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한글날이다.

요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덕분에 한국어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나도 기분이 좋다.

 

요즘 공부를 좀 하다 보니 우리말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자모가 몇 개인지는 알아도 한글 자모가 몇 개인지, 

어려운 영어 발음은 다 구분해도 한국어 표준 발음이 무엇인지,

한글이라는 이름이 왜 생겼는지...

 

잊었던 걸 되새기기도 하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데

공부의 부작용도 있다. 

표준 발음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나니 남편의 잘못된 발음이 귀에 들어와 몇 번 지적했더니 대노하시더라~ 

덕분에 남편하고 말다툼까지 했다. 자기는 고치고 싶지 않으니 다시는 지적하지 말란다. 그래서 헐~~

 

요즘 내가 보고 있는 책들이다.

 

우리 삶에서 한글의 역사적 의미보다 문자로서 갖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글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지만 이제는 언어의 문제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학문 등 전문 영역의 언어로 쓰여져야 우리 한국어가 더 고급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생활 언어로만 쓰이는 언어는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단다.

 

사용하지 않는 언어는 사라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우리의 삶과 문화가 깃들어 있는 한국어를 열심히 쓰자. 무분별한 영어 사용은 하지 말자.

 

 

 

 

일본인 노마 히데키가 쓴 한글에 관한 책.

한글이 태어나게 된 배경에서부터 중국 글자인 한자, 일본 글자, 그리고 우리 한글을 비교하면서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 글자인지 이야기한다.

세종이 한글을 얼마나 깊은 연구 끝에 만들어냈는지

최만리 등이 한글을 반대한 진짜 이유는 뭔지

한글이 창제된 후 우리 민중의 글자로 뿌리내리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등

아주 흥미롭다.

일본 학자가 한글에 대해 이렇게까지 우수하고 자랑스러운 문자라고 극찬한다는 게 좀 신기할 정도다. 책에서 주시경 선생에 대해 극찬을 하더니만 올해 한글날 주시경 학술상을 수상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니 문법을 세밀하게 알 필요가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는 책이다. 

 

알고 있는 문법도 설명하기 애매한 것들이 있는데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이 두 권의 책이 많은 도움이 된다. 1권은 체계에 대한 설명이고 2권은 용례 편이다.

 

처음엔 뭘 모르고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공부하면서 가르치니 이제야 한국어 선생의 매력이 슬슬 느껴진다. 하지만 문법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

 

 

 

 

아이들 보라고 사둔 책인데 내가 요긴하게 보고 있다. 우리 아들이 이 시리즈를 보면서 맞춤법 교정이 많이 되었다.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절대 만화책이라고 무시하면 안 됨.

 

맞춤법은 공부를 해도 늘 어렵다. 이 책에서는 규칙 설명도 공식처럼 간단 명료하게 제시했고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례를 들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1권 맞춤법 편은 내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된 책인데 올해 복수표준어로 인정된 39개의 단어 때문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다. 오늘 아침 출판사에 확인해 보니 연말에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1권은 연말에 개정판이 나오면 다시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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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0-0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한테 운전배우다 부부싸움하고 이혼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국어 때문에 싸웠다는 말은 처음 들어요.ㅋㅋ
잘못 쓰는 건 고쳐야 되는데 알면서도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지요.ㅠ
한글날이니까 많은 분들 보시게 서재 메인에 뜨도록 추천 팍팍 눌러줍시다!^^

소나무집 2012-10-09 09:14   좋아요 0 | URL
발음 때문에 대판 싸웠는데 그 일로 묵은 감정까지 다 들춰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직도 서로 속으로는 꽁하고 있어요.^^

프레이야 2012-10-09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한글날이죠. 저도 추천!ㅎㅎ 근데 표준발음은 어떻게 어디서 배우나요?

소나무집 2012-10-09 10:13   좋아요 0 | URL
네이버에 표준 발음을 치면 쫘~악 나오고요,
국립국어원에 들어가도 어문 규정 등이 자세히 나와요.
국어 사전에서 단어 옆에 있는 [ ] 안에 발음 기호가 나와요.
우리말 표준 발음이 어려운 건 규칙도 많고 그 규칙에 예외도 상당히 많다는 데 있어요.
그래서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영어보다 발음이 훨씬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나운서들이나 표준 발음에 맞춰서 말을 하지
일반인들은 표준 발음에 100% 맞게 발음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걸 알았어요.
 

그녀는 네팔에서 왔다. 지난 3월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한국에 온 지 5개월쯤 지난 상태였다.

그동안 남편과 살면서 익힌 한국말을 어휘 나열 수준으로 하고 있었는데 발음이 아주 정확했다.

하지만 배치평가를 한 결과 0점. 한국어를 읽고 쓰는 건 전혀 못했다.

 

반나절이면 익힐 수 있다고 소문난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서 소리를 익히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내가 가르친 대부분의 그녀들은 일주일, 길어야 이주일 정도면 읽을 수 있었는데...

하지만 그것도 완전하지 않아서 물어볼 때마다 틀렸고

아주 쉬운 단어 받아쓰기도 10% 이상 맞추질 못했다.

특히 'ㅏ'와 'ㅓ' , 'ㅗ'와 'ㅜ' 구분을 못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한숨이 푹푹 나왔지만 길게 가기로 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그녀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빼고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기를 시켰다.

내가 먼저 읽고 따라 읽게 하고.... 한 과를 다섯 번 이상 복습했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읽기에 집중하고 의미랑 문법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그녀에게 쓴 최고의 교수 비법은 "참 한국말을 잘한다"는 칭찬이었다. 

읽고 쓰는 것에 비해 발음이 좋았기 때문에 늘 그 부분을 칭찬했다.

참고할 한국어-네팔어 사전이 없어서 그녀도 나도 더 힘들었다.

 

그렇게 7개월이 지나고 20과까지 있는 초급 1권 책을 끝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1권을 끝내서 나도 기뻤지만 그녀도 정말 좋아했다.

그리고 시작된 2권 진도는 1권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나가고 있다.

1권에서 기초에 투자한 시간이 많다 보니 2권은 새로운 어휘와 문법만 설명해주면 쉽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외국어를 가르치면 결국 되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느낀 건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것만큼이나 끈기와 노력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학생에 대한 애정은 기본~

같은 기간 적극적인 학습자는 3권까지도 진도를 나가는 걸 보면 분명 가르치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

올해 만난 그녀들 중 두 명은 나에게 끈기가 뭔지를 체험하게 해주고 있는 중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서 금방 배울 것 같지만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입국 초기에 선생님들에게 체계적으로 배운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한국어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다음 주 네팔에서 온 그녀가 아기를 낳는다. 아이 낳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 지금 찾아보니 네팔어 회화 사전이 나온 게 있네.

다문화센터에 이거라도 구입해 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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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9-2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래서 보람이 더 크겠고요!^^

소나무집 2013-11-21 20:42   좋아요 0 | URL
네 자기가 잘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가질 줄 아는 착한 사람이에요.
말을 잘 못하던 이가 어느새 한국어를 제법 하는 걸 보면 보람이 커요.^^

프레이야 2012-09-2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힘들었지만 소나무집님 그만큼 보람도 더 크겠어요. 제 친구도 이주여성 한국어 가르치는데 힘들어도 그만두지 않는 거 보면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나 봐요. 추석 잘 지내세요.^^

소나무집 2012-10-02 07: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힘들긴 한데 그녀들과 함께 하면서 찾아오는 보람 때문에 선생님들이 그만두지 못하는 것 같아요. ^^
 

학교 폭력 때문에 초등학교까지도 야단이다.

이번 주는 인성교육 주간이라고 해서

국어 시간에 교과부에서 특별 제작한 교재로 인성 교육 수업을 했다.

며칠 전 부모들도 불러다 교육을 한 모양인데 난 안내문만 보고 못 갔다.

 

아들이 책상에 던져놓은 교재를 들춰보니 내용이 참 좋다.

 

함께해서 행복한 학교

우리가 만드는 행복한 언어

공감 톡톡

 

이런 저런 활동을 많이 하게 되어 있는 활동지 형식의 교재인데 우리 아들의 책은 깨끗하다.

그냥 선생님이 말로 빨리빨리 수업을 진행한 것 같다.

왜냐 이번 주 안에 해치우라고 했으니까...

형식적으로 수업을 했다는 게 딱~ 보인다.

 

인성 교육이라는 게 어디 세 시간 말 몇 마디로 공부시킨다고 되는 건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생활 속에서 스며들도록 해야 하는 것을.

 

아들네 반에선 이 수업을 하고 시화 그리기를 한 모양이다.

어설프긴 하지만 그래도 친구들하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풀과 나무에 비유해서 간결하게 표현했다.

 

 

    풀과 나무처럼

 

저 화단에 있는 풀들

생김새도 다 다르지만

옹기종기 친구들과 어울리는 

풀들을 봐

 

저 숲에 있는 나무들

키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친구들과 잘 지내는

나무들을 봐

 

우리 반을 봐

모두들 제각각이지만

풀과 나무처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아들의 시에서처럼 모두 제각각인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한 가지 모델로만 이끌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어울려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선생님도 아이들 하나하나 애정어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기니까.

물론 가정에서도 많은 신경을 써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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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9-0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시네요,,

소나무집 2012-09-10 09:10   좋아요 0 | URL
모든 아이들이 풀과 나무처럼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늘바람 2012-09-08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네요 풀과 나무들처럼

소나무집 2012-09-10 09: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희망찬샘 2012-09-11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보니 수업을 참 멋지게 잘 하신 것 같은데요. 아니면 학습자가 훌륭한가?!!!
아이들을 잘 키우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요즘 많이 실감합니다. 의사소통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교사와 아이와의 라뽀형성이 학급경영의 제일 첫 단추인 것도 같고... 공부가 많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소나무집 2012-09-10 09: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엄마랑 아이들도 그렇고, 선
생님이랑 아이들도도 그렇고, 아이들끼리도 의사 소통이 제일 중요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서로들 의사 소통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냥 뭐하며 사는지 모르겠어요.

희망찬샘 2012-09-11 21:09   좋아요 0 | URL
오타가 많았군요. 그래도 훌륭하신 소나무님은 다 알아서 해석해 주셨네요. 감사^^
맞아요. 요즘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아이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인 것도 같다니까요. 아니, 아마 그래서 그런 걸 거예요.

책읽는나무 2012-09-1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폭력,아동 폭력,성 폭력...
요즘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입니다.ㅠ
모든 것은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에게 해주는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같아요.
아드님의 시가 마음을 흔드네요.^^
시를 읽으면서 과연 인성교육이 중요하단 것을 실감해요.


소나무집 2012-09-21 08:52   좋아요 0 | URL
인성 교육을 어디까지 어떻게 시켜야 할지 그게 부모 노릇만으로 되는 건지...
사회도 함께 노력해야 할 것 같은데 참 어렵지요?

순오기 2012-09-2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폭력, 왕따~~~ 기타 등등의 문제들은 결국 한줄 세우기 교육의 결과고 폐해라고 생각돼요.
아드님의 마음이 시에 담겨 있네요.
그럼요, 제각각이지만 그걸 인정해주면 잘 지낼 수 있지요.^^

소나무집 2012-09-21 08:53   좋아요 0 | URL
이 정권이 바뀌면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어요.
그동안 아이들은 피해 당할 것 다 당한 채 숙쑥 자라 있을 텐데...
 

아들이 여름 방학을 하면서 가져온 권장 도서 목록이다.

10권 정도 빼고는 거의 집에 있는 책들.

없는 책 중 <열일곱 살의 털>은 사줘야겠다.

 

어찌어찌 방학이 다 지나가고 딸은 지난 주 목요일에,

아들은 어제 개학을 했다. 

난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사는데

세월은 참 후딱 잘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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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8-2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개학을 했군요.
우린 담주에 개학을 하네요.휴~
방학을 하면 개학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아이들 개학만 하고 나면 이상하게 일 년이 훌떡 지나가버린 듯한 기분이 들곤 하더라구요.아이들도 빨리 자라고,동시에 엄마들은 빨리~~~ㅠ
아이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 많으셔요.^^

소나무집 2012-08-23 09: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번 방학은 유난히 짧았어요.
제주 시댁이랑 태안 친정에 한번씩 다녀오니 끝이더라구요.

울보 2012-08-2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가 읽은 책이 14권이나 되네요,,
ㅎㅎ 제가 류에게 책을 좀더 빠르게 권하고 있나, 싶네요,,
멋진책이 참 많아요, 저도 읽은책이 눈에 꽤 들어오는데,,우리딸은 개학하고 내일 회장선거한다고 지금 혼자 끙끙거리고 있어요,ㅡ

소나무집 2012-08-23 09:03   좋아요 0 | URL
엄마가 꼼꼼하게 잘 챙겨 주니까 류가 앞서서 읽게 되는 걸 거예요.

희망찬샘 2012-09-0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10권 읽었다네요. <방구 아저씨> 곧 배울거라서 <<마사코의 질문>> 중 <꽃잎으로 쓰는 글자> 권해주면서 책 소개했습니다. 좋은 책이 많이 올라와 있네요.
 

내가 요즘 팔자에 없는 주경야독을 하느라 쪼~매 힘들다. 원주에 와서 시작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국어지도사가 올해로 3년차가 되었다. 작년까지는 한국어 선생의 자격이 관련 학과를 나온 사람이었는데 올해 국어기본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한국어교원양성과정 120시간을 이수하고 정부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교수 경력 120시간 이상인 사람으로 강화되었다.

 

그 결과 지금 한국어 선생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120시간 교육을 받지 않으면 재계약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국가에서 인정하는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들은 사람만 한국어 선생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3월부터 거금(수강료만 100만원)을 내고 지역 대학교에서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듣고 있다.  

 

낮에 세 시까지 수업을 마치고 들어와서 집안일이랑 저녁 준비 간단하게 해놓고 월화수 연달아 하루 세 시간씩 밤에 가서 수업을 듣는데 수요일이 되면 아, 힘들다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형광등 불빛 아래 눈이 빠지게 ppt 강의안을 쳐다보며 필기를 하는 게 장난이 아니다. 늘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그나마 난 대학에서 전공도 했고 편집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강의는 어렵지 않았는데 관련 없는 일을 했던 분들의 한숨 소리가 강의실 이쪽 저쪽에서 터져나온다. 물론 나도 음운론이나 언어학, 문법론 같은 건 어렵긴 마찬가지. 교수님은 예습 복습을 하라는데 집에 들어오면 틈틈이 신경 쓸 일 투성이인 아줌마 처지에 그게 어디 쉬운 일이라야 말이지.

 

한국어교원 3급 국가자격시험은 6월에 교육 과정이 끝나면 9월에 필기, 11월에 면접... 최종 합격률이 10% 대라고 한다.1, 2차 모두 서울에 가서 봐야 하는데 강의 시간마다 교수들이 겁을 잔뜩 주니 시험에 대한 부담이 장난이 아니다.

 

***  혹시 한국어 선생님을 하고 싶은 분은 전국 웬만한 대학교(수강료는 대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듯)에 개설되어 있는 과정이니 미리 이수해놓고 한국어교원자격증까지 따시길...

 

*** 요즘 젊은이들에게 외국에 나가 한국어 교사를 하는 게 인기가 있는지 같이 강의를 듣는 대학생도 꽤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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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3-1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밥벌이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네요.
자격증 시대라 그걸로 밥을 버는 학교 포함 단체도 많고...이래저래 아줌마들만 봉이 됩니다.ㅜㅜ
열심히 주경야독하는 소나무집님을 응원합니다~ 아자아자!!

소나무집 2012-03-18 09:4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일로 밥벌이가 다 되는 것도 아닌데 요구하는 건 많고 그렇네요.
힘들긴 해도 공부는 재미있어요.^^

하늘바람 2012-03-1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소나무집님 응원해요 편집부에서 일하시기도 하셨군요
언제나 멋집니다
하지만 몸이 또 상하실까 걱정이에요

소나무집 2012-03-18 09:42   좋아요 0 | URL
편집부는 결혼 전에요.
그 경력이 아주 많은 도움이 되네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무스탕 2012-03-1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을 시작한지 한 달이 되어가요. 제일 먼저 부작용이 오는곳이 눈이네요. 왜 이렇게 눈이 아픈지 말이에요 =.=
하루종일 컴을 보고 일을 해서 그런가봐요. 조만간 돋보기를 맞추러 병원에 갈지도 몰라요 ㅠㅠ
건강 잘 챙기시면서 공부하고 일하세요~ ^^

소나무집 2012-03-18 09:44   좋아요 0 | URL
ㅋㅋ 님도 눈이 아프군요.
저도 눈이 아파서 주말에는 눈을 편하게 해주려고 눈 감고 쉬다가 잠만 자게 되네요.ㅎㅎ
저도 돋보기 생각이 가끔 나는데 할머니가 되는 것 같아서 차마 말도 못 꺼내고 있어요.

희망찬샘 2012-06-05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열정들이 대단하세요. 그리고 너무 멋지세요. 꺄악~ 저도 열심히 응원합니다.

소나무집 2012-06-05 08:58   좋아요 0 | URL
아이고 이제 담주면 끝납니다. 정말 올봄 사람 같지 않게 살았습니다. 아이고 시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