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 아프리카
월레 소잉카 지음, 왕은철 옮김 / 삼천리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지난번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읽은 책입니다. 나이지리아 아베오쿠타 출신의 요루바족인 월레 소잉카는 아프리카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시인입니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해설자들>은 '언론인, 관리, 대학 교수, 화가, 엔지니어 등 다섯 사람이 등장하는데 부패하고 천박한 가치가 지배하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지식인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에세이집 <오브 아프리카>에서 작가는 “아프리카 대륙은 원인과 결과의 면에서 다른 대륙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내부의 맥박과 외부의 개입으로 구성된 복잡한 유기체이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여전히 세계의 구성원이면서도 그 세계로부터 성취와 진보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정의하면서, ‘이처럼 카멜레온 같은 존재에 대한 자연스러우면서도 때로는 실망스러운 선입관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이 책의 기획의도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2부로 구성하였는데, 1부에서는 아프리카에 대한 외부의 편견과 오류를 짚었습니다. 코피 아닌 전 유엔사무총장이 주도한 ‘2001년 밀레니엄 보고서’에 포함된 ‘사하라 사막과 대서양을 횡당하면서 저질러진 노예제에 관한 총체적 진실, 대륙의 분할과 식민화, 아프리카대륙에 유독 폐기물을 버리는 일까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는 내용을 인용하여 아프리카에 대한 4가지 허구를 정리해냈습니다. 1. 순수한 동기를 가진 모험가에 의한 허구화, 여기에는 호메루스, 헤로도투스, 셰익스피어에 이르기까지 그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합니다. 2. 상업적인 허구화, 대표적 인물로는 스탠리, 벨기에의 레오폴드 국왕, 독일의 빌헬름2세 등이 있습니다. 3. 권력 지향의 내적 허구화, 여기에는 해방 이후 아프리카를 이끌었던 대다수의 독재자들이 포함될 것 같습니다. 4.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아프리카와 해외거주자들 사이의 대륙 간 교환을 지배하는 주제로 남아 있는 허구화 등입니다.


2부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종교가 아프리카의 토착적인 정신을 밀어내고 갈등구조를 이끌었는지를 말하고, 토착종교, 나이지리아의 전통종교인 오리사교의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저자는 ‘아프리카 종교들이 아프리카인들의 삶에서 훨씬 더 간소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행동, 인간관계, 생존 전략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안내해주는 독특한 세계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합니다. 오리사교야 말로 타자에 관한 전체론적이고 때로 보편주의적인 주장에 대한 응답에서 아프리카 종교들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분석해내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역사와 교의를 읽어볼만합니다.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해서 옮긴이는 카렌 브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편견과 인종주의가 배어있다는 주장입니다. 브릭센의 책에서 아웃을 떼어내는 것으로 이 책의 제목을 정했다면(확인된 것은 아닌 듯합니다) ‘소잉카가 실제로 떼어내고 싶었던 것은, 겉으로는 사랑과 배려로 포장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편견과 인종주의에 지나지 않는 서구의 인식론적 폭력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에메 세제르의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은 자들이여, 만세!’라는 노랫말이나, ‘아프리카는 전 세계의 다른 지역에 뭘 강요한 적이 없다’라는 저자의 주장은 곱씹어볼만하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난 것처럼, 아프리카가 미래 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아프리카의 노예무역에 대한 클린턴의 발언과 관련하여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일본의 사과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바른 것인가에 의문을 남긴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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