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
간호윤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 문학을 전공했고 고소설을 비평하시는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 비법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자성어로 제목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글쓰기 관련 책 몇 권을 생각해 보면 모두, 대단히 현대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논 (論) 과 해 (解)로 나누었는데 논은 서술부분이고 해는 풀이부분이다. 목차에서 보면 같은 글자가 두 번이나 반복되어 있으면서 다시 되짚어 보게 했듯이, 이 책은 논 부분을 읽고 다시 해 부분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가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사자성어의 뜻도 헤아릴 겸 풀이 부분인 해 부분을 먼저 읽고 논 부분으로 다시 돌아와 읽었다.

 

논은 짤막한 편이지만 해는 당연히 그 몇 배를 차지한다. 우선은 마음갖기, 사물 보기, 책 읽기, 생각하기, 내 글쓰기로 나누었는데, 우리가 얻고자 하는  글쓰기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꼼꼼하게 거쳐 나가는 것을 권하고 있다. 글쓰기는 역시 행동이자 활동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마음을 세우고, 그 사물에 대한 관심과 제대로 보는 것을 거치고,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경험과 다각도로 거쳐온 생각이 모여서 손끝에서 글로써 나오는 것이다. 

 

논만 펼쳐 보면 눈으로 읽는 속도와 맞추어서 금방 읽기가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그 깊이는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 바로 해 부분에서 드러난다. 글쓰기 기술만을 일컫는 것이 아님을 역력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저자의, 독자를 위한 깊이있는 배려도 느껴지게 한다. 순서를 예로 들자면, 미자권징, 사이비사, 문장여화, 시비지중, 진절정리와 같은 익숙하지 못한 사자성어와 맞딱뜨리게 되어있다. 흰바탕이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산수를 제대로 본 후에 그림을 글로써 읽은 후 옳고 그른 한 가운데를 꿰뚫는 생각에 미치면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 이런 방식의 글쓰기 대화는 지금까지 자주 접해 보지 못했었기에 익숙하지는 않다. 그러나 낯설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생각을 더 여유롭게 느리게 갖게 하기도 한다. 후루룩 국수 가락 말아 올리듯이 입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소화 작용을 하게 하는 인스턴트식 압박은 결코 가지지 않게 한다. 슬로우 푸드를 만들때 시간을 필요로 하듯이 익어가고 여물도록 기다리게 하는 맛이 유별나다. 문화 체육 관광부 우수 교양 도서 임에 더 이상 무슨 말을 덧붙이랴 싶다.

 

37계로써 나뉜 본 글에 진입하면 결코 빠른 속도로 읽어내지 못하는 내용들이 빼곡하게 넘친다. 제목에서 보여지는 다산과 연암 선생만을 꼭 집어서 그들의 작품만을 언급한 것이 아니고 그들을 필두로 하여  글쓰기의 대가들이라면 다산과 연암 외의 분들, 그들의 글까지도 알 수가 있도록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부분을 끝에 두고  "글읽기 10계명" 과 12계명까지 자세하게 남겨두어서 글쓰기 자세를 다시 한 번 더 가다듬게 한다. 특히, 글쓰기에 도움되는 관련 서적 소개도 유익하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같은 오래된 참고 도서 뿐만 아니라 가장 최근에 나왔던 대통령의 글쓰기 까지도 목록에 올라와 있어 반갑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