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주인간 -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 내 몸속 작은 생명체 이야기
캐슬린 매콜리프 지음, 김성훈 옮김 / 이와우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년전에 <연가시>라는 제목의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들이 한강에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4대강을 타고 급속하게 번져나간다는 설정이 4대강 사업을 겨냥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게 합니다. 당시에는 영화적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연가시(학명: Gordius aquaticus)란,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가느다란 철사 모양의 유선형 기생체로 귀뚜라미나 여치와 같은 곤충을 숙주로 한다고 합니다. 성체가 되면 숙주동물로 하여금 물에 뛰어들게 하고, 물속으로 빠져나가서는 짝짓기를 하여 암컷은 알을 낳게 됩니다. 유충은 물속에서 헤엄치고 다니다가 모기 유충에 올라타서 낭종을 만들고, 모기 유충이 성충이 되어 귀뚜라미나 여치와 같은 숙주동물에게 잡아먹히면 낭에 숨어들었던 유충이 활동을 시작해서 성충이 된다고 합니다. 인간으로 하여금 물에 뛰어들거나 위험한 짓을 하도록 정신을 조종하는 기생생물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귀뚜라미에 기생하는 연가시로부터 열대 오브위버 거미를 조정하는 기생말벌, 심지어는 개미를 조종하는 동충하초와 같은 기생식물 등에 관한 연구를 정리한 <숙주인간>을 읽으면서 최근 저의 관심사이기도 하면서 정말 그렇다면 끔찍할 수도 있는 기생생물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바로 톡소플라스마 곤디라고 하는 고양이 기생충입니다. 이 기생충은 고양이 체내에서만 유성생식이 가능합니다. 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 이 기생충은 쥐를 감염시킬 수 있는데, 이 기생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고양이 앞에서 알짱거리다가 죽음을 맞게 되는데,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는 것은 이 기생충이 쥐의 뇌에 작용하여 도파민이라고 하는 물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결정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양이와 가까운 인간 역시 이 기생충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합니다. 체코의 기생충학자 오토 이로베츠(Otto Jirovec)가 1950년대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현병을 앓는 사람 가운데 톡소플라스마 곤디에 감염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30%의 사람들이 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고 합니다. 혹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서 그런 경향이 더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행히도 이 기생충은 정신병 치료제를 투여하면 성장이 멈춘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양재천 산책길을 걷다보면 광견병 예방약을 뿌렸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계절이 있습니다. 그런데 광견병이 뱀파이어와 연관이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읽을 수 있습니다. 흔히 전해오기를 뱀파이어의 수명은 40일이라고 하는데,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 물린 희생자가 평균적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흉포한 야수에 물린 사람 역시 흉포해진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정신착란에 빠지며, 음탕한 욕망이 치민다는 것입니다.

서문에 적고 있습니다만, 기생생물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우리의 생각, 느낌 행동을 조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기반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생생물의 생활사를 이해하고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면 감염을 차단하는 방법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생생물의 존재와 기생생물이 우리의 생각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있다고 하겠습니다.

서문의 말미에서 ‘(우리를 조종하는 기생생물이 있다는 사실을 읽고 나면) 여러분은 꽤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를 했습니다만, 정말 읽어가는 내내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제가 꽃청춘이었다면 이런 연구에 빠져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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