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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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읽은 책인데 정말 좋다. 전자책으로 구매했으나 실물책으로도 구매하고 싶은 작품. 좋은 문장이 정말 많다.

상관없잖아.
멀어져 가는 그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기다리는 건지나의 사랑이 아니고, 사랑과는 상관없이 지나도 나를 기다릴테니까.

사랑에는 결말이란 게 없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결말을 원해서 스스로 매듭을 짓더라도 매듭은 매듭일 뿐. 매듭 다음에도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건지의 사랑에는 매듭이 없다. 내 사랑에도 매듭은 없다.

평생에 단 한 사람은 있을 것이다. 내인생의 A, B, C가 아니라 완벽한 고유명사로 기억될 사람이. 어떤 이는 지름길로나타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가장 먼 길을 지난하게 지나고 모든 것에 무감해진 때에야 비로소 거기 있는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기적을만나려면 그곳까지 가야 한다. 멀어지며 그것을 갈구할 수는 없다. 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노예가 되더라도.

지나를 볼 때마다 아릿하게 전해지던 통증이 다시금 느껴졌다. 처음 본 순간부터 멀고 아득했는데, 아름다움이 먼저 내게 다가왔고 말을 걸었다. 먼저 내 손을 잡았다. 그 느낌은 평생토록 남아 나를 괴롭게 할 것이다. 그립게 할 것이다. 나를 초라하게 하고 남은 삶을 시시하게 만들 것이다.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날에도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은 고요해진 지구를 유령처럼 바람처럼 떠돌 것이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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