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반호 현대지성 클래식 12
월터 스콧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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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바야흐로 피지배자인 앵글로색슨 족과 정복자 노르만 족 사이에 갈등이 심각할 시절, 그들에게만 통용되던 언어까지 따로 있었던 그 때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문장이 대단히 묘사적이고 현란하며 풍부하다.

그리스도 종교적인 분위기도 지배적인 이 시대였기에 말의 서두에는 '신께 맹세코, 성 조지에게 비노니, 성모 마리아의 후광에 힘입어', 와 같은 말들이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 당시 시대적인 배경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그다지 낯선 일도, 거슬릴 표현도 아닌, 오히려 그 시대의 색채, 분위기를 더욱 잘 느끼도록 해 주는 대사법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하나하나마다 그 성격이 드러나도록 저자의 묘사와 서술은 짧지 않다. 이런 것에서 중세 기사들의 활약과 움직임, 내적인 갈등, 종 신분의 행동과 사고 등을 독자에게 잘 전달해 주는 맛이 아주 맛깔나다. 오랜만에 이렇게 의미가 깊고 눈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철저한 묘사 방식의 문장을 다시 읽는구나, 생각하게 하는, 이런 이유로 고전이 되었던가 싶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등장인물들도 다채롭다. 수도사, 잉글랜드 귀족의 후손, 유대인과 그 딸, 그리고 가장 중세를 빛내게 하는 기사들, 그들의 창과 칼, 말을 타고 달리는 그들의 위엄, 그 위에 사자왕 리처드가 있다.


로더우드의 세드릭을 찾아가는 수도사들은 하루 묵어갈 장소와 먹을거리를 찾아 가는 길에도 당당하기만 하다. 종교적, 민족적 부분에서 이미 자존심과 거만함으로 우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사용하는 언어 조차 완전히 다른 두 민족들 사이에서 그들 두 민족을 이어주는 혼성어까지 별도로 존재한다니 두 민족간에 어지간히 섞이지 못하는 반목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길을 물어 볼 때에는 아래 계급이 사용하는 언어로 물어 보더니 그들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는 우아한 노르만 프랑스어이다. 이렇듯 신분과 민족과 직업, 종교의 차별이 뚜렷한 시대, 사자심 리처드 왕이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여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타서 그의 동생 존 왕자가 형의 자리를 차지하려 도모한다. 그 아래 기사들, 향사들, 광대와 노예들, 귀족과 천민이 있고 그리스도인과 유대인이 이리저리 섞여 만들어 내는 삶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로 탄생하고 있다. 

여기에 아리따운 공주, 로웨나와 유대 처녀, 레베카의 등장은 전체 이야기에 어떻게 필수적인 조건이 되어 줄까, 끝도 없이 이어갈 것만 같다.

 


"아이반호" 라는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 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사실 아이반호는 영지의 이름이고 사람으로서는 아이반호의 윌프레드 임을, 책을 읽으면서 나타나게 되는 이름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점을 의도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슨 내용이 펼쳐질 지 상상 할 수 없게 만들고 싶어하는  저자의 의도만큼이나 내용은 아주 다채롭다.  44장까지 이어져 가는 내용에는 각 장 마다 하나의 무대를 보는 것 처럼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들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막이 오르고 막이 내리고, 연극 무대처럼 각 장이 이어져 가는 동안 아이반호는 언제 등장할까, 마상 시합날 벌어지는 경기와 우승자, 그리고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는 기사, 베일에 가려진 흑기사 등 등장 인물들이 어떻게 나아갈지 읽어가면서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 구조인지라 700 페이지 가까운 내용이  어느 새 그 끝을 보이는 때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노르만이 정복한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이어지는 그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벌어졌던 리처드 왕의 흔적, 그를 충성으로 모셨던 기사 윌프레드, 이 들 주변을 에워쌌던 그 중세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본다면, 오늘날의 영어가 어떻게 정착되어 졌는지, 그 분위기 또한 짐작할 수 있고,  대단했던 종교적인 힘이 얼마나 사람들 위에 지배하고 있었던지도 또한 잘 살펴볼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스코틀랜드 역사 소설가인 SCOTT 이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엮어 낸 이야기, 아이반호, 고전스러웁게 흥미롭다. 끝까지 읽어 낸 독자가 받을 수 있는 여운까지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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