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놀이 - 그 여자, 그 남자의
김진애 지음 / 반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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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돌이 집순이"라는 말이 익숙한 나는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집돌이 집순이" 중 하나에 포함된다.

외출했다가도 다시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고대하는 나로선 집이 거의 나의 생활무대를 차지하고 있었던 그 시간을 운좋게도, 오랜시간동안 누려(?) 왔다. 그런데, 집에만 있어 본 사람은, 특히 가족과 공동체적 일상 생활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집에서 탈출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한 두 번쯤은 해 보지 않을 수가 없는, 바로 그 순간이 도래했음을 겪어 보지 않은 행운아는 거의 없지 싶다.

 

이렇듯 남자, 여자, 아니 저자는 매번 여자를 앞에 먼저 쓰고 남자를 뒤에 붙였다, 여자 남자가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부부로서 동지이자 친구처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고 아이들도 제대로 잘 자라는, 서로가 행복한 구성원들이 함께 잘 살아가는 집을 구성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집놀이란 여자 남자가 같이 하는 최고의 놀이" 라는 주제 하에 이들 부부의,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는 이야기거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건축가로서 전문가적인 시선을 가지고 끊임없이 관찰해 가는 저자의 눈으로, 독자가 집 이라는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전혀 전문적인 단어를 쓰지 않은 채 편안하게 집 공간과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에세이인 것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긴 구성원은 역시 아내, 엄마인 여자이다. 여기에, 거의 보이지 않던 남편, 아빠인 남자가 하루종일 집에 등장하게 되면서 여자 남자의 불편한 공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되어서인지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에 저자는 집 공간을 어떻게 다르게 쓰면 덜 불편하게 되는지, 집 공간의 변화, 사람의 생각,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여 차근히 달라지는 모습을 소개했다. 집이 크든 작든, 어떻게 배치되어 있든 저자의 공간 활용에 대한 제안과 병풍처럼 칸을 나눴다 다시 합치는 소도구, 옥탑방, 다락방의 기능들을 다시 들여다 보게 하고 그 속에 연결되는 개인적인 감정 이입도 매우 중요한 단면으로써 포함시켰다. 물건 하나에도 정서적인 부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저자는 집 공간에도 의미와 추억을 되새겨 본다.

 

같은 평형이라 하더라도 아파트 보다는 일반 주택이 마당을 가지고 있고 동네로 이어지는 이유로 훨씬 더 넓은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백 만평이나 되는 내 집" 이라는 이야기로 집을 확장시켜 본다.  아이들이 자라듯 집도 자란다는 시각은 좀 새롭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있는 집과 청소년, 청년이 있는 중년, 노년 가정의 집은 남다를 수 밖에 없는데 사람 입장이 아닌 집의 편에 서서 볼 수 있고 집을 생물로써 바라 볼 수 있는 저자의 안목이 드높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여서 그런지 아기자기하면서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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