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정하린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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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늙어가기’는 제가 오랫동안 공부하고 있는 화두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가 쓴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에 붙어 있는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이라는 부제는 당연히 저의 눈을 끌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얘기하는 일곱 가지 프리즘이라는 것은 아마도 주제 혹은 관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지나치게 과격한 듯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놀라운 것들이었습니다. 여든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와 다를 것 없이 왕성하게 분출하는 생각의 흐름도 그렇고, 글의 흐름도 거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가장자리’였습니다. 가장자리라 하면 뭔가 남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보잘 것 없는 그런 존재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로서는 견뎌내기 힘든 그런 관념이라 하겠는데, 저자는 당당하게 가장자리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가장자리로 옮겨가야 할 나이가 되었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마침 종합 월간지 신년호에 수필을 청탁받아 놓고 있던 참이었는데, 참 적절한 주제를 붙든 것 같습니다.

가장자리를 주제어로 해서, 세대 간의 인식의 차이라던가, 막연한 환상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볼 이유, 살아온 날들과 남은 날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내용, 세상과 단절한 채로 살 것인가 여전히 소통하고 살 것인가 하는 문제, 안으로는 스스로의 영혼을 풍성하게 채워가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가장자리를 넘어서 삶의 끝에 만나게 될 죽음에 대한 것까지 안성 맞춤한 주제들을 고른 것 같습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모든 일을 주도할 때는 자신이 가장자리로 물러나야 하는 시점을 놓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일할 때는 자신에게 닥칠 모든 경우를 상정하여 일이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또한 세상의 중심에서 물러나야 할 때를 제대로 짚고, 뒤를 이을 사람에게 자신이 경험한 것을 전수하는 것도 반드시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와 나이든 이가 첨예하게 맞서는 위기가 고조되는 듯합니다. 특정한 정치적 이해를 두고 두 집단을 이간질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지역감정을 자극하여 국민들을 대결구도로 몰아가 정치적 야심을 채운 집단의 경험이 이번에는 나이를 무기로 집단 간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하겠습니다.

주제 가운데 글쓰기 역시 저의 관심을 끄는 것이었습니다. 뒤늦게서야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저로서는 좋은 글을 남겨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기고 있던 참이기 때문입니다. ‘저술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병치레처럼 끔찍하고 소모적인 투쟁이다. 저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악령에 의해 이끌린 게 아니라면 결코 이 일을 시작하지 못할 것이다.(132쪽)’라는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한 저자는 글쓰기를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자신의 경험을 분류하고 선별하며 받아들이도록 돕는 회고적 행위입니다. 하지만 이는 또한 장래를 조망하는 행위입니다.(139쪽)’라고 말합니다. 반면 저는 아직 글쓰기가 저의 소명이란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요즈음에는 그저 습관처럼 글을 쓰고 있는 단계라고나 할까요?

17년 전에 가서 공부했던 미국의 미네소타주의 동북쪽에는 바운더리워터스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캐나다와의 국경에 이르는 무려 4천평발킬로미터에 달하는 야생보호구역입니다. 저도 이 구역의 변두리라 할 보야져 국립공원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호수들이 흩어져 있는데, 보야져 국립공원에서는 배를 타고 호수의 경관을 구경하기도 하였습니다. 때 묻지 않은 야생의 분위기를 즐겨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와 같이 근무하는 분은 매년 여름이면 이곳에 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밤낮으로 하늘만을 바라본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한 해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새로운 기운을 얻어온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또한 가장자리라는 의미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자리는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혹은 휴식이라는 개념이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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