부쩍 운동에 재미를 붙여

꾸준히 해오도 PT수업외에도 오피스텔 근처의 체육관에서

퇴근후 늦은밤 수영을 시작한 꼬맹이가 대견하면서도

넘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탓일 듯 하다.

'에샤뻬 꾸뻬'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발레 용어와 동작들...

언젠가는?!....

따뜻한 봄볕과 연한 새싹을 보이는 나무들을 보면서도

지난 한 주,

유난히 춥고 깊은 우울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젠 마음을 좀 다독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평정심도 찾고

재미없어지고 무기력해진 미술과도 다시 친해져봐야겠다.

'그래서 남보다 잘하는 게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 나아지면 된다.

그렇게 한 걸음 한걸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 이 책은 출판사 웅진 지식하우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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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12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문지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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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간 이후 현재까지 오랜 기간 아마존 글쓰기 분야 1위를 지켜왔고 국내외 최고의 작가들이 추천한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가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표지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리사 크론은 세계적인 문학 출판사 노튼의 수석 에디터이자 워너브라더스의 스토리 컨설턴트로 출판, 방송,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산업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이야기의 성공과 실패를 목격했다.

그녀의 오랜 현장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낸 TEDx 강연은 작가 지망생, 광고 · 비즈니스 · 마케팅 분야 종사자,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최고의 스토리텔링 강연으로 회자되며 주목받았다. 2006년부터 영화, TV 시리즈를 넘나들며 메가 콘텐츠를 탄생시킨 UCLA 익스텐션 작가 프로그램에서 스토리텔링을 가르쳐 왔다. 그녀가 들려주는 스토리의 핵심은 하나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 하는 우리 두뇌의 강력한 욕망을 자극하는 것.”

이 책은 타고난 영감이나 재능의 영역으로 생각되어 온 글쓰기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다. 좋은 이야기의 조건은 훌륭한 문장력이 아니다. 태초부터 좋은 이야기에 반응하게 설계된 우리 두뇌의 강력한 본능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인간은 어떤 이야기에 반응하게 되어 있는가? 왜 내가 보기에는 재미있는데 독자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가? 내가 쓰는 이야기 속으로 사람을 끌어당기기 위한 비밀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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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논픽션보다는 픽션을 선호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역사서보다는 역사 소설을 읽는 게 낫고, 건조한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를 보는게 더 좋을테니까. 그건 우리 모두가 게으른 바보라서가 아니라 우리의 신경회로가 이야기를 갈구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이야기가 유발하는 기분 좋은 중독은 우리를 옷장 속 쾌락주의자로 만들지 않는다. 다만 각각의 이야기가 주는 무수한 가르침을 기꺼이 배울 준비가 된 학생으로 만들어줄 뿐이다. p6~7

독자의 관심을 즉각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면 열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작가들은 종종 성공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열정뿐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일찍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예술이란 불과 수학의 결합이다”라고 말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보르헤스는 오늘날의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p8

신경과학자 조나 레러의 말을 빌리면 놀라움보다 우리 마음을 더 잡아끄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가장 원하는 것은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듯한 느낌이다. 누군가의 삶에 아주 중요한 순간이 너무 가깝지는 않은 어느 시점에 찾아올 것 같은 기분을 바라는 것이다.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은 문제가 진행 중일 뿐 아니라, 아주 오래되었으며 곧 임계점에 도달하리라는 암시다. p27


그렇다면 《다빈치 코드》를 읽은 수백만의 독자들은 어떨까? 아무리 많은 책을 팔았다 할지라도, 이 책의 저자 댄 브라운을 가리켜 위대한 작가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댄 브라운의 문장에 대한 가장 간결하고 통렬한 평은 아마도 동료 작가 필립 풀먼이 한 말일 것이다. “밋밋하고 왜소하며 못났다.” 그는 댄 브라운의 책을 가리켜 “완전히 평면 적이고 2차원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며, 그들은 서로 비현실적인 대화만을 나눈다”라고 평했다. 그러면 《다빈치 코드》는 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첫 페이지에서부터 독자로 하여금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알 고 싶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나머지 모든 것은 부수적이다. p40

영화 〈멋진 인생〉에서 뜬금없이 주인공이 플라잉 낚시를 배우는 장면이 등장한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독자는 머리를 긁으며 생각할 것이다. ‘근데, 내가 저걸 왜 알아야 하지?’ 그리고 이후 한동안 영화 내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주인공이 낚시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래서?’라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장면은 필요가 없다. p269

글쓰기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오기 전에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바로 리뷰를 읽는 것이다. 책이나, 영화 혹은 어떤 종류의 리뷰라도 상관없다. 왜? 관점 때문이다. 이것을 일종의 훈련으로 생각하라. 당신이 리뷰의 대상인 책의 저자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리뷰를 쓰는 사람들은 가차없다. 그래야 하고 말이다. p384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볼만한 직업인 작가의 꿈...

오래전에 이미 접은 꿈이긴 하지만 이번 챗GPT수업을 들으며

어느 정도의 키워드와 장르 구상만 플롯으로 만들어 시나리오를 요구하면

제목부터, 목차, 기승전결에 주인공 이름까지 재가공해 만들어 내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Ai의 신기술들을 체험하고 있다.

비슷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어서인지

삶의 연륜이 녹아나는 다양한 스토리전개가 흥미로왔는데

정작 책 좀 읽는 다는 난,

상상력의 부재인지, 감성이 메말랐는지

통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게 쉽지 않았다. ㅠ.ㅠ

심화과정으로 전자책을 만든다는 이야기에

큰맘먹고 글쓰기에 도전해 보고자 구입한 책

매혹적인 문장, 흥미로운 인물, 생생한 이미지를 압도하는 스토리 설계법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끌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12가지 스토리 설계법

  1. 첫문장부터 독자는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 한다.

  2. 이야기의 모든 내용을 알 필요가 있어야 한다.

  3. 모든 이야기는 감정을 느낄수 있어야 한다.

  4. 주인공에게는 분명한 목적이 필요하다.

  5. 주인공의 세계관이 언제, 왜 어긋났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6. 개념적, 추상적인 요소는 주인공의 구체적인 고군부투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7. 이야기는 변화에 대한 것이다. 그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갈등으로부터 비롯된다.

  8.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9. 주인공을 꿈에서도 통과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시험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10. 책 속의 모든 것은 복선이거나 결과, 혹은 그 둘을 잇는 길이다.

  11. 아주 작은 요소도 독자가 이야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는데 통찰을 주어야 한다.

  12. 한 번으로 끝나는 글쓰기는 없다. 다시 쓰기만 있을 뿐이다.

책을 완주하고 내린 결론은

'글쓰기는 포기하고 공부나 열심히 하자'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툴에서 내가 원하는 내용을 완벽하게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안그래도 강박에 시달리는 나로썬 잠시 시도한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치솟는다. ㅠ.ㅠ

앞으로 레포트 쓰는데 도움을 받는 것에 만족하며

좋아하는 책읽고, 그림 그리며,

즐겁게 새봄 3월을 기다려 보자....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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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감속노화 실천법
정희원 지음 / 한빛라이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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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역전의 효과, 적은 돈과 약간의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가 작심하고 전하는 감속노화 실천법. 보통 ‘노화’라고 하면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느린 걸음걸이 같은 특징적인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마다 얼굴과 성격이 다르듯 노화의 속도나 정도는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70세가 되었을 때 젊은 성인과 비슷하게 활기찬 삶을 영위하느냐, 침상에 누워 시간을 보내느냐의 차이는 지금부터의 내재역량 관리에 달렸다. 실제 미국의 성인 72만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신체 활동, 식사, 수면, 사회관계, 스트레스 등의 생활 습관 요인에 따라 40세를 기점으로 남성은 24년, 여성은 21년의 수명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백세 시대,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은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 내재역량이 충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단순히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아니라 활력 넘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이 책은 생애 주기에 따라 생활의 요소를 조절해 노화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내재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영양, 운동, 스트레스 및 정신 건강 관리법을 실천하면 누구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또래보다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 백세 시대,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은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 내재역량이 충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생물학적, 의학적, 사회적 의미를 종합했을 때 2022년 우리나라의 노인 기준은 여성 73세, 남성 70세 정도이고,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72세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숫자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노쇠의 정도이며, 미래에는 개인의 내재역량 정도가 경제적 부를 넘어서는 가치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p31

노화는 유전자와 환경이 시간의 흐름과 상호작용하여 세포, 조직, 기관, 개체에 일으키는 구조와 기능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을 보면 노화는 일종의 속도 개념과도 같다. 그 속도가 생활습관 등의 요인에 의해 빨라지거나 나느려지는 것이다. 생물학 연구에서 가속녹화, 역노화라는 개념이 있다. 유전자 또는 환경을 조절하거나 생물학적 기전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p45

3차원 절식을 지속하다보면 의외로 이전보다 체중은 더 나가게 되도라도 옷태가 좋아지고, 여러가지 대사 지표와 체성분도 더 나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식사, 복합 탄수화물과 채소가 풍부한 장수식단과 약간의 절식을 조합하면 상당히 큰 노화 지연 효과를 낼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당뇨와 심혈관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치매 등 뇌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 되고 있다. p139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걷는다고 연골이 닳아서 못 쓰게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걷는 것이 연골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여러 연구에서 활발한 신체 활동은 연골 건강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 몸은 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능을 잃어 버리는 특징이 이있다. 그러므로 연골과 주변의 근육을 활성화하고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거는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활발한 신체 활동은 근육, 관절, 심장 등 신체 전반의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끊임없이 걷는 생활 습관은 느리게 나이 들기 위해 아주 중요한 유지 관리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p187

인지 예비능을 보호하고 향상하는 것은 평생에 걸친 활동과 노력에 달려있다. 우리의 뇌를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노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나에게 익숙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뇌활용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인지적 활동에 참여하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평생 학습이 결국 인지 예비능을 쌓아주는 길이기도 한 셈이다. 이런 자세에 기반한 꾸준한 인지 활동은 오랜 시간동안 우리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p288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감속녹화 실천법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병원은 멀리 할수록 좋은데 지난 일주일동안 정기검진을 시작으로

거의 매일 병원에 출근중이다. ㅠ.ㅠ

담주 검사결과를 듣게 되는 수술후 처음하는 초음파검사보다

당화색소 수치가 높아 식이요법과 함께 운동을 권유받았던 혈액검사가

더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두달후 있었던 재검사에선

중성지방과 당화색소 수치가 정상범위로 내려왔다고 한다.

효울적으로 먹고

제대로 움직이고

뇌 건강을 지켜라!

  1. 식사: 단순당, 정제 곡물, 붉은 고기를 줄이고 질 좋은 음식을 선택하세요.

  2. 운동: 충분한 신체 활동을 유지하세요.

  3. 수면: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세요.

이에 관계된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님의 현실적 조언을 읽다보니

내가 하고 있는 안좋은 습관들이 보이고

어떤점이 잘 못 되었는지 인지하게 되었다.

2022년 우리나라 노년 기준은 여성기준 73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직 난 한창인 중년이네... ^^;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준비해 보는걸로...

건강하고 행복한 100년짜리 삶은,

평생 나에게 중요하면서 즐거운 것을 찾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몸고생과 머리고생으로 만들어진다.

각자의 삶은 그렇게 평생을 조각해 나가야 할 예술품이다. p297~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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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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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옷을 입고 찾아온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1977년 초판 출간 이후 2002년 세계사에서 재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이다. 25년여 이상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산문집은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산문집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혀왔다.


세계사는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의 소중한 유산을 다시금 독자와 나누기 위해 제목과 장정을 바꿔 새롭게 소개한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 수록된 46편의 에세이는 작가로 첫발을 뗀 이듬해인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이자 개인으로 통과해 온 20여 년에서 인상적인 순간들이 담겼다. 또한, 호원숙 작가가 개정판을 위해 특별히 허락한 미출간 원고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의 수록으로 이 책의 의미를 더했다.


다시 읽어도, 언제 읽어도 마음 깊이 스며드는 박완서 작가의 글맛은 평범한 일상을 생생한 삶의 언어로 자유롭게 써 내려간 에세이에서 더욱더 선명히 드러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체험하고 느낀 삶의 풍경이 오롯이 그려져 있어, 지금 읽어도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유의미한 질문들을 건져 올리는 재미가 있다.


특유의 진솔함과 명쾌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에서부터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까지, 올곧은 시선과 깊은 혜안으로 삶 이면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박완서 작가 에세이의 정수가 담겼다. 보통의 일상을 가장 따뜻하고 묵직하게 어루만지는 삶의 단편들을 리커버 특별판으로 다시 만나보자.​


<인터넷 알라딘 제공>




그후에도 거의 해마다 수녀원 언덕방의 손님 노릇을 다만 며칠이라도 하고 와야 마음이 개운해지는 버릇이 생겼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손님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공경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잘해주는 친척 집보다 불친절한 여관방을 차라리 편하게 여기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필요한 것이 알맞게 갖춰져 있고 홀로의 시간이 넉넉히 허락된 편안한 내 방이 언제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아릿한 향수와 깊은 평화를 느낀다. p50~51


어떤 자리에서나 극단적인 편견에 치우친 말일수록 목청이 높다. 극단적인 편견이란 남의 말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걸 나타내는 목소리까지 배타적이다. 남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배제하려면 제 목청을 높일 수 밖에 없다. 남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으면 그건 이미 극단적인 편견이 아니다. 극단적인 편견이 때로는 옳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게 혐오감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 폐쇄성 때문에 그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p129


그러나 무슨 재주로 사람이 집어먹은 세월을 다시 토해 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결코 세월을 토해 낼 수는 없으리란 걸, 다만 잊을 수 있을 뿐이란 걸 안다. 내 눈가에 나이테를 하나 남기고 올해는 갈 테고, 올해의 괴로움은 잊혀질 것이다. 나는 내 망년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만추국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뭐 포인센티아라든가 하는 서투른 서양 이름이 아닌, 이름도 의젓한 만추국이 화려하게 만개할 즈음 나는 내 한해를 보내고 그리고 잊어버릴 것이다. p342


스팀 난방의 양옥, 현대적인 정갈한 부엌, 일류 음악회의 3천 원짜리 좌석을 예사롭게 예약할 수 있는 소비 생활 등등…… 나는 내 이런 공상이 모피나 보석에까지 도달하기 전에 용케 자제를 한다. 문득 남편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것과 내가 남편에게 바라고 있는 것과의 엄청난 간극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래서 초겨울 밤은 실제의 기온보다 조금쯤 더 춥다. p343~344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 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1다. 아름다운 것에 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 여기11저기 허둥대며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아름다운 것을 봐 두려고 생각하면 그건 이미 탐욕이다. 탐욕은 추하다.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 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 두고 싶다. p387






내 취미이자 힐링인 별다방에서 책읽기...


지난 1월이후 하는일없이 바쁜 일상이 구정이 지나면 집나간 여유도 찾고

마음도 편안을 찾으리라 기대했는데

주2회 챗GPT수업이 개강했고, 수채화 수업을 이어가고 있어

매일매일이 넘 바쁘고 분주하다.

게다가 이번주는 병원 외래와 검사에 더해 김씨 건강검진 일정까지 있어

정신없이 보낸 탓에 별다방에서 찐한 커피 한 잔이 참으로 오랜만인듯...



싸이렌오더로 아무 생각없이 늘 주문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막상 매장에 도착하니 넘 추운거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를 간과한 탓...

다행히 아직 제조전이라 따뜻한 커피로 바꿔달라 부탁하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어깨가 좀 썰렁하지만 책읽다가 눈도 쉴겸 창밖을 바라보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중에 하나...



오늘 읽은 책은 박완서 님의 '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



오래전 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으로

읽었어도 이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시간이 지났으므로

처음 읽는 것처럼 작가의 시선을 쫓아 70년대, 80년대, 90년대를 유영한다.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이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p381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다 좋았지만

이번 책에선 가족들과 딸에 관계된 이야기들이 꽤나 좋았다.

'그때가 가을이었으면'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또 울컥... ㅠ.ㅠ



세상 떠나는 날을 내 맘데로 지정할 수는 없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나의 그때도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봄이 오는 듯 포근해진 날씨에 일찌감치 정리해둔 두꺼운 패딩을 다시 꺼내입고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몸도 마음도 찌뿌둥 웅크리고 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작가의 삶의 풍경과 따뜻한 위안의 글들이

다시 또 힘을 내어 살아갈 시간이 되어 준 듯 하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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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하의 것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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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빌랭 거리 24번지 앞에 서 있다. 남자의 이름은 조르주 페렉. 페렉은 남다른 실험 정신과 감수성, 독창적인 언어감각으로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유럽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낸 빌랭 거리 24번지 앞을 서성였지만, 차마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아버지는 그가 네 살 때 2차 세계 대전에서 전사했고, 어머니는 그가 여섯 살 때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생을 마감했다. 빌랭 거리 24번지는 부모님과 함께 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깃든 장소였음에도, 그 기억은 대부분 잊혀졌다는 것이 페렉에게는 큰 트라우마였다.

빌랭 거리는 파리 도시정비사업에 의해 철거가 결정되었기에 페렉의 어린 시절 집이었던 24번지 또한 몇 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마주하기 쉽지 않았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소들(Les Lieux)’이라 명명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빌랭 거리를 다시 찾았다.

페렉은 ‘장소들’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장소 열두 곳을 골라 약 12년간 기록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빌랭 거리’를 주기적으로 기록하는 건 당연히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그는 매달 열두 장소 중 두 곳을 골라 묘사한 다음, 해당 장소와 관련된 지하철 티켓, 영화관 티켓, 팸플릿 등을 원고와 함께 봉투에 넣어 봉인했다. 기억들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시간이기에, 친숙한 장소들과 사물들을 기록하는 행위는 시간의 횡포에 맞서는 것이라고 페렉은 믿고 있었다.

이번에 녹색광선에서 출간 예정인 조르주 페렉의 『보통 이하의 것들』에는 「빌랭 거리」 텍스트를 포함하여 서로 다른 스타일의 아홉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아홉 편의 텍스트 모두 평범한 것들을 다루는 ‘일상의 글쓰기’ 라는 테마를 조금씩 다른 양식으로 관통한다. 페렉이 살아 생전 시도했던 글쓰기 스타일이 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항상 사건들, 기이한 것들, 비일상적인 것들만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신문 1면에 실리는 5단 표제 기사나 굵은 글씨의 헤드라인처럼 말이다. 기차는 탈선하는 순간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고, 더 많은 승객이 사망할수록 더 많은 기차가 존재한다. 비행기 또한 납치되는 순간 비로소 존재감을드러내고, 자동차는 오로지 플라타너스 나무에 충돌하는 운명만을 지닌다. 일 년에 52번의 주말이 있고, 52번의 결산이있다. 사망자가 많을수록 뉴스에는 좋은 일이고, 숫자가 계속증가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마치 삶이 스펙터클한 것들을통해서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의미심장하거나 중요한것은 항상 비정상적인 것처럼, 하나의 사건 뒤에는 어떤 스캔들, 균열, 위험이 있어야만 한다. 대(大) 자연재해나 역사적 격변, 사회적 갈등, 정치적 추문 등..… p15

익숙한 것에 대해 질문해 보자.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게 질문을 제기하지 않고, 익숙한 것 또한 우리에게 질문하지 않으며 딱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지도 않다. 마치 익숙한 것은 어떤 질문이나 답도 전하지 않고 아무런 정보도 지니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채 그것과 함께 살아간다. 그것은 더 이상 삶의 조건조차 되지 못하며, 일종의 무감각 상태 같은 것이 된다. 우리는 생애 동안 꿈도 없는 잠을 자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에 우리의 육체가 있을까? 어디에 우리의 공간이 있을까? p17

이 글의 일차적 목표는 '언어의 물질성'을 강조하는 데 있다. 종이 그 자체를 묘사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위의 글자들을 마치 현미경을 댄 것처럼 확대해 보여주고, 이를 통해 물리적 요소들(음성과 글자)로 구성되는 언어 자체의 물질성을 지시한다. 나아가 묘사의 글쓰기에 내재된 '주관성'도 강조 한다. 동일한 인물이 동일한 장소와 위치에서 묘사하지만, 시간대에 따라 똑같은 대상을 전혀 다른 것으로 파악하거나 다른 형태 태혹은 색상으로 기술하는 것을 알 수 있다. p178

페렉은 모든 글쓰기는 결국 이전 글쓰기에 대한 반복적인 차이라고 간주하면서, 일탈의 모순의 요소들을 통해 끝없이 글쓰기를 이어가고 증식할 할수 있다고 보았다. 텍스트 안의 텍스트 형식인 이글은 작가가 원한다면 매번 '그래프용지' 또는 '모눈종이'에서 다시 묘사를 시작하면서 작은 차이들과 함께 무한히 반복될 수 있다. P178~179

나는 좋아한다 : 공원들, 정원들, 그래프 종이, 만년필들, 신선한 파스타, 샤르댕, 재즈, 기차들, 일찍 도착하기, 바질, 파리에서 걸어 다니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 호수들, 섬들, 고양이들, 씨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긴 토마토 샐러드, 퍼즐들, 미국영화, 클레, 베른, 타자기들, 팔각형, 비시 생수, 보드카, 폭풍우, 안젤리카, 압지들, 기네스북, 스타인버그, 안토넬로 다 메시나, 베데커 시리즈, 엘제비르 총서, 어스름 가득한 공기 속으로, 무당벨레들, 에블레 장군, 로버트의 스키피온의 십자말풀이, 베르디, 말러, 장소의 이름들, 슬레이크 지붕들, 이카루스의 추락, 구름들, 초콜릿, 목록들, 퐁루아얄 바, 지리적 감정, 오래된 사전들 ,캘리그래피, 지도와 교통지도들, 시드 챠리시, 돌멩이들, 텍스 에이버리, 척 존스, 물로 가득 찬 풍경들, 비버, 보리 라푸앵트, 사물의 감정, 씨 없는 묑스테르 치즈, 충분한 시간을 갖기, 동시에 혹은 거의 동시에 서로 다른 일 하기, 로렐과 하디, 중이층, 낯선 도시에서의 표류하기, 지붕이 있는 아케이드들, 치즈, 베네치아, 장 그레미용, 자크 드미, 가염 버터, 나무들, 수스 고고학 박물관, 에펠탑, 상자들, 롤리타, 딸기, 페쉬 드 비뉴, 미셸 래리스, 참을 수 없는 웃음, 지도책들, 필리핀 게임 하기, 아듀 필리핀, 부바르와 페퀴셰, 막스 형제, 축제의 끝, 커피, 호두, 007 살인번호, 초상화들, 역설들, 잠자기, 글쓰기, 로베르 우댕, 숫자들의 합이 9사 되는 모든 수를 9로 나눌 수 있는 지 확인 하기, 대부분의 하이든 교향곡, 세이 쇼나곤, 멜론과 수박, P183~185

어떻게 '평범한 것들'에 대해 말하고,

이렇게 그것들을 더 잘 추적하고

수풀에서 끌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그것들을

끈끈하게 감싸고 있는 외피에서 떼어내고,

그것들에 하나의 의미, 하나의 언어를

부여할 수 있을까.

마침내 그 평범한 것들이

자신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인지

말할 수 수있도록 말이다.

_보통 이하의 것들

편입을 결정하고 부터는 출판사리뷰를 줄이고 있다.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 북카트 가득인데

다른 곳에 마음 둘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조르주 페레의 '보통 이하의 것들'은 사실 충동적인 구매였는데

회색 양장의 표지에 내가 좋아하는 우산 사진과 핑크색 글씨가

제목과 함께 모두 내 취향이라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생마르탱 거리를 지나 남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센 강변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그 근처에 새시장과 꽃 시장이 있고,

너무나 아름다운 도핀 광장이 있으며,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고,

생루이 섬과 선착장들,

고서적 상인들 그리고 바토-무슈들이 있다. p120

무심히 찍은 듯 하지만 강력한 흑백 사진들...

내가 걷고 싶은 파리의 묘사...

작가는 내게 '익숙한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라'고 화두를 던진다.

'우리의 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에 우리의 육체가 있을까?

어디에 우리의 공간이 있을까? '

나도 작가를 따라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딱히 가늠하기 어려운

무채색의 빛으로 시들어 가는 듯 하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는 내 삶에 때때로 작은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

나는 좋아한다 : 책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텀블러, 아이스크림, 체리쥬빌레, 딸기, 사과, 향수, 에스티로더 플레져, 갓구운 빵, 다크 초콜릿, 비오는 날, 우산, 청바지, 에코백, 쇼팽, 팬텀싱어, 영화, 인디아나 존스, 엔니오 모리꼬네, 미술관, 뭉크, 여행, 파리, 부산, 제주, 군산,필기구, 그림그리기, 블루, 그린, 귀여운소품 그러나 누군가에겐 귀여운 쓰레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

우리가 경험하는 것,

나머지인 것, 모든 나머지 것, 그것들은 어디에 있을까?

매일 일어나고 날마다 되돌아오는 것,

흔한 것, 일상적인 것, 뻔한 것, 평범한 것, 보통의 것, 보통-이하의 것,

잡음 같은 것, 익숙한 것.

어떻게 그것들을 설명하고, 어떻게 그것들에 대해 질문하며, 어떻게 그것들을 묘사할 수 있을까? 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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