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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이 아닌 분별, 공감이 아닌 대립이 더 우세해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분별과 대립이 강화될수록 몸은 뻣뻣해진다. 가질수록 헛헛하고 누릴수록 막막해진다. 그럴 때마다 가슴 밑바닥에서 메아리친다. 다시 ‘처음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매 순간 만물과 교감하고 싶다고. 예수, 니체, 이탁오 등 동서양의 현자들이
어린아이의 마음을 회복하라고 외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쓰기의 원리도 그러하다. 사물을 ‘처음처럼‘ 만나고, 매 순간 차이를 발명해 내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것, 이것이 글쓰기의 동력이다. 인류가 처음 천지 사이에‘ 우뚝 섰던 태초의 신비로 돌아가는 길이자 갓난아기가 처음 세상과 만나는 그 순간을 일깨우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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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삶은 ‘레알’이다. ‘레알’에 충실하려면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일상의 악마는 소비와 부채다. 그 악마에게 낚이지 않으려면 생활의 전 과정에서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치밀하게 단호하게! 다행히 요즘엔 전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즘’이 부상하는 중이다. 일본에선 필요 없는 물건을 없애고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0엔 생활의 추구’가 대세라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의 물질적 풍요에 질린 점도 크다. 솔직히 중산층 아파트를 장식하는 온갖 인테리어와 상품들 중에 꼭 필요한 것이 얼마나 될까? 또 그 물건들과 교감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긴 그 이전에 아파트 자체가 주거 공간이 아니라 거대한 상품이다. 거기에서 좋은 삶,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기는 애당초 글렀다. 그러니 그런 삶에 회의가 드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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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 글은 우리에게 멈출 것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멈출 수 있게 해 주기도 합니다. 나이 들었을 때 꼭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 한 가지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를 멈추는 방법입니다. 물론 어떤 책이 나에게 정말 잘 맞는 책이라면 수다를 중단시켜 줄 것입니다. 적어도 그 책을 읽는 동안만은, 그 책에 사로잡혀 있는동안만은 ‘나‘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의 육체라는일종의 유니폼을 뭔가 아주 재미있는 방식으로 벗어던지고 다른 누군가의 외피라는 유니폼을 입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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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이 하는 일은 ‘생각을 멈추라‘ 라고 말하는 일입니다. 기대를 멈추라고, 과거에 발목 잡혀 살기를 멈추라고, 미래만 꿈꾸며 살기를 멈추라고, 무슨 일을 하고 있든 그 일을 멈추고 여기에 주목하라고, 뗏목에 몸을 싣고 미시시피강을 떠내려오는 소년과 흑인 남자에게, 아비인 자신에게 세 딸 중 둘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탓에 미치광이가 되어 황야를 헤매는 늙은 왕에게 주목하라고, 사랑에 실패한 뒤 달리는기차에 뛰어들기 직전인 안나 카레니나라는 젊은 여인에게 주목하라고, 문학은, 다른 무엇을 말하기에 앞서, 주의를 기울이라라고 말합니다. 지금 무엇을 하든 그 일을 멈추고 주의해서보라고, 개구리든, 왕이든, 뗏목에 탄 흑인이든 그것에 사로잡히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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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온 세상이 캄캄해 보일 정도로 희망이 사라진 날, 정말이지 지독히 외로운 날, 그런 날일수록 시를 찾고, 노래를 하며, 누가 뭐래도 나를 믿어 주는 한 사람을 떠올려 보라. 빛은 실재이고 어둠은 결국 현상에 불과한 것. 빛이 없어 어두운 것이지 어두워서 빛이 없는 건 아니기에, 빛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어도 어둠이 빛을 몰아낼 수는 없는 것이기에, 우리의 절망과 슬픔은 끝내 소망과 기쁨에 무릎을 꿇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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