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와 함께 걷는 40일 - 우리 모두 예언자입니다
안드레아 슈바르츠 지음, 황미하 옮김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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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 다시 니네베로 돌아올까요? 다시 말하죠. 역사적으로 니네베는 당시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니네베는 오늘날에도 존재합니다. 니네베는 이곳에, 또 세상 곳곳에 존재합니다. 니네베는 상징입니다. 사람들의 죄악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시대라면바로 그 시대를 가리키는 말이고, 또 그러한 곳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요나가 가야 할 큰 성읍 니네베는 오늘날 대도시를 끼고 흐르는 마인 강, 테베레 강, 허드슨강 주변에도 존재합니다. 니네베는 내 안에 있고, 여러분 안에도있습니다. 니네베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우리가 다니는 학교, 우리 직장에도 존재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다니성당에도 존재합니다. 사람들이 삶을 제대로 영위하지못하고 억압받는 곳, 인간 스스로 삶을 망가뜨리는 곳은모두 니네베인 것입니다.

"일어나 니네베로 가라!" 하느님은 요나에게 단호히 명령하십니다. 요나는 새롭게 일어나야 합니다. 하느님께 자신을 열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요나는 니네베로 갑니다.
그곳 사람들이 일어나도록, 그들이 하느님의 뜻에 자신들을 새롭게 열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것이 요구이자 도전입니다. 요나가, 니네베가, 그리고우리가 맞서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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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20년 뒤인 2017년,
<녹기 전에>를 오픈했다.
일하다 보니 종종 삶이 생각났고,
살다 보니 자주 일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산다는 것, 일을 한다는 것은결국 그 앞에서 어떤 태도를지닐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것을.

좋은 기분은 씨앗과 같습니다.
가게가 내뿜는 좋은 기분은반드시 사람들과 사회로 퍼져나가고,
사람들과 사회의 좋은 기분도반드시 가게로 돌아옵니다.
지속가능하다는 것은바로 그런 관계를 말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녹기 전에>의 ‘아이템’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화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시간이라는 것보다 오래가는 화두는 없습니다. 영원조차 시간에 속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느끼는 좋은 기분이나 행복이라는 개념도 사실 시간을음미하는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보내기 아쉬운 시간, 잔잔한 물속에서 부드럽게 헤엄치듯 손끝으로 밀어 보내는 시간이 행복이며, 폭포 같은 물을 온몸으로맞으며 얼른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시간이 불행입니다. 시간 속에는 사람이 있고, 사랑이 있고, 환경이 있고, 공동체가 있고, 미래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라는 개념을 넘어 시간의 존재와 흐름을 나타내주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시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두 만족시키고 나아가 우리 사회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 방법, 새삼스럽지만 리테일의 희망은 바로 접객에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마음에 가닿는 일이 결국 모든 사람의 마음에 가닿는 일이라 믿습니다. 특히내부 구성원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해야 그것이 매끈한 이음새로 외부에 공유될 수 있고, 나아가 사회 전체에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에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알게 모르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좋은 기분은 씨앗과 같습니다. 가게가 내뿜는 좋은기분은 반드시 사람들과 사회로 퍼져나가고, 사람들과 사회의 좋은 기분도 반드시 가게로 돌아옵니다.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바로 그런 관계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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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박찬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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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천초라는 게 바다에 무성하게 자라면 작업하는 해녀 발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다 합니다. 저 검은 바닷속은 순간에생사가 갈립니다. 그래서 하늘 천(天) 풀 초(草)라고 하는 이도있어요. 하늘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나요. 바다 밑은 용궁이고, 저 위는 하늘입니다. 어쨌든 그 위험한 천초를 싫어하는 해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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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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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다가 갑자기 흥미로운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 그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기계적으로 글자와 문장을 따라갈뿐, 이미 책은 안중에도 없을 때가 있다. 무엇을 읽었는지도 모르고 방금 읽은 내용도 기억하지 못한 채 책장만 넘긴다. 당신의 영혼은 자신의 짝인 동물성에게 책을읽으라고 명령은 해놓은 채, 정작 자신은 딴생각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31~32쪽) 정신의 딴청, 홀로 멀리 다녀옴. 이것을 여행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침대, 형이상학, 벽에 걸린 그림들, 개와 하인, 편지, 여행용 외투(실내복), 마른 장미, 여인들, 서가…………모두 여행지가 된다.

당신은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어디로? 물론당신의 방으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당신 마음이다. 낡은 의자, 책이 쌓인 책상, 보석함, 거울, 옛날 사진………새로움은 언제나 ‘숨어 있다. 상상하는 눈이 그것을 찾아낸다. 『내 방 여행하는 법』이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재료 그대로를 먹는 건 더 좋다고 말한다. "나는 요리하는 여성이 아니다. 나와 생각이 같은 다른 여성들을 위해 한마디하자면, 나는 여성이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화덕 앞에 머물며 음식을 만들고 가사에 매여 있을 필요가없다고 주장한다. (・・・) 나는 요리보다는 좋은 책 읽기(혹은 쓰기), 좋은 음악 연주, 벽 세우기, 정원 가꾸기, 수영,
스케이트, 산책 등 활동적이고 지성적이거나 정신을 고양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40~41쪽)

상상력, 나아가 사는 형식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미디어에 ‘먹방‘이 차고 넘친다. 누군가 추천한 식당에 사람이 몰린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행위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다만 이 무분별한 쏠림 현상, 획일화되는 욕망, 식탐을 조장하는 지금의 음식 문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걸세." 장자의 답이 근사하다.
"자네는 그 큰 나무가 쓸모없다고 걱정하지 말고, 그것을 ‘아무것도 없는 고을‘넓은 들판에 심어놓고 그주위를 하는 일 없이‘ 배회하기도 하고, 그 밑에서 한가로이 낮잠이나 자게 도끼에 찍힐 일도, 달리 해치는 자도 없을 걸세. 쓸모없다고 괴로워하거나 슬퍼할 것이 없지 않은가?"(53~54쪽)

개운한 대답이다! 쓸모없기론 예술만한 게 없고 모든예술(혹은 고매한 사상)은 크고 보기 좋은 나무 같아서두고 봐야지 베어 쓰려고 하면 딱히 쓸데가 없는 것이다. 장자는 쓸모없음의 큰 쓸모를 역설한다. 그의 이야기는 책장에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장을 뚫고 나온다. 눈감고 상상해보라. 책을 벗어나 ‘붕‘처럼 활개치며 하늘을 나는 이야기들을! 실제로 동서양의 많은예술가와 철학자들이 장자를 흠모했다고 하니, 이 이야기들은 멀리 또 높이 날아본 게 분명하다.

골드문트는 세상을 지배하는 이원적 구도에 의구심을 가진다. 소설 끝자락에서 수도원장이 된 나르치스와 속세를 관통한 늙은 예술가 골드문트는 재회한다.
수도원의 삶이 수련인 것처럼 속세의 삶 역시 수련이다.
치열히 살아온 골드문트는 혜안을 가진 노인이 된다. 좋은 노인이 되는 것, 그것은 가장 좋은 성장이다.

인간됨의 본질이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결국엔 생에 패배하여 부서질 각오가 되어 있는 것" (455쪽)이라고 생각했다.
대의보다 사랑, 승리보다 패배를 좇는 ‘똑똑한 남성‘이어디 흔한가? 촌철살인을 무기로 가진 그는 사실 너무따뜻한 칼‘이었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고 한 조지 오웰.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창을 두고 그와 마주앉은 기분이 든다.
투명하고 따뜻한.

모든 작가의 첫 걸음에는 그의 마지막 걸음도 묻어 있는 걸까?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의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 생활에는 생각할 자유, 잘못 생각할 자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을 자유,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하고 나를 나 자신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나는 점토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점토는 틀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64쪽)

이 짧은 소설을 앞에 두고 질문해본다. 가족을 탄생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가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은 사랑해서 필요한 것인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인가? 우리는 결국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가.

카페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데, <엘리제를 위하여>가 흐른다. 피아노를 배울 때 누구나 한 번쯤연주해보던 곡, 후진하는 트럭에서 흘러나오던 곡, 어느집 초인종을 누르면 나오던 소리, 집 전화벨로 쓰이던익숙한 멜로디! 베토벤은 이 곡이 ‘일상 속 음악‘이 될 줄알았을까? 자기 음악을 이렇게 사용하는 걸 그가 좋아할까 생각해보다 깨달았다. 이게 고전이구나! 고전은 벽장에 모셔두고 기리는 작품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고 ‘사용하는‘ 작품이구나! 오래되어 가치와 역사를 지닌 것, 사람들이 공공재처럼 사용하고 누리는 것,
예술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변주되어 재탄생하는 것이진정한 고전이다!

나를 마셔요이 짧은 문장에 매혹되고 싶어 이 책을 자주 읽는다.
이걸 마셔야 모험을 지속할 수 있다. 앨리스는 매번 시도하고 매번 달라진다. 그다음 이렇게 말한다.
어? 기분이 참 이상하네! 내 몸이 망원경처럼 줄어드나봐! 양초처럼 점점 작아져서 사그라들지도 몰라. 그럼 난어떻게 되는 거지?(19쪽)교훈 같은 건 없을지도 몰라요 (139쪽)하루 동안의 모험으로 앨리스는 자신이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된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판타지와 모험물의 고전이다. 모험의 주인공이 여자아이인 것도 이야기

"그게 뭔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거지."
"존중하는 건 또 뭐고!"
"다른 사람이 믿고 싶은 걸 믿게 두는 거지!" (41~42)

여름의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환하다. 슬픔은 있어도 청승은 없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지만 무엇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슬픔도 기쁨도 이야기 사이에 풀잎처럼 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일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읽는 동안 자주 웃고 울었다. 할머니와 보내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역시 소피아처럼 할머니의 잃어버린 틀니를 소파 아래서 찾아준 적이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순진함이요,
모든 순진함은 생각하지 않는 것………ㅡ 양 떼를 지키는 사람 중에서」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진하지 않은사람이다. 생각을 멈추지 않는 사람, 이해를, 앎을, 계산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화가 세잔 역시 "생각이 모든것을 망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시의 세계에서생각은 바보들의 무기일지 모른다. 페소아의 시에는 시의 원형, 언어가 움트기 전의 에너지, 생각이 탄생하기전 감각의 형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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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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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공들여 말하기, 읽기는 공들여 듣기.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은 공들여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요, 공들여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요? 저는 공들여 듣기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인데요. 어쩌다보니 공들여 말하기를업으로 삼아 지금도 공들여 말하는 사람이 되어 있네요.
이상한 일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요.

고전이란 해석으로 탕진되지 않은채 온전하게 살아남은 책입니다. 읽고 또 읽어도 닳지 않는 책입니다.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도 소문을 등지고 커다래지는 책입니다. 우리 곁에 유령(교차로의 유령!)처럼 남아 일상에 스며드는 책입니다. 작가는 죽고 없는데 이야기는 살아남아 여전히 세상을 여행하는 책입니다. 시간의 상투성과 세월의 무자비함을 견디고 목소리의 생생함을 간직한 책입니다.

"이봐요! 길을 잘못 들었으면 그냥 잘못 가세요! 위험하니까 계속 잘못 가시라고요!"
저는 목례하며 재차 사과했습니다. 운전을 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 말이 생각났습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그냥 잘못 가라. 이 말이 화두처럼 다가와 그날이후 지금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운전에 국한된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요. 이미 길을 잘못 들었는데무리해 움직이다. 그러니까 한 번도 틀리지 않으려고 하
다 사고가 나는 거구나, 깨달았지요. 길을 잘못 드는 것,
헤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덜 다치는 거라고요. 무엇보다 누군가 제게 ‘잘못 가라‘고 지시하는 일이 신선했습니다. 다들 제대로 가라, 틀리면 안 된다, 잘 가야 한다고 주문하는 세상에서요. 도처에 스승입니다. 우리가 타인의 말을 듣기만 한다면요.

가을꽃들은 아지랑이와 새소리를 모른다. 찬 달빛과 늙은 벌레 소리에 피고 지는 것이 그들의 슬픔이요 또한 명예다. (39쪽)
나는 좋은 산문의 조건을 이렇게 꼽는다. 말하듯 자연스러울 것, 관념이나 분위기를 피우지 않고 구체적으로 쓸 것, 작가 고유의 색이 있을 것, 읽고 난 뒤 맛이 개운하고 그윽할 것. 『무서록』은 이 조건을 모두 갖추고도다른 장점이 많다. 좋은 작가의 글이 그렇듯 소소한 소재로 뜻밖의 깊이를 끌어낸다. 고아한 문체를 뽐내지만친근하다. 한자어와 고유어가 균형 있게 쓰인, 옛 어투를 읽는 재미가 있다.

고전에서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이태준 역시 「고전」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완전히 느끼기 전에 해석부터 가지려 함은 고전에틈입자임을 면하지 못하리니 고전의 고전다운 맛은알 바이 아니요 먼저 느낄 바로라 생각한다."(115쪽) 그러니 좋은 책은 알아먹기보단 우선 ‘느껴보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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