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창비시선 500
안희연.황인찬 엮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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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첫 발간부터 지금까지 한국문학의 최첨단에서 평단의 주목과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받아온 창비시선이 500번을 맞아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을 출간했다. 엮은이로는 돋보이는 감수성으로 요즘 독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동시에 시에 관해서라면 눈 밝기로 정평이 난 안희연, 황인찬 두 시인이 나섰다.

401번부터 499번까지 각 시집에서 한편씩을 선정했으며, 두권을 출간한 시인의 경우 한편만을 골라 총 90편의 시가 한권으로 묶였다. 이번 시선집은 “지난 8년여 동안 전개된 창비시선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정리하고 요약하기보다는 시인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 보이는 데 역점을”(「엮은이의 말」) 두었다.

창비시선은 국내 여느 시선 시리즈보다 신구 세대가 조화롭고 시의 경향도 다채롭다. 시선집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1948년생 김용택 시인(『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시선 401)과 2000년생 한재범 시인(『웃긴 게 뭔지 아세요』, 창비시선 499)만 해도 연령뿐 아니라 시어를 다루는 양상과 시를 전개하는 방식이 무척 상이한데, 400번대 창비시선은 순수/참여 같은 고루한 이분법에 갇히지 않으려는 고투가 넓혀온 시적 영토 덕분에 총천연색 스펙트럼으로 찬란하다.

이로 인해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개성 넘치는 빼어난 작품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 시선집의 진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어나갈 때 드러난다. 출간 순서를 최대한 따른 구성과 세심하고도 치열한 선별 과정 덕분에 이 한권만으로도 독자들은 급변하는 현재 한국시의 지형도를 가늠해볼 수 있으며, 이 시대의 감수성이 우리 시와 어떤 방식으로 조응하고 호흡하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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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나머지 날

고립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층집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네

봄이면 조팝꽃 제비꽃 자목련이 피고

겨울에는 뒷산에 눈이 내리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고니가 떠다니는 호수는 바라지 않지만

여울에 지붕 그림자가 비치는 곳이면 좋겠네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음의 물결에서 벗어나

적막이 들판처럼 펼쳐진 돗에서 살았으면 좋겠네

자작나무들과 이야기하고

민들레꽃과도 말이 통하면 좋겠네

다람쥐 고라니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고도

평화롭게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네

낮에는 씨감자를 심거나 남새밭을 일구고

남은 시간에 코스모스 구근을 심겠네

고요에서 한계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

단풍 드는 잎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네

나무들이 바람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곳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이들과 어울려 지내면 좋겠네

울타리 밑에서 구절초 피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굽은 길이면 좋겠네

추녀 밑에서 울리는 먼 풍경 소리 들으며

천천히 걸어갈 갈수 있으면 좋겠네

짐을 조금 내려놓고 살았으면 좋겠네

밤에는 등불 옆에서 시를 쓰고

그대가 그 등불 옆에 있으면 좋겠네

하현달이 그믐달이 되어도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듯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 묻지 않으며

내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 나를 천천히 지나가는 동안

벽나로의 연기가 굴뚝으로 사라지는 밤하늘과

나뭇가지 사이네 뜬 별을 오래 바라보겠네 p10~11


장석남

여행의 메모

이 여행은 순전히

나의 발자국을 보려는 것

걷는 길에 따라 달라지는

그 깊이

끌림의 길이

흐릿한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어떤 멜로디

나의 걸음이 더 낮아지기 전에

걸어서, 들려오는 소리를

올올이 들어보려는 것

모래와 진흙, 아스팔트, 자갈과 바위

낙엽의 길

거기에서의 어느 하모니

나의 걸음이 다 사그라지기 전에

또렷이 보아야만 하는 공부

저물녘의 긴 그림자 같은 경전

오래전 있어 왔던 끝었는 소멸을

보려는 것

이번의 간단한

나의 여행은. p30~31

오랜만에 시집을 한 권 구입했다.

창비시선 500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김용택님의 '오래한 시간'을 시작으로

한재범님의 '다회용'까지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이 심금을 울린다.

아무 다짐없이 더 이상 나쁘지 않을 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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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생철학 《군주론》
이남훈 지음 / 더스퀘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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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지금껏 회자되던 고전 중에서 가장 이색적이고 독특한 주장을 펼치는 책임에 틀림없다. 세상은 기울어져 있고, 인간의 본성은 결코 선하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주저하지 않고 드러낸다. 요샛말로 ‘팩트 폭력’이라고 할 만하다.

마키아벨리가 이렇게 논쟁적인 책을 쓴 것은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더없이 인간을 사랑했고, 그들이 고양되기를 원했으며, 더욱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기를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발 좀 지금 발밑의 현실을 똑똑히 들여다보자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위험하지 않은 것은 결코 위대하지 않다.”는 《군주론》의 구절처럼, 마키아벨리가 펼쳐 보인 인간 사회의 모습이 다소간 불편하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위대한 진실을 외면할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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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전후좌우 따지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이다. 현재에 몰입하는 순간, 미래가 사라지고 예측성도 없어진다. 이 말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겁이 사라지고 창조성까지 몽글몽글 피어난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융통성까지 발휘되어 더 능동적인 사람이 된가도 하니, 문제 해결 능력까지 강화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 겁의 상실(대담성) - 창의성의 발현 - 문제 해결 능력 강화'라는 맥락이 완성된다.

보통 우리는 미래를 철저하게 대비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반대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걱정이 사라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32~33

사물과 현생에 덧씌워져 있는 일방적인 규정과 이분법의 껍질을 벗겨내면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풍부한 현실이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것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모든 긍정적인 것 안에서 부정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쁘지만 좋은 사람과 좋지만 나쁜 사람이 뒤섞여 있다는 이야기다. 앞에서도 말했듯, 비록 생각의 에너지가 좀 더 소모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로 체력이 쇠잔해질 정도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지 않고 결국 찾아내는 힘, 이분법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노력으로 인해 내 인생은 또 하나의 무기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p45

자기 자신을 특별히 아끼거나 사랑해 본 적 없고, 자신이 마땅히 사랑받을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더 더욱 어렵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인과 관계를 따지거나 득실을 계산하지 말고 그냥 무조건 해야하는 행위이다.

.... 마찬가지로 내 안의 균열과 빈틈을 채우고 인간적 전지전능 상태로 다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작정' 자신을 사랑해야만 한다. 아무런 이유도 찾지 말고, 결과도 예측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 타인의 관점으로 나를 판단하는 그 지옥에서

탈출하는 길에서 다른 비상구는 존재할 수 없다. p131

내가 부정적으로 길들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언제라도 다시 마키아벨리를 상기해보자. 그러면 다시금 에너지가 넘치는 삶, 그러면서도 조금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어' 거칠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움을 감당하지 말고, 사랑도 바라지 마라. 당신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존경이야말로, 냉혹한 세상과 운명에 맞설 수 있는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p234~235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무너져가는 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위해

그동안 한구절이라도 마음판에 새기자라는 다짐으로 꾸역꾸역 읽어냈던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이어 이번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생철학 군주론에서 배운다!

라는 부제의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를 읽고 있다.

한때,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인 카르페디엠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나또한 카톡 프로필로 사용하기도 했고

이웃이나 친구들의 프로필로도 자주 만났던 것 같다.

매일이 불안하고 걱정인 내게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걱정이 사라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인과 관계를 따지거나 득실을 계산하지 말고

그냥 무조건 해야하는 행위라고도...

잊을만하면 이곳저곳 병원에서 예약문자가 오고

비상약없이는 외출하기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죽을 것 같던 불안에서 벗어나

마음의 무게가 요만큼은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고통이 닥쳤을 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그것은 바로 이 힘든 상황이 계속되거나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누구나 과거에 받았던 상처나 고통이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당장은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어느덧 마음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진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엄청난 고통과 재앙이 나에게 닥쳤다'라는 생각에 매우 힘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나쁜 경험'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더 나아가 자신의 고통을 한걸음 떨어져 바라 볼 수 있는 여유와 멘탈을 회복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린다고해서 무작정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통에 무방비하게 가만히 있는 것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괴로움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울과 좌절이 더욱 깊어져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다.

일단 고통이 닥쳤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긴급조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힘든 상황이 계속되거나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다. p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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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 인생 후반을 따스하게 감싸줄 햇볕 같은 문장들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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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즉시 폭발적인 입소문을 통해 5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 있다. 바로 오평선 작가의 에세이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이다.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농익은 지혜가 가득 담긴 이 책은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이들에게 진한 위로를 전하며 ‘중년들의 인생 에세이’로 자리매김하였다. 이후 후속작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열띤 성원에 힘입어 2년 만에 출간된 신작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은 우리에게 더 깊어진 이야기를 전한다.

나이의 무게가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인생의 중턱. 때론 내가 인생을 잘못 산 것일까 후회가 밀려오고, 앞을 바라보면 나아갈 날의 끝이 어디쯤인지 몰라 까마득한 시기다. 이 나이쯤이면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삶은 불안하고 공허하고 흔들린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심 어린 응원이 필요한 시기를 넘어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털어줄 위로와 응원 그리고 행복한 인생 2막을 열어줄 지혜를 65개의 글로 전한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받는 40여 점의 명화와 쇼펜하우어, 니체, 소크라테스 등 인생 선배들의 격언까지 글 중간중간에 수록되어 메시지와 감동을 풍성하게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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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다.

이 세상에 나는 오직 나뿐이다.

잃어버린 삶을 찾지 않으면

바짝 야윈 낙엽처럼

가벼운 바람에도 힘없이 떨어질지 모른다.

기억하라.

남에게 보여줄 필요도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만의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p40~41

사람은 추위때문에 죽는것이 아니라

희망을 잃어 버릴때 죽는다.

우리삶에도 삼한 사온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한파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법은 없다.

한파 뒤에 따뜻한 햇살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나면

비로소 기나긴 봄날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p71

늘 따뜻하고 기쁜일만 있다면

마음은 더 자라지도, 채워지지도, 깊어지지도 못할 것이다.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얼어붙고 말 것이다.

뜻밖의 선물을 줬다가

뜻밖의 비극을 주는 날이 있다면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하겠지만

일교차가 심한 날이려니.

인생이 깊어지는 시기려니 생각해보자. p104~105

오늘이 있듯 내일이 있을꺼라는 생각은

조금만 깊이 사색해보면 상당히 막연한 생각이다.

오늘이 인생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니 매일이 인생의 마지막인것처럼

매일이 인생의 첫날인것처럼 살아라. p116

왜사는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청소년기 이후 졸업한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다시 읽다가

생각이 너무 많아져 과부하가 걸린 듯 하다. ㅠ.ㅠ

잠시 어려운 철학책들을 뒤로하고

제목에 이끌려 구입한 책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40여편의 아름다운 명화들과

내 연배의 작가가 들려주는 편안한 글이

잔뜩 긴장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다.

조금은 여유를 부려보기로 한다.

아름다운 봄에 몸을 맡겨보자...

당신은 이 세상에 잠시 방문한 것뿐이다.

그렇기에 너무 서두르지 말고,

너무 걱정하지도 말아라.

그 대신 가는 동안 길에 핀

꽃 향기를 맡는 여유를 가져라.

윌터 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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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욱 편역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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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평생 열네 권의 책을 썼고, 바그너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편두통과 위통,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중에도 10년간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매일 글을 썼다.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는 그가 남긴 책들과 사후 발견된 편지, 일기, 메모, 미완성 유고 등에서 통찰과 조언을 담은 힘 있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남들의 시선과 말에 신경 쓰기를 멈추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책을 펴는 순간,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채비를 마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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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나'자신에 대해 알아야겠다.

"너 자신이 되어라(그리스 서정시인 핀다로스의 말)."의 진정한 의미는 언제나 소수만이 깨닫는다. 더구나 이들 깨달은 소수중에서도 더욱 한정된, 극히 일부 사람들만이 몸든 진실을 깨달을 수 있다.

나에게 길을 묻는 자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것이 나의 길이다. 그대들의 길은 어디 있는가?" 나는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길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왜?’라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놓 을 수 있다면 이후로는 모든 게 간단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금방 알게 된다. 타인을 흉내 내는 헛된 시간 낭비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나의 길이 너무나 분명히 보인다면, 남은 일은 보이는 그 길을 걸어가는 것뿐이다. p25~26


자기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깎아내리지 말라. 그런 태도는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꽁꽁 옭아매게 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지금까지 살면서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자신을 항상 존귀한 인간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결코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누구로부터 지탄 받을 일도 저지르지 않는다. 그런 태도각 미래를 꿈꾸는데 있어 가장 강혁한 힘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라. p32

섬세한 감각과 섬세한 취미를 가질 것. 강력하고 대담하며, 자유분방한 마음을 유지할 것. 침착한 눈동자와 확고한 발걸음으로 인생을 밟을 것. 터무니없는 일을 당해도 마치 축제에 참가한 것처럼 즐길 것.미지의 세계와 해양과, 인가과 신들을 기대하며 인생을 지켜볼 것. 마치 그 미지의 세계를 지키는 병사와 선원들이 잠시 동안의 휴식과 즐거움으로 피로를 잊는 것처럼, 혹은 이 찰나의 쾌락 속에 인간의 눈물과 진홍색 우수를 잊는 것처럼 밝은 음악에 귀를 기울일 것, 이 모든 것의 소유주가 바로 자신이기를 바라지 않는 자가 있을까. p123

슬픔은 어디서 오는가. 자신의 추함을 인식하는데서 기인한다. 이것은 지극히 생리적인 고찰이다. 자신의 추함을 인식하고 슬픔에 빠진 인간은 무력해진다. 무력해진 인간은 활동하지 않고, 활동하지 않는 인간은 퇴화한다. 인간이 힘과 의지를 상실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은 마음의 상태를 측정하는 동력계로도 활용 가능하다. 기분이 우울하고 만사가 귀찮아졌다면 마음이 추한 것과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우울함을 벗어던지거나 새로 운 용기를 내어보려는 노력은 잘못된 처방전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추한 것들로부터 마음을 떨어뜨려야 한다. p163

그대는 그대를 위해 마련된 위대한 길을 걷는다. 그대의 등 뒤에 길은 없다.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앞으로 걷는 것뿐이다. 이 길은 그대를 제외하곤 누구도 걸을 수 없다. 그대의 발걸음이 그대가 걸어온 자취를 지우기 때문이다. 그대가 처음 길을 떠났던 곳엔 ‘불가능’이라는 표지판만이 걸려 있다. p244


지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의 날들을 뒤로하고

조금씩이나마 무디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김씨 그에게는 내 예민함이 '지랄스러움?!'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그것에서조차 바르르 떨며 예민하게 반응하던 때가 분명 있었음에도

이번엔 그럴수도 있지 싶어진걸보면 이제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고 있음을...

좋아하던 그림도 붓을 놓은지 한 달은 된 듯 하고

보고 싶은 친구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

동생들을 만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외로운 시간이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오롯이 내자신을 돌아보며

비로소 해방의 봄을 맞은 기분이다.


내일은 오랜만에 큰 딸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맛있는 것도 먹고 함께 꽃길을 걸으며 조금은 행복해지길...

행복은 아주 작은 기쁨 만으로도 충분하다.

먼 데서 들려오는 바람이 음악처럼 느껴질 때 인간은 행복하다.

음악이 없었다면 인생은 오류애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독일인은 신마저도 천상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주 조그마한 행복일지라도 날마다 찾아와서 우리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불쾌와 갈망과 궁핍의 시기에 찾아노는 저 거만한 기쁨보다 훨씬 소중하다. p237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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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 - 부모와 성인 자녀의 성숙한 인간관계를 위해 알아야 할 것들
로렌스 스타인버그 지음, 김경일.이은경 옮김 / 저녁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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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9~34세 청년 2명 중 1명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휴학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졸업은 늦어지고,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경제적으로 안정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니 자연스레 ‘독립’은 너무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독립했던 자녀도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경제와 환경이 달라지면서 오늘날 성인이 되는 과정은 부모 세대가 젊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연되고 있다.



일단 자녀가 성인만 되면 부모가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부모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자녀가 취업을 하고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원해주어야 하니 그 어느 세대보다 힘들게 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나 때는 대학 졸업하면 취업하고 독립했는데' 그렇지 못한 자녀들을 보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이는 요즘 20대 30대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성인이 되기까지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성인 자녀를 둔 부모의 첫 번째 일이다.




템플 대학교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로서, 50년 가까이 청소년의 심리발달을 연구하고 부모에게 지혜로운 조언을 해주었던 로렌스 스타인버그는 새 책 『50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를 통해, 부모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쉽고 자세히 안내한다. 과거의 기준만 가지고 자녀의 행동을 판단하면 갈등이 발생하고 서로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고도 경고한다.



이 책은 성인 자녀와 오랫동안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부모라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8가지 주제로 나누고,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이야기해준다. 무엇보다 약 50년간의 연구와 사례를 통해 얻은 통찰과 지혜가 담겨 있다. '성인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라는,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에 맞닥뜨려 당혹스러워하는 많은 부모에게 명쾌하고 실용적인 도움을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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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와 마찬가지로 초기 성인들은 친구 관계에 많은 비중을 둔다. 그 관계에는 일상생활의 중요한(또는 훨씬 평범한) 사연들을 서로 나누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부모는 ‘가장 늦게 아는 사람’이어서 상처받을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한다. 그 편이 더 낫다. 그러한 관계가 당신의 중욧성을 깎아 내리지 않는다. 당신은 여전히 자녀의 정말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알게 되는 첫 번째 사람 중 한명일 것이다. p46~47




반드시 말해야 할 때는 분명하게 의견을 말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가 당신의 의견을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 한 말하지 말아야 한다. 자녀의 선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이상 실수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당신 말이 맞았음을 보여주는 일보다 중요하다. 이 조언을 꾸준히 따른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자녀가 먼저 자주 의견을 물어볼 것이다. p70~71




당신의 자녀가 허우적 거리고 있는지 알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4년안에 졸업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생들이 과도하게 등록하는 수업, 바람직한 데이트 상대의 부족, 예외적으로 빡빡한 취업 시장, 하늘을 찌를 듯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과 같은 많은 장애물이 자녀의 통제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만약 자녀가 성공하지 못한 채 보잘것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당신이 그 나이였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라. 청년들이 학교를 마치고, 직업을 구하고, 가정을 꾸리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데는 이전 세대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자녀의 상황을 이해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부모는 더 많은 공감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p306






서로에 대한 상대적인 의존도의 변화는 당신이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데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드는 것이 병약해지는 것과 똑같지는 않다. 당신이 단지 몇걸음 느리게 걷거나 10년전에는 수월하게 들던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거나 더 두꺼운 돋보기와 자막없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보청기 그리고 등산하러 갈때 지팡이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것이 종말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신은 여전히 새로운 소식에 밝고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며 활동적이니 말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장비가 좀 더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당신이 건강하다면 당신은 아마 앞으로 몇년동안 더 그러고 있을 것이다. p350~351




두번째 우려는 역할의 변화로 자녀가 당신의 위상을 낮게 생각할까 두려운 마음이다. 솔직히 당신에 대한 자녀의 평가가 과연 당신에게 자녀의 도움이 필요한지 아니면 제퍼디(미국 장수 퀴즈쇼-옮긴이)의 답을 맞히는 것이 얼마나 느려졌는지 따위에 근거를 두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 대한 자녀의 감정과 의견은 당신과의 오랜관계, 즉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찬 긍정적인 관계로 인해 형성되어 있다. 자녀에게 도움이나 조언을 요청 한다고 해서 그 관계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P352


어떤 부모는 자녀에게 도움이나 조언을 구하면 자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죄책감을 느껴 주저할 수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당신이 도와준 자녀는 당신이 가끔 도움이나 조언을 요청해도 부다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왜 당신의 자녀가 당신을 돕는 것에 부담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가? 서로 돕는 일은 건강한 가정의 구성원이 서로를 위해 행복하게 그리고 기꺼이 하는 것이다. P354

생애 가장 중요한 20대와 30대를 보내고 있는 자녀와 부모를 위한 종합안내서

'50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를 읽고 있다.

그동안 성인이 된 자녀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어도

그 명확한 답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만난 책으로 심리학 관련 책과 매스컴의 강연을 통해

친근감있는 김경일교수의 '새로운 지식을 찾는 부모들에게 의미있는 지침과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는 추천글에

더 기대가 커졌다.


얼마전,

생일을 맞아 동생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아직도 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조카들을 지원해야하는 동생들에 비해

큰아이의 결혼과 꼬맹이의 독립으로 표면적으론 육아가 끝난 것처럼 보이는 내가

부럽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또한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부모로써의 책임을 다하고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육아를 졸업하고

자유로울꺼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육아중으로

때때로 예기치 않은 불안과 부담으로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종종 있다.




아이들이 집을 떠난 후 한동안은 매일 연락을 하지 않으면

무슨일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고 사서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아 불면증으로 고생을 했기도 했는데

지금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들에게서 오는 연락을 기다리고

필요없는 걱정은 자제중이다.

"만약 자녀가 직업을 바꾸려고 고민하면서 신중하게 생각했고,

준비를 마쳤으며,

재정적으로 안전하고,

그 직업을 탐구할 진정한 기회가 있다면 당신의 자녀의 결정을 지지해야 한다. "

근간에 다니던 직장인 유치원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알아보고 있다는 큰아이의 이야기에

놀라기도 하고 걱정이 되었던 것도사실이지만

대학 졸업후 지금껏 쉬임없이 달려왔고

친구들의 임신과 출산으로 말은 안하지만 아이갖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알기에

책에 언급된 것처럼, 딸아이가 어떤 결정을 하든 믿고 지지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자식들에게 첫째로, '사랑과 지지와 안정감을 제공해야 한다.'는데

어찌된 것인지 난 반대로 아이들에게 불안과 우울을 겪는 엄마로 걱정을 끼치고 있는 상황... ㅠ.ㅠ

그런 내게 저자는 지난 수십년간 당신이 도와준 자녀는 당신이 도움이나 조언을 요청해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서로 돕는 일은 가족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들의 보호자로 든든하고 명쾌한 해답을 주던 내가 아니라도

내곁에 아이들은 나의 친구로 동반자로 언제나 함께 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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