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 그녀 양만춘
홍남권 지음 / 온하루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630년대와  645년, 뭔가 까마득한 시절로 돌아가서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가 되돌아 보는 기분이 났다.

게다가 계백이라니, 결사 항전 오천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로 나섰던 그 계백 장군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본다. 그 계백 장군이 17세 미소년 시절 방문했던 안시성이라는, 그리고 9년이 흐른 후 다시 찾아 온 그 안시성과의 연관성을,  나로선 계백이라는 등장인물은 뜻밖이었고, 더구나 계백과 안시성과의  줄긋기를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아서 그런지 더욱 흥미가 당기는 구성으로 다가왔다.


처음 제목을 보면서는 요즘 한창 뜨거운 화제 속의 영화 <안시성>을 겹쳐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출발점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설정되어 있다. 그 철옹성과 같았던 성의 성주는 양만춘이라는, 사내가 아닌  여인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힘입은 새로운 가상, 여인이 성주였던 안시성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작가의 상상력만이 아니라 실제였다면, 그러나 확인할 길이 없으니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만일 양만춘이 그녀 였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이어가 본다. 

 

무엇보다 고구려 백제, 그리고 수 당 시대의 중국 상황과 같은 흔치 않은 시대적 배경이 몹시도 흥미롭다.

그리고 비로소 계백 장군과 고구려, 당태종을 연결지어 생각하게 한다.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신분으로 살아왔던 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계백 - 연개소문 - 그리고 당태종, 그 중간에 끼여 있던 안시성, 모든 것이 장렬하고도 위대한 우리 역사 속의 숨쉬던 과거였음에도  현재로 부터 가장 가까운 시대, 조선과 고려에 더 익숙해 있었던 까닭인지 그 쪽으로 쏠려 있던 관심만큼이나 멀어져 있었던 그 때 고구려, 백제의 투쟁이었다. 처음엔 약간 상상력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 로 시작해서 점점 빠져들어가게 하던 그 시대적인 상황들이, 왜 진작 이런 방식의 생각을 해 보지 못했던가, 싶게 하는 내용들이 <안시성, 그녀 양만춘>을 이루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 대륙을 마주 보고서 당당하게 그들을 넘어섰던 그 기백과 용맹했던 사나이들, 고구려에 살았던 그 백성들, 그 속에 안시성이 있었고,  사람살이에서 무엇보다 행복을 추구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던 그들 삶에는 성을 지켜 내던 성주와 백성들이  있었다.


당태종과 안시성의 하루 성주 사이를 오가며 이미 시작된 전쟁을 백제에 유리하게 이끌어 보려던 계백, 그를 따르는 시종 타로, 그리고 바람과도 같이, 그림자와도 같이 적진을 종횡무진하며 계백의 전갈을 전달하던 가비류가 있었다. 당나라의 55만 대군의 인해 전술 앞에서 안시성을 지켜 낸 힘은 미리 대비해 두었던 무기와 그 무기를 개발해 낸 양이지도 있었다. 여기에 전쟁을 참관하던 계백과 하루 성주 사이에 흐르던 그 감정의 기류까지 그 역사 속에 스러져 간 수 많은 이름들이 있었다.


 그 안시성 전투에서의 성주에 관한 기록은 영원히 묻혔다. 기록에 없어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여자였든 남자였든 전쟁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낸 그들 삶이 소설 속에서나마 빛난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다양화하고, 역사 속 한 개인 개인으로서도 물론이겠지만 동시대에 살아왔던 그들을 교차적으로도 바라 볼 수 있는 사고의 중요성도 생각하게 한다.


자신들의 손으로 외부의 적을 막아내고 가족을 지켜냈다는 안도감에서 였을까, 미소지으며 죽어가던 고구려 군사들은 확실히 그 때 그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에서 존재했던  실제 인물들 이었음에 마냥 소설 속 허구스런 이야기만으로 지나쳐 가게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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