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이 필요한 순간 - 나를 돌아보게 하는 철학 한 줄
저우궈핑 지음, 정세경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어제 사보의 편집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준비된 기획안 가운데 게으름에 문제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게으름을 추구하는 심리학적 고찰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우리네 삶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마침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네 삶에 필요한 휴식을 논하는 책이 있습니다. 중국의 철학자 저우궈핑의 철학 에세이집 <잠시 멈춤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잊고 사는 ‘인생의 의미는 뭘까?’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라는 의문에 일깨우는 150개의 이야기를 10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담았습니다. 그 주제는 인성에 대한 반성, 철학의 이론 등과 같이 다소 현학적인 주제가 있는가 하면, 사랑에 대한 담론, 남녀 관계, 결혼과 육아 등처럼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도 있습니다.


작은 주제에 관한 내용이 한 쪽을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그만큼 주제를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작은 주제의 핵심을 나타내는 한줄 요약을 붙여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작은 주제인 ‘인간과 돼지’는 ‘불만족스러운 인간이 만족스러운 돼지보다 행복하고,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만족스러운 바보보다 행복하다’라는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드 밀의 이야기를 꼬투리로 풀어내었는데, 그 내용을 ‘나는 모든 사람의 몸에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숨어있다고 믿는다’라고 요약합니다. 밀의 이야기를 안다면 저자가 정리한 한줄 요약이 얼마나 멋들어진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읽다보면 ‘사람을 사귀는 방법이나 업무의 성공 비법을 다룬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어쩐지 웃음이 난다(84쪽)’라고 한 저자의 한줄 요약에서는 스스로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면서도 격하게 공감하는 무엇이 느껴집니다. 그만큼 저자의 사유는 우리네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머리맡에 두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집히는대로 책을 펼쳐 한쪽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타니까 그가 쓴 책도 분명 훌륭할 거라는 생각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오해다’라는 일갈 역시 크게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유행어가 있습니다만, 그런 부모들이 깨달아야 할 좋은 말도 있습니다. ‘현명한 부모는 두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있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시작했지만 어느새 잊고 있던 책읽기를 되살리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바로 몽테뉴의 <수상록> 읽기입니다. 저자는 철학적 사유를 하는 사이의 휴식시간에 <수상록>을 몇 쪽 읽거나 작은 노트에 나름대로의 감상을 적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에서 <수상록>을 회사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일하다 잠시 쉬는 짬에 <수상록>을 열어 한쪽이라도 읽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언젠가부터 책이 쌓이는 서류들 틈에 숨어버리고 책읽기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서류틈에서 먼지가 쌓인 <수상록>을 다시 꺼내 보아야 하겠습니다. 저자의 철학적 사유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권하는 대로 ‘마음속에 소크라테스를 모시는 일’은 바로 이런 책을 읽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당연히 책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유로 연결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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