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쿠프의 나팔수 개암 청소년 문학 2
에릭 P. 켈리 지음, 이주희 옮김, 야니나 도만스카 그림 / 개암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만, 동유럽국가를 여행하는 길에 옛 폴란드왕국의 수도 크라쿠프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크라쿠프는 피아스트왕조(Piast period)시절인 1038년부터 공화정 시절의 지그문트 3세가 수도를 바르샤바로 옮긴 1596년까지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습니다. 크라쿠프는 전통적으로 폴란드의 학문, 문화, 예술의 중심지였으며 또한 폴란드 경제의 요충지였습니다.

크라쿠프의 중심은 성벽으로 둘러싸였던 구시가지 안인데, 지금은  성벽을 헐어내고 만든 플랜티공원(Planty Park)을 지나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구 시가지의 중심에는 중앙공원이 있습니다. 4만제곱미터나 되는 중앙광장에는 교역의 중심이었던 직물회관이 있고, 시청탑, 성 아달베르트교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크라쿠프의 나팔수>의 무대가 되는 성모승천성당이 있습니다.

성모승천성당은  1221-1222년 간에 처음 세워졌는데 몽고의 침공 당시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두어 차례의 재건축을 거쳐 1365년 완성되었던 것이 1442년 대지진으로 본당 지붕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15세기 중반에 부속 예배당이 건축되었고, 이때 북쪽 탑을 중축하여 도시의 시계탑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남쪽과 북쪽의 교회탑에서는 매시간 트럼펫을 불어 시간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저녁 무렵에 광장에 도착해서 꽤나 오래 머물렀지만, 트럼펫 연주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1시간을 넘기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나팔수는 연주하는 구슬픈 가락의 헤이나 마리아키(Hejnał mariacki)는 마무리되지 못하고 중간에 끊어진다고 합니다. 사연인 즉은 13세기 몽골군이 침입하였을 때, 한 트럼펫 연주자가 피난을 떠나지 않고 교회의 탑에 올라 트럼펫을 불어 적의 침입을 알렸다고 합니다. 연주자를 발견한 몽고군이 쏜 화살이 트럼펫을 부는 연주자의 목을 관통하였고, 그 바람에 연주가 중단되었던 것입니다. 후세의 나팔수들은 이 용감한 트럼펫 연주자를 기리기 위하여 트럼펫 연주를 중간에 중단하게 된 것입니다.

에릭 켈리가 1929년에 발표한 <크라쿠프의 트럼펫>은 목숨을 걸고 몽골군의 침입을 알리려 했던 나팔수의 이야기를 실마리로 하여 마법의 수정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옛 이야기는 연주를 이어가지 못하고 말았지만, 이야기 속의 나팔수는 헤이나 마리아키(Hejnał mariacki)를 완주함으로써 적의 음모를 알리는 기지를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폴란드왕국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멀리 타타르까지 얽혀 힘을 겨루는 역학관계는 물론 크라쿠프 사람들의 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타타르의 침공을 받아 성당이 불타는 피해를 입었지만,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점에는 직물회관에 타타르 상인들이 몰려들어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표면상의 평화가 유지되면서 타타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왕래를 하고 있었음을 알겠습니다.

작가가 소개하기로는 직물회관에는 크라쿠프는 동서를 잇는 커다란 국제도시였고, 직물회관에는 카자흐, 루테니아, 독일, 플랑드르, 체고, 슬로바키아, 헝가리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성모승천성당의 나팔수가 하는 일은 매 시간마다 나팔을 불어 시간을 알리는 일과 동서남북으로 열려있는 창문을 통하여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일, 그리고 도시를 굽어보면서 화재가 발생하는지 감시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크라쿠프에 있는 집들은 앞면만 돌로 되었을 뿐, 목조건물이 많아 지붕에 불티라도 튀면 쉽게 불이 옮겨붙곤 했다는 것입니다.

왕국이 멸망한 뒤로 폴란드는 오랫동안 전쟁을 겪기도 하고, 한때는 나라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성모승천성당의 탑에서 울리는 헤이나는 폴란드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새기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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