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독서 - 2016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수상작
잔홍즈 지음, 오하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여행에 흥미로운 책을 읽었습니다. 타이완의 3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PChome Online의 잔홍즈대표이사가 쓴 <여행과 독서>입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의 아들이 서문을 썼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건넨 원고를 다 읽은 아들은 ‘어디서부터 말하면 좋을까?’하는 막막한 느낌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글은 그의 인생의 즐거움, 여행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였다. 때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때론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때론 여행을 통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여행에 대한 기록이므로, 지면의 대부분이 여행 중 먹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7쪽)” 하긴 요즈음 젊은이들은 여행을 가서도 볼거리보다는 먹을거리를 찾는데 더 열심이라고 합니다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자는 앞서가는 세대임이 분명합니다.


음식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과 독서>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어쩌면 아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의 곁엔 언제나 독서가 있었다. ‘여행과 독서’런 마치 한쌍의 콤비 같은 것이다. ‘여행’이라는 녀석과 ‘독서’라는 녀석은 언제나 꼭 붙어 다닌다. 그 둘과 함께라면 아주아주 먼 곳까지도 갈 수 있다. 그래서 그 두의 온갖 기억이 한데 뭉치고, 수많은 자료는 조각조작 남는다. 좀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면 적어 두고 기록을 남기자(13-14쪽)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과 독서는 상당히 미묘한 관계다. 독서는 여행을 떠나기 아주 오래 전 시작된다. 심지어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이미 시작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종종 책에서 읽은 글귀가 그곳으로 떠나는 동기로 이어지는 경험을 한다. 특히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목적지로 떠나는 경우는 대개 역시 유명하지 않은 책 속에서 알게 된 경우가 많다. (…) 그렇다. 독서는 여행의 시작이다. 심지어 책을 통해 ‘상상의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상상의 여행이란 각종 서적을 참고해 여행 계획을 세울 때를 말한다.(40쪽) (…) 독서는 여행이 끝났다고 해서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이 끝난 후에야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책을 읽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의식하지 않아도 그 장소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증가해 저절로 관련 서적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직접 가 본 것을 계기로 <어린 왕자>속 여우가 말한 ‘길들여진 관계’가 되어, 어쩐지 친밀함이 생기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여행지에 관한 독서는 여행을 끝마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행지에 관해 여행 전에 읽는 것은 ‘상상’에 지나지 않고 여행하면서 읽는 것은 ‘새발에 피’라고 할 수 있다. 오로지 여행을 끝마친 후, 혹은 같은 곳을 여러 번 다녀왔다 하더라도 그 후에 관련 서적을 읽는 것이야말로 그 여행지에 대한 진짜 이해가 시작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63쪽)”


<여행과 독서>에서 저자는 스위스, 인도, 보츠와나, 발리, 알래스카, 교토, 동일본, 도쿄, 그리고 터키 등을 누비면서 식도락을 즐긴 이야기들을 아주 상세하게 풀어놓습니다. 스위스에서 여행가이드북을 믿었다가 생고생한 이야기와 요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인도엘 갔다가 바가지를 쓰고 양탄자를 샀던 이야기와 음식평론가인줄 착각한 호텔매니저 덕분에 인도 고유의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상세하게 볼 수 있었던 이야기 등을 늘어놓습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저처럼 여행사의 상품으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뒤져서 현지 여행사와 접촉을 하고 스스로 여행일정을 짜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유행이라는 혼행(혼자하는 여행)이 아니라 아내 혹은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을 주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행사의 상품여행이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든 모두 나름대로의 특장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자의 사정에 맞게 선택을 하면 되는 일입니다.


저자가 여행 중에 들고 가는 책들 가운데는 여행안내서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맛집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들도 꽤나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행과 독서>라는 거창한 제목이 참 적절하지 않구나 싶습니다. 그밖에도 몇권 문학작품들 가운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들도 있어 기회가 되면 읽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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