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2041

남극 2041
로버트 스원.길 리빌 지음, 안진환 옮김, W재단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11월

 하얀 대지와 얼음 덩어리로만 이루어진 남극을 탐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거나 예상했을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남극점, 북극점,  두 극을 향해서 실제로 걸어서 탐험하는데 성공한 스토리이니까. 그러나 이것만은 아니다. 탐험의 과정이 바로 저자의 전체 삶을 통틀어 이루어지게 한 오로지 한 요소이었음을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의 삶이란 얼마나 사소하고 때로는 허섭하게까지 느껴지는가. 그런 시간들이 그에게는 남극을 탐험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고 그 쪽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탐험의 일부였다.  열 한 살 소년 시절에 TV 에서 방영한 <남극의 스콧>은 "마치 단검처럼 내 가슴에 꽂혔다." 라고 표현할 만큼 그에게 전 생애를 걸쳐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2041을 향한 여정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 2041년은 남극에 대한 보호 규정이 바뀔 수도 있는 해다. 지금은 그 곳이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남극 대륙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지구 상의 단 한 곳 만이라도 자연 보호 구역이자 과학과 평화의 땅으로 남겨 둬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2041 조직의 목표다."

(7쪽)

"무덤까지 당신을 쫓아갈 겁니다." (190쪽)

오싹하지 않을 수가 없는 집념이었고 투지였다. 전 생애를, 남극으로 향하는 여정을 위해서만 달려 갔던 그였다. 오로지, 스콧의 발자취를 따라 남극을 탐험한다는 것에는 그 시작부터 부단한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뜻을 정했다고 하여 수월하게 길 따라 진행되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탐험을 시작할 수 있기까지 맞딱뜨렸던 어려움은 모두 뛰어 넘어야만 했었던 장애물이었다. 그의 강인한 체력은 벌목장에서 나무를 져다 나르던 경험에서 비롯되었고, 남극 탐험대에 따라 나서기 위해서는 이전의 탐험 경력까지도 필요했다. 그 어려움에 맞설 때 마다 그는, 스콧 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골똘히 남극 탐험의 영웅을 생각하곤 했다. 마치 스콧이 다시 태어나서 저자인 리처드가 되었고, 리처드는 스스로가, 스콧이 걸어갔고 죽어서 다시 돌아오지 못한 그 길을 또 다시 걸어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싶을 정도였다.

남극까지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 누구의 지원도 받지 않는 상태로 걸어서 탐험하고 돌아오는 그 길을 저자에게는 왜?, 그 험난한 고행을 하려고 하고 또, 하고 있는가 에 질문을 하게 했다. 그것은 바로 그 스스로를 향해서 나아가는 길 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더욱 간접 경험이라는 것을 고무시켜 주었고  오직 탐험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과  스스로를 향한 한 걸음과 진보를 위한 이야기라는 것에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생겨났다. 우리의 일상도 하루를 탐험하듯 시작하고 마무리 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겨나고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게 될까.  

한 번 시작이 어려웠으면 그 다음 과정은 어떨까. 아이스워크 라는 이름으로 북극해로 떠난다. 그 출발선상에서 눈물까지 떨어뜨리면서도 두 극 점을 모두 걸어서 성공한다. 단지 열 한 살 소년의 스콧 발자취 따라가기만에 성취하기를 바랐던 것이었나, 저자의 목적은 무엇이었던가. 2041년에 남극 조약 운용에 대한 재검토가 있을 예정이고, 제발, 남극을 구하라, 는 지상 최대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였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재생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온실 가스를 줄이고 지구상 남은 청정 지역으로 남극을 남겨 두자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넘어" 페러세일링을 이용해서 걷지 않고도 남극을 탐험하는 탐험대를 이끌면서 믿을 수 없이 바람 한 점 없는 남극의 날씨도 경험한다. 남극 기지 주변의 쓰레기 문제와 폐기물 처리 작업 부터 시작했던 저자의 활동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구를 생각하게 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지구는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