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빠가 아들에게 전하는 직장생활 레시피
황대능 지음 / 좋은땅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들 마다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는 첫 번째 책이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였는데, 1996년에 세상에 내보냈으니 벌써 22년이나 되었고, 그 사이 두 차례 개정판을 냈습니다. 이 책을 쓸 때는 우리나라에서도 치매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사회적 부담이 되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치매와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문제를 우리사회에 알려야 할 것 같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 레시피>는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부장님이 쓴 책이라면서 보내주셨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분인데, 인도의 초대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가 쓴 <세계사 편력>을 읽고서 얻은 감동이 책쓰기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세계사 편력>은 네루총리가 독립운동을 할 당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는데, 3년의 수감생활동안 외동딸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하여 쓴 196통의 편지를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황대능부장님은 각각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4학년인 두 아이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20여년을 일 해온 평범한 중년의 회사원으로 두 아이에게 물리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생각 끝에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여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도록 해보자는데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좋은 아빠의 전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저도 큰 아이가 입대하여 훈련을 받는 동안 매일 한 통씩의 편지를 써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게 영감을 주었던 책은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http://blog.yes24.com/document/7955716>였습니다.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겸손의 말씀을 하셨지만, 충분히 읽는 이를 감동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직장생활을 훨씬 오래 했을 터이지만, 제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점들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두 아이를 비롯하여 회사 후배나 조직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저자의 바램 대로 될 것 같습니다. 모두 여덟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책의 내용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는 비법(?) 등 조직생활을 잘하는 방법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두 아이들이 언젠가는 조직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해서 책의 방향을 그리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계발서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보아야 하겠습니다만, 첫 번째 주제가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인 점을 보면, 수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책을 처음 써보는 분답지 않게 책의 형식이 나름 독창적인 점이 있습니다. 각 장의 머리에는 주제에 관한 총괄이라 할 글을 2~3쪽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식의 책은 흔히 볼 수 없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부장님의 기획을 진즉 알았더라면 제가 이번에 낸 책에도 적용을 했더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니 저자의 책읽기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적절한 마디에서 마땅한 책의 내용을 인용하고, 그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석을 붙여두었습니다. 인용하고 있는 책들 역시 동서고금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것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인용한 부분은 해당 출판사와 저자들에게 허락을 어떻게 받았는지 여쭈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저 역시 칼럼을 쓸 때는 흔히 짧은 구절을 인용하기도 합니다만, 책을 쓰는 경우는 문제가 조금 달라진다고 알고 있어서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을 OO으로 표기한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흔히는 영어 대문자로 표기하지 않은 것은 잘하셨다는 생각입니다. 당사자의 의중을 물어 실명을 쓰셨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니면 한글 자모로 표기를 해도 좋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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