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 세계적 북 디렉터의 책과 서가 이야기
하바 요시타카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자극적이라는 생각으로 읽었지만, 역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역설적인 제목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표지에 적은 북 디렉터라는 직업도 궁금했습니다. 저자는 서점과 다른 업종을 연결하거나 병원, 백화점, 카페, 기업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장 만드는 일을 하는 회사, BACH(바흐)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하바 요시타카입니다. 그가 회사를 만든 이유는 사람들에게 미지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일본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일본 역시 책 읽는 사람이 많이 줄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가 하고 있는 일은 누군가에게 책을 골라주는 일인데, 누군가에게 추천할 책을 고민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행위로서, 여행지에서 그 사람을 생각하며 엽서를 쓰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미처 깨닫지 못한 생각입니다. 생각해보니 책을 선물할 때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좋아하는 것 등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아마도 책읽기를 좋아할 이 책의 독자들에게 이런 부탁을 합니다. 주변에 ‘책은 안 좋아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책을 선물해보라고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할만한 책을 고민해서 말입니다.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에는 책이 가지는 다양한 가능성과 독서의 의미, 책의 미래, 책과 발견에 대한 저자의 농축된 생각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우선은 맨 처음과 마지막에 ‘나와 책 이야기’를 담았고, ‘창작자의 시선’, ‘여행지에서 만나는 책’, ‘일상에서 책을 발견하다’, ‘축구와 책이 만나다’, ‘산다는 것에 대하여’ 등의 주제에 관한 책과 관련 행사들을 엮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미처 몰랐던 좋은 책을 찾아 읽을 수 있습니다. 숨어있는 보석을 발견하는 셈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면, ‘치매환자에게 책이 필요할까?’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이노모토 병원의 서가를 꾸미는 일을 하고나서 얻은 생각을 담았습니다. 치매환자는 인지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학습이 어렵습니다. 책을 읽어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환자의 치료법 가운데 회상요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막아주는 보존치료하고 할 수 있겠는데요. 바로 옛날 사진을 담은 사진집 같은 책이 치매환자의 기억을 보존하는 요법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저자가 소개하는 책은 참 다양합니다.


책읽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백 명 있으면 각기 다른 백 가지 독서법이 있다. 책의 어디에 영향을 받고 공감하는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그렇다. 독서법에는 정답은 없다. 독자는 책의 책장을 편 순간, 작가가 쓴 문자에 깃든 신비한 힘을 이해하는 자유를 얻는다.(11쪽)” 그래서 저자는 “책을 읽고 무언가를 ‘아는 것’이 ‘사는 것’과 이어져야 한다(12쪽)”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나와 책 이야기2’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앙드레 케르테즈의 <읽는 것에 대하여>를 꼬투리로 하여 책을 읽는 다는 것이 꼭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책이 답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고 한 발을 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묘하게 책에서 읽은 내용이 일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거나 혹은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에 말입니다.


에필로그에서는 ‘언제 책을 읽어요?’라거나 ‘한 달에 몇 권 읽어요’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저에게도 익숙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의 정의도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읽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한 자 한 자 곱씹듯 읽기도 하고, 별 생각 없이 활자를 눈으로 훑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이렇게 표현합니다. ‘책은 정말 자유롭다. 책은 어떤 거리감으로 대하든 모든 것을 허락해준다.(274쪽)’ 일단 책을 펼쳐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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