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
주명철 지음 / 소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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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랑스 여행에 대비한 공부 차원에서 읽은 책입니다.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은 프랑스는 물론 서구 여러 나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고 알고 있지만 대혁명을 전후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은 오랫동안 프랑스 혁명을 연구해온 주명철교수가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쓴 대중 교양 역사서입니다. 저자는 ‘우리나라 역사도 제대로 모르는데 왠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면서도, 프랑스 혁명이 서구사회는 물론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프랑스 혁명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사건이지만, 우리에게 사회에 대한 이해와 더 나아가 인간성에 대한 성찰의 기회까지 제공’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의외로 전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날 무렵까지도 프랑스는 철저한 신분제에 기반한 절대왕정체제가 이어져왔습니다. 중세부터 프랑스 사람들은 왕족을 제외하고는 기도하는 사람, 싸우는 사람, 일하는 사람 등 3가지 신분에 속하기 마련이었습니다. 성직자, 기사, 그리고 나머지 농부 어부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참 관리들도 기사와 같은 부류에 속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무관과 문관이 같은 부류로 쳤던 모양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하늘이 내린 왕을 모시는 것이야 말로 타고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무던하게 참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계몽주의 사상이 꽃을 피우면서 사람들은 평등하다는 인식이 움트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루이 14세 시절부터 이러저러한 전쟁을 벌이는 통에 나라 빚이 늘어만 갔고, 이렇게 빈 돈은 이자에 이자를 쳐서 눈덩이처럼 부풀어만 갔습니다. 1789년 5월 5일 루이 16세는 빚을 해결해볼 요량으로 175년만의 전국 신분회의(우리가 배운 삼부회의는 일본식 표현이라고 합니다)를 개최토록 하였습니다.

이전까지는 제1신분인 성직자와 제2신분인 귀족, 그리고 평민대표인 제3신분의 모여진 의견이 각각 1표씩으로 계산하던 것을 신분회의 참석자 각각의 표로 주권을 행사하자는 요구가 나왔던 것입니다. 즉 전국신분회의가 의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루이 16세는 빚을 해결하기 위하여 모은 신분회의를 결국은 용병을 동원하여 무력으로 탄압하려 들었다가 실패하면서 사태가 꼬여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왕이 상황을 오판하여 대중의 뜻이 반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분노한 파리 시민들은 적극적인 저항에 나섰습니다. 사람들의 통행을 금하고 시내에 병력을 배치하자 시민들은 무장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상황이 꼬여가면서 급진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전면에 나서면서 상황은 악화되었고 결국 총과 대포로 무장을 하고 대치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총격이 발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혁명에 성공한 다음에도 사태는 쉬이 수습되지 않고 꼬여만 갔고, 혁명세력끼리 세력이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에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성공의 과실을 다투기 시작한 것입니다. 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혁명 후의 처리과정을 보면 아군이 아니면 처형하는 식으로 악순환이 이루어지다보니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희생된 인명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던가 봅니다.

1789년에 시작된 혁명은 1799년 나폴레옹 보나파트르가 쿠데타를 일으켜 혁명 후 들어선 공화정부를 무너뜨릴 때까지 10여년의 기간을 이릅니다. 결국 혁명은 왕정을 무너뜨렸지만 잠시잠깐의 공화정을 거쳐서 황제정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읽다보니 우리나라의 제1공화국의 독재정치를 무너뜨린 4.19혁명의 마무리 과정이나 혁명세력들이 5.16 쿠데타에 의하여 무너지는 과정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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