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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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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다들 익숙한 김춘수 시인의 <꽃> 중 한 구절이다.

이름을 부르기 전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서 호명과 함께 “꽃”이 된다.
요즘은 그 호명의 행위 이전, ‘이름’의 존재 여부에 대해 고민이 많다. 명명되지 않은 존재가 존재의 위치를 진정으로 갖는다고 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즉물적으로야 존재하겠지만 명명되지 않은 것은 기록될 수도 없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백이 되어버린 것들에 대해 연민과 함께 흐릿한 역겨움까지 느껴졌다.

“감춰진 이야기를 밝혀내는 일은 역사나 제도가 남긴 공백을 메우는 것,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어요.” -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中 (p.41)

황모과 작가의 『밤의 얼굴들』은 그 공백을 메우려는 ‘하나의 몸짓’이었다. 그 의미를 알아내고 ‘꽃’ 피우는 것은 독자의 몫일 테다.

단편 속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니시와세다역 B층」 속에서 인물들은 무연고자의 무덤과 땅 속에 묻힌 유골을 찾아내어 그들의 의미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한다. 단편 「당신의 기억은 유령」은 스스로를 데이터화(명명) 했음에도 기약없이 떠도는 ‘리즐’을 통해, 승인되지 않은 명명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계급 해방을 말했던 사람이 집에서는 아내를 억압하죠. 기회의 평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자기 자녀를 교육할 땐 승자 독식을 옹호하고요. 사랑한다면서 데이트 폭력을 자행해요. 사람들은 자신의 사소한 습관도 바꾸지 않아요. 거대 권력은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서로를 지배하도록 만들죠. 권력을 무너트리고 싶다면 자신의 삶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해요, 이젠.” - 「탱크맨」 中 (p.96)

작가의 문제의식은 「탱크맨」에서 가장 짙은 농도로 분명하게, 그리고 나머지 단편 곳곳에 묻어나온다. 명명의 문제는 권력과 직결된다. 작가는 힘이 없는 자가 공백으로 남는 세상임을 직시했다.

황모과 작가는 이러한 공백이 채워질 수 있는 희망을 공감에서 찾는 듯하다. 공감은 「투명 러너」에서 나타나듯 언어화 된 것이 아니다. 「모멘트 아케이드」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정 ‘모멘트’를 통해 감각과 감정을 그대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세상이 배경이다. 그 감각의 공유로부터 존재의 구원을 희망할 수 있었다.

기승전결이 잘 짜여진 한 권의 소설집이다. 따로 독립된 단편들이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느껴보자고 제안하고 싶은 책이다!

#밤의얼굴들 #동아시아 #허블 #황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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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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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의 일은 그림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처럼 하나하나 진실을 파헤치고 나아가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다."(p.7)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대부분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으로 인해 자신이 바뀌지 않기 위해서이다." - 마하트마 간디 (p.231)

집요함을 가진 여성 저널리스트가 진실과 윤리를 지키려 할 때 세상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일본 기자이다 보니 낯선 지명이나 인명이 많이 등장했다. 그 탓에 몰입이 덜 된 게 아쉽다. 일본 정치 상황을 조금 알고본다면 더 흥미롭게 읽힐 것 같다.

신문기자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기민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들이었다. 글 쓰는 사람보다는 현장 요원에 더 가까웠다... 추리력과 행동력, 돌발상황에 대응하는 융통성이 보통 수준으로는 감당이 안 될 직업이라는게 느껴졌다.

저널리즘이나 일본사회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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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고고학 - 로마 시대부터 소셜미디어 시대까지, 허위정보는 어떻게 여론을 흔들었나
최은창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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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가짜뉴스를 역사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본능적으로, 지능적으로 허위 정보를 이용해왔는지 낱낱이 밝힌다.

오늘날 이렇게까지 가짜뉴스의 위험성이 두드러지는 탓은 세상이 다각도로 발전하고 전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의무 교육과정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세상에 대한 충분한 시각을 확보하지 못한다. (대학교육을 받아도 이정돈데..!!)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허우적대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연일 보도되는 언론의 헤드라인에 대한 신뢰는 잃어버린지 오래고, 진실을 찾으려면 도대체 어딜 바라봐야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요새는 신경을 곤두세우되, 복잡함에 미리 지쳐버리지 않도록 날 단단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래야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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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내 일의 내일 - 인공지능 사회의 최전선
노성열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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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디테일보단 철학적 논의를 좋아하는 편인데, 철학적 논의는 기술에 대한 지식이 앞서있어야 원활히 진행된다. 《AI 시대, 내 일의 내일》은 목차에서 보듯이 현재 인공지능이 쓰이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책이다.

그 말인 즉슨, 이 책은 모두가 다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을 해야 기술적이든 철학적이든 응용을 할 거 아닌가! 암거또 모르는데 책상에 앉아 혼자 고민해서 깨달음을 얻는 시대가 아니어라~ 안그래도 빠르고 다양한 세상에서 전부 발로 뛸 순 없는 노릇이니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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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 질문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폴 김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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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한 사회의 문화를 설계하고 공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더라.

대학에 들어오고 정치 이슈에 하나 둘 눈을 뜨게 되면서 골똘히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그러다가 항상 문제의 해결은 '교육'이라는 결론에 이르곤 했는데, 이 책이 딱 관련된 이야기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명 아래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시대가 변화하며 기존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실직자는 늘어만 간다. 기술에서 소외받는 사람은 늘어가고, 인공지능으로 아예 인간의 존재이유조차 의심받는 시대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할 지 모르겠다!)))

이런 와중에 묘하게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 이 책의 결론은 그거다. '인문학 없이 기술개발 의미없다'

다만 특별한 점은 토론 구성원 중 한 명만 인문학자고 나머지는 모두 필드에서 일하는 기술자라는 것이다. 질문의 중요성,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문학자가 말하면 뜬구름 잡는다는 평이 나오기 마련인데(ㅠㅠ), 공학자들이 나서서 말한다. (((심지어 울분이 차서 얘기하는 듯한 모습이 종종 보이ㄴ.....)))

싱가포르의 주택정책(7번째 사진)과 같이 현장의 실례를 들어가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컬쳐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식이다. 이론과 더불어 실제 사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큰 기대없이 읽었는데 생각외로 많은 것을 건진 책이다. 기억해두고싶은 사례들이 정말 많았다.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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