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여유, 그리스 - 역사여행가 권삼윤의 그리스 문화기행
권삼윤 지음 / 푸른숲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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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꿈꾸는 여유’라는 제목에 끌렸습니다. 그리고 모두 읽은 다음에 남는 느낌으로는 그동안 읽은 그리스 여행기들 가운데 제일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적당한 정도로 끌어와 작가의 생각에 녹여놓았습니다. 그리고 낙수처럼 곁들여지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또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에서 흥미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한 그리스 여행은 2003년에 다녀온 것인데, 그 전에 이미 1989년, 1996년, 1997년 등 세 번이나 다녀왔기 때문에 사전 준비는 되어 있는 셈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003년의 여행은 책을 쓰기 위한 여행이 된 셈이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2003년의 여행은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육로로 그리스의 북쪽 국경을 통과한 것 같습니다. 일단 아테네까지 내려온 다음 에게해에 흩어져 있는 섬들을 둘러보고 펠로폰네소스반도를 돌아보고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카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여정이라고 합니다. 이 여행을 통하여 저자는 ‘그리스인들이 일궈놓은 신화와 철학, 문학과 예술, 건축, 음식 등 모든 것을 한 두름에 꿰어야겠다’라고 작정을 했다고 합니다. 역시 다양한 반찬이 상에 올라야 풍성하고 먹음직스러운 것처럼 책 역시 소재가 다양해야 잘 읽히는 모양입니다.

아쉬운 점은 여정을 지도에 표시를 해주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장소의 경우에는 다음 여행지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관심거리인데 저자의 경우는 역시 그리스를 여행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일정이 막히면 여정을 바꾸는 기지도 발휘하였다고 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에서 일어난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글제목만으로는 어디에서 생긴 일인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내용을 읽다보면 파악이 가능하기는 합니다.

저자에게서 얻는 여행을 쉽게 하는 중요한 요령 가운데 하나는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라도 꼭 건넨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 해외여행에 나섰을 때는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붙이고 여행 내내 떠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도 모르게 슬그머니 혼자가 되어버린 저를 발견했습니다. 주로 책을 읽거나 미처 마치지 못한 발표자료의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도 보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스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든 생각입니다만 그리스에서는 왜 통합왕국을 꿈꾸지 않고 도시국가로 남아있기를 선호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이상국가의 규모는 작은 부락이어야 하고 각각 개별적으로 독립하여 산재해 있는 것을 이상으로 하며, 서로의 거리는 닭 울음소리를 들을 수는 있되 늙어 죽을 때까지 상호 왕래가 없어야 한다.’라고 한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사상을 그리스가 실천했다고 보았지만, 옳은 해석인지는 역시 모르겠습니다.

터키와 그리스의 오랜 숙적관계를 설명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만, 세계식민통치사에서 가혹하기로 첫손에 꼽는 지배자로 오스만 제국, 일본, 네덜란드를 꼽은 것도 사실일까 싶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식민지배도 만만치 않았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종교부문을 보면 오스만제국은 포용성을 보였다고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사람들이 신화에 너무 매몰되어 신탁에 의존한 것도 문명을 더욱 발전시키지 못한 요소가 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거나 비극을 읽으면서 신들의 횡포(?)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기회가 되면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깊이 파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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