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

주홍글씨에 등장하는 헤스턴과 딤스데일 목사는 당시 청교도가 정죄하는 간음죄를 저질렀다. 헤스턴은 남편 없이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헤스턴의 간음이 모두에게 알려지고 가슴에 간통을 의미하는 Adultery의 첫 자 A를 따 주홍글씨로 새긴다. 한편, 교회에서 큰 칭송과 영광을 받고 있는 딤스데일 목사는 차마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앓게 된다. 헤스턴의 남편이었던 칠링워스는 자신의 신분을 의사로 위장하여 딤스데일 목사를 치유해주는 척하며 목사의 예민한 양심을 괴롭히고 종국에는 목사 스스로가 자신의 영혼을 갉아 죽음에 이르게 하려 한다. 결국 딤스데일 목사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되고, 헤스턴과 그녀의 딸은 마을을 떠나게 된다. 한편, 칠링워스는 나중에 헤스턴의 딸인 펄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는 선행을 베푼다.

이 소설에서는 선인과 죄인이 구분되지 않는다. 청교도의 관습에 따르면 물론 헤스턴과 딤스데일 목사는 죄인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죄를 진심으로 회개하고 더이상 그런 죄를 짓지 않으려 노력한다. 한편, 칠링워스 경우 간통죄를 짓진 않았지만 딤스데일 목사를 괴롭히며 그가 자책감에 죽게 만드는 태도는 역시 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말에서 칠링워스가 헤스턴과 딤스데일 목사의 딸인 펄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볼 때 자신의 죄를 뉘우쳤다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죄인들은, 어쩌면 죄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인간 그 자체다.

어떻게 사람이 아무 죄도 짓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고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죄가 희어지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은 ‘간통’이라는 단어를 ‘유능한’이라는 단어로 바꿀 수 있으며, 뿌리깊은 편견도 서서히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 ‘너희 죄​가 주홍 같을찌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찌라도 양털 같이 되리라’는 구절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든 다른 사람들과 두드러지게 구별이 된다 하더라도, 남을 방해하거나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일종의 존경까지 받을 후 있다. 헤스터 프린 역시 그러했다. 본래 인간의 본성이란 이기심이 일지 않는 한, 남을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기가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처음에 미워했던 마음이 있었다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받지만 않는다면 서서히 사랑으로 변하는 것이다.

주홍 글씨는 그녀의 소명을 상징했다. 일을 하는 힘도, 남을 동정하는 마음도 강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제 주홍 글씨 ‘A’를 본래의 뜻대로 해석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주홍 글씨 ‘A’가 ‘유능한(able)’과 같은 뜻이라고 풀이했다. 헤스터 프린이 보여 준 강한 힘은 그렇게 일컬어질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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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8-23 0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어제 고 이은주 님의 영화 <주홍글씨> 보고, 이글 읽으니 반갑고도 새롭습니다. ^^

아트 2018-08-23 11:02   좋아요 0 | URL
그런 영화가 있군요~ 저도 한 번 봐야겠습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8-08-23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읽고 갑니다^^

아트 2018-08-23 11:03   좋아요 1 | URL
네~ 혠님도 얼른 리뷰 써주세요 보러가게ㅎㅎㅎㅎ

2018-08-23 11:20   좋아요 1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