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대하여
윌 듀런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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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늙어가기’를 화두로 잡고 있는 탓에 <노년에 대하여>라는 제목만 보고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 보니 <Fallen Leaves>라는 원제목을 번역하면서 <노년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붙인 듯합니다. 키케로의 동명의 책에서 따온 것인지 아니면 원제목에 우리말 제목의 의미가 담겨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원고는 1981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30여년이 지난 다음에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쓸 때의 계획은 ‘다양한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내놓은 뒤 거기서 가지를 뻗어 현대(20세기) 문학과 철학을 훑어보자는 것(11쪽)’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이유에서 <노년에 대하여>라는 우리말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초고는 1967년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엮은이는 그의 초고를 ‘우리 인생의 시작’으로 시작하여, ‘청춘, 중년, 노년, 죽음 등에 대하여’의 순서로 잇고, ‘우리의 영혼, 우리의 신’을 거쳐 다시 ‘종교, 재림, 종교와 도덕, 도덕, 인종, 여성, 성, 전쟁, 베트남, 정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예술, 과학, 교육 등에 대하여’로 연결되며, 역사의 통찰로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문명사학과 철학을 전공한 저자의 사유의 방향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내용을 고려하면 우리말 제목이 더욱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자는 탄생에서 출발하여 청춘, 중년, 노년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하여 영혼과 신, 그리고 종교로 사유를 이어갑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헛되더라도 인간의 존재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애써보자’라는 취지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순간부터, 우리가 묶여 있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아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그리고 인생의 여러 단계, 그러니까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기, 노년기를 통과하면서 형이상학, 윤리학, 정치학, 종교, 예술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를 마주 바라보고 함께 걸으며 지적인 세계를 한 바퀴 돌아보자(21쪽)’라고 권유합니다.

죽음을 맞이하면서 카이사르처럼 ‘Jam satis vixi(이미 충분히 살았다)’라고 외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자손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 줄 의무가 있다’(63쪽)라는 대목은 깊이 새겨둘 이유가 충분합니다. 특히 기득권을 지키려 추한 모습을 보이는 노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기독교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상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공감되는 바가 있습니다. ‘교회의 이상이 버림받은 것은 그 이상이 스스로 자기를 버렸기 때문이다. 교회는 예수의 비길 데 없는 윤리 위에, 사도 바울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했지만 그리스도 본인은 잘 모르는 엄청난 교리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를 덧씌웠다. (…) 고위 성직자들은 모든 공격에서 안전한 무오류의 권위를 얻으려는 욕망에 휘둘려 그 윤리를 잊어버리고 말았다.(95쪽)’

다만 여성에 관한 그의 생각은 요즈음에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어머니는 생명에 의미가 있는지 의심을 품지 않는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사명을 다하고 있으며 그 사명이 자신을 풍족하게 채워 주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점점 늘어가는 가족을 한자리에 모으고 말없이 자부심과 행복을 느낀다. 그들이 바로 자신의 몸과 영혼이 낳은 열매이기 때문이다.(130쪽)’

요즈음 우리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저출산과 관련한 해법도 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나라면 부모 노릇을 권리가 아닌 특권으로 만들겠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자식을 낳기에 접합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지도 않은 채 무작정 아이를 낳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이런 시험을 통과한 부모들에게 정부는 합법적인 결혼생활에서 첫째와 둘째를 낳은 뒤 18년 동안 연금이나 면세혜택을 주어야 한다.(254쪽)’라고 답했습니다. 아이를 낳은 부부에게 세금이나 연금 등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일정 연령부터 결혼을 하지 않는 남녀에게는 독신세를 물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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