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연들 -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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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단어의 풍부함과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 많은 책들 가운데에서 이런 종류의 책을 못 보아 오다가 읽게 되어서 인지 이 책은 상당히 독특하고도 특별한 주제로 이루어진, 단연 돋보이는 책이다.


총 4장 중에서, 읽기 시작하는 1장에서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단어들의 사연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채롭고 풍부한 단어들을 골라 내었을까, 어떻게 이런 쪽으로만 생각을 일구어 나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의 시작은 결국 저자를 다시 돌아 보게 했다.  백우진, 글을 다루는 직업에 종사한 지 20년, 초보 직원이었을 시절에 늘 옆에 끼고 있었던 우리말 사전, 그것이 모이고 모여 이렇게 다채로운 우리말의 향연을 그 만의 작품집으로 엮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고 싶은 이는 많아도 정작 우리를 둘러싼 말들의 사연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 싶다. 말은 부리거나 섬기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인생의 길을 넓혀주는 동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동무를 만나게 해 주는 또다른 동무가 될 것이다. "  - 번역가 신견식씨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것도 말을 엄청나게 빨리 잘 하는 친구에게서 우리말을 숨도 쉬지 않고 뿜어내는 듯한 느낌으로다 읽었다. 사람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가 우리말처럼 많은 외국어도 없다는 것을 중국어와 한자, 일본어, 영어,독일어, 프랑스어까지 예를 들어서 함께 비교 분석해 보는 부분에 있어서는 참 많은 연구와 관찰이 필요했음을 느꼈다. 저자가 이렇게 비교 분석해 주지 않았다면 평생 살면서 결코 생각해 보지 못했을 단어들의 뜻을, 개념을, 배경을 어찌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싶다.


<벼리다 - sharpen , 그러나 우리말 벼리다는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해 강하게 하다>, 는 뜻이니 만큼 영어의 sharpen 은 <달구는 과정이 없어서> 직접적인 뜻으로 닿아오지 않는다. 여기에서 나아가, 벼르다가 나온다. 모음 하나 차이로 비슷한 뜻을 가진 것 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다른 두 단어이다. 여기에서 다시 벼리, 가 나온다. 벼리다 - 벼르다 - 벼리,  이 세 단어를 사이에 두고 다른 뜻, 다른 의미가 줄줄이 꿰어져 나올 때의 느낌은 책 읽기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지적인 풍성함마저도 함께 해 주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중첩어와 요즘 새로이 출현한 단어들까지, 우리말의 다양함과 풍성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느껴진다.


"우리말이 표현력이 풍부하므로 영어보다 낫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우리말의 본질과 특성은 다른 언어와 비교함으로써 드러난다. "  64쪽



단어의 유래와 규칙, 변화까지 설명하며 이 책을 구성하고 있지만,  -깨비 로 끝나는 단어, -라기 로 끝나는 단어의 모음 같은 단어들의 늘어섬은 읽어가는 리듬감도 안겨준다. 게다가 흥미롭고 재미지다.  특히 웃기까지 했던 아재개그 편도 있다. 여태까지 아저씨들의 재미없고 밍숭맹숭, 유머를 한 번 해 보겠다고 애를 쓰는 모습등을 연상해 오곤 했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놀라운 반전이었다고나 할까. "아, 쟤 개그", " 한심해할 만큼 재미없는 개그" 이라나?  그리고 순 우리말 중 뜻도 느낌도 좋은 예쁜 말들의 발견도 있었다. 윤슬이 그 중 하나다. 저자는 "말맛" 이라는 단어로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 이 "말맛" 이라는 단어 조차도 사랑스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말의 소중함 뿐 아니라 사랑스러움과 우수함, 빼어남 같은 감정도 새록새록 올라오게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우리, 나의 단어들이었던 것을 이제서야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듣고 읽었으니 여태 그 참맛을 제대로 누리지도 느끼지도 못하였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했다. 이 저자 백우진을 기억해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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