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의 탄생 - 온전한 나를 위한 세상 모든 책과의 대화
장동석 지음 / 현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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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을 북칼럼니스트 혹은 출판평론가라 부른다고 합니다. 하지마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 그렇게 부르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딱 저처럼 책을 읽고 독후감 수준을 글을 쓰는 사람까지 그런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기는 ‘거시기’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까닭은 언젠가 그런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각의 탄생>은 북칼럼니스트 장동석님이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그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합니다만, 그 일을 ‘더불어 읽는 즐거움’이라고 풀어낸 것에는 금세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읽는 즐거움’이 세상에서 가장 큰 유희라는 것을 믿기에, 누군가 책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믿기에, 누군가 채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5쪽)”라고 적은 것을 보면 ‘함께 읽는 즐거움’이라는 의미로 ‘더불어’를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통하여 책의 내용을 파악한다는 것은 책을 읽었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기 때문에 ‘더불어 읽는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책은 저자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라고 강조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책을 읽어 느끼는 바는 읽는 사람마다의 개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누군가와 더불어 읽는다라고 할 성질의 것은 아닌 것입니다.

저자는 또한 자신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김훈작가의 <남한산성>에 나오는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라는 구절로 설명합니다. 어쩌면 할 일을 할 뿐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한 듯하나,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라는 의미는 그저 ‘올 것이 온 것’이라는 수동적 의미에 불과하여 저자의 온뜻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이렇듯 날을 세우는 듯한 글을 쓰는 까닭도 사실을 저자가 즐기는 바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각의 탄생>에서 저자가 책읽기를 통하여 얻은 생각들을 음미하고 그 생각들을 이끌어낸 책을 찾아 읽어볼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책읽기였습니다. 또한 책을 읽고 글을 써 책을 만드는 기술(?)을 엿보려는 불손한 의도가 있었다는 고백도 덧붙입니다. 일일이 헤아려보지는 않았습니다만, 하나의 글 꼭지에 여러권의 책을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라는 개념은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다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글쓰기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모두 76꼭지의 글을 읽기, 공부, 예술, 여행, 모험, 한국인, 민주주의, 문명, 생명, 평화, 자아, 부모, 우정, 사랑, 여성 이라는 15개의 주제로 나누었고, 이 주제들은 다시 ‘나를 다르게 만드는 것들’, ‘우리, 더불어 사는 세상’, ‘나,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 등 3가지의 대주제로 묶었습니다. 세부적인 것으로부터 총괄적인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만, 아마 저자는 총괄로부터 세부로 기획안을 마련하고 글을 써갔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아무래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직업이라고 이야기를 한 만큼 ‘읽기’에서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읽기를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우선 읽는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설명하고, 이어서 독일의 언어학자 한스 요아힘 그립의 <읽기와 지식의 감추어진 역사>, 이광주의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독일의 문학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내가 읽는 책과 그림>,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 정수복의 <책인시공>, 슈테판 볼만의 <여자와 책>,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등은 물론 동양의 <회남자>, <장자>, <노자>의 한 대목까지 인용합니다. 이들 책에서 인용한 한 구절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단편적일 수도 있고, 원저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는 무엇이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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