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탐미의 시대 유행의 발견, 개정판
이지은 지음 / 지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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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런 걸 횡재라고 해야 하나! 뜻하지 않은 선물로 받아든 한 권의 책이 이틀 동안 나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곁에서 아이들이 싸우고 난리를 쳐도 나는 책 속에서 빠져나와 아이들 싸움을 중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흥미로운 책이었다. 380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을 이틀에 걸쳐 후다닥 읽고 말았다.

지은이의 직업은 아트 오브제 감정사다. 참 낯선 직업이다. 우리가 <진품명품>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는 감정사쯤 된다고 보면 될까? 어쨌거나 그녀는 18세기 프랑스 가구와 생활사를 공부했고, 앤틱 오브제가 죽은 골동품이 아닌 옛 사람들의 살아 있는 숨결과 희로애락이 담긴 결정체임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이란 제목은 정말 잘못된 제목이다. 왜냐하면 알맹이는 뺀 흥미 위주의 제목이기 때문이다. 만일 솔직하게 앤틱 오브제 아트랑 관련된 제목을 붙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살 수도 있는 책이었지 싶다. 이 책은 16~18세기 프랑스 왕족과 귀족들의 오브제 속에서 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주므로 주인공은 사생활이 아닌 오브제가 되어야 했다는 얘기다. 아니 아무려면 어쩌랴. 한 번 책을 펼쳐든 이라면 쉽게 책장을 덮지 못하고 중세 프랑스 오브제의 역사 속으로 빨려들고 말일을.

금박으로 번쩍이는 고급스러운 책표지를 넘기면 각 장마다 그림이 한 장씩 나온다. 그림의 크기를 최대한 크게 살리기 위해 펼쳐 볼 수 있도록 편집했다. 뒷면에는 그 그림 속에 실린 오브제만을 강조해서 보여주고 본문이 이어진다. 당연 본문에서는 그림과 관련된 배경이나 인물, 가구 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오브제 아트를 말하면서 보여주는 수많은 그림들은 미술관 하나를 통째로 여행한 기분이 들게 해줄 정도로 대단하다. 그냥 그림만 본다 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은 단 한 장의 그림을 보더라도 찬찬히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인물 위주로 휙 지나칠 뻔했던 그림을 인물이 앉아 있는 의자나 들고 있는 유리잔에 포커스를 맞추어 꼼꼼하게 보고 또 보게 만든다. 저자는 의자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루이 14세가 사용하던 지극히 권위적인 의자에서부터 로코코 시대를 풍미하던 아름다운 의자까지 수많은 의자를 보여준다. 의자의 역사만 따라가도 프랑스 역사는 덤으로 알 수 있다. 프랑스 역사 속에서 큰 것을 위해 덮여버린소소한 이야기들은 이 책의 읽는 맛을 더해 멈출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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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08-1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에 쫒겨 쓰다 만 리뷰가 되었다. 다음에 좀더 보충해야겠다.

치유 2007-08-1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들어본 직업이네요..이 책 한번 찾아보고 싶네요..
소나무집님..리뷰를 보다보면 왜 이리 욕심이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어요..한번 보고싶은 책들이 날마다 늘어만 가니 말여요..
이번 여름이 막바지에 들어가고 잇지요??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개학해야 여름이 끝나는것같잖아요...님은 많은 손님들로 이번 여름을 보내셨지만 내년에는 님만의 가족들로 즐거운 시간 많이 가질수 있길 바래요..그러나 그들은 님의 수고를 잘 아실거에요..
저는 이번 여름을 정말 무의미하게 보내버린 듯 해서 아쉬움이 남을듯 해요..^&

소나무집 2007-08-31 01:16   좋아요 0 | URL
참 괜찮은 책이라서 한 권쯤 집에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아트북이거든요.
 
정직한 내집마련
김은혜 외 지음, 주택도시연구원 엮음 / 지안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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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이미 내집마련을 했거나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들은 볼 필요가 없는 책이다. 아직 내집 마련을 못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을 해야겠는데 너무 막연해서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겐 하나하나의 정보가 아주 유익하다. 몇 달만 지나도 변해버리는 부동산 정보들이 많은데 이 책에는 얼마전 뉴스에서 들은 듯한 최신 정보들까지 다 소개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엔 책이 너무 두꺼워서 부담스러웠으나 읽다 보니 버릴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정말 정직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늘려서 시리즈로 만들고 두 권으로 만드는 출판 시장의 흐름을 볼 때 이 많은 내용을 한 권으로 만들어낸 것만 보아도 이 책은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터넷이나 신문 뉴스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본적인 내집마련 정보가 이 한 권의 책에 다 들어 있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부동산은 단연 아파트이다. 따라서 이 책은 대부분의 지면을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준비와 나에게 맞는 아파트를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할애하고 있다. 비슷비슷하고 어렵고 헷갈리는 부동산 용어도 알아 듣기 쉽게 비교해놓아 한두 번 읽다 보면 금방 머리속에 들어온다. 

내집마련의 첫걸음은 청약 통장이다. 세 종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입해야 한다. 일단은 미리 준비해놓은 청약 통장이 있어야 아파트 청약이라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아파트 청약을 해보기 전에는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의 차이를 몰랐다. 무조건 청약 통장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청약을 하려고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통장은 청약부금이라서 원하는 아파트를 청약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내가 청약받고자 하는 아파트의 유형을 정하면 어떤 청약 통장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 분명해진다.

내집마련을 위해선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 주변에도 지난 가을 아파트 가격이 요동을 칠 때 무리해서 아파트를 장만한 이들이 있다. 대출받아가며 힘들게 아파트를 장만해놓고도 내집마련의 기쁨보다는 아파트 가격이 내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떨고 있다. 이게 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일시적인 분위기에 휩쓸린  데서 오는 불안감이 아닐까 싶다. 늘 주택 시장의 흐름에 관심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면 내집마련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최고의 재테크인 내집마련에 드는 돈을 마련하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끊임없이 저축 상품에 관심을 갖고 저축과 투자를 병행해야만 돈을 모을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은행에 있는 몇 가지 저축 상품 외에는 재테크 방법을 모르는 내게는 솔직히 이 부분이 제일 어렵게 느껴진다. 목돈마련을 위한 3억 만들기 포트폴리오를 보면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목돈마련에 대한 준비까지 되어 있다면 이젠 실제로 청약을 해보자. 직장이나 교육 여건, 주변 환경, 교통, 출퇴근 거리, 장래 발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나에게 맞는 아파트를 찾아야 한다. 아파트의 구조가 아무리 좋아도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입지 조건이 80%이기 때문에 환경을 제일 먼저 눈여겨볼 것을 권하다.

아파트에 당첨되거나 집을 산 후에도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저자들은 계약부터 등기에 이르기까지 법률 상식을 꼼꼼하게 알려준다. 집을 사거나 팔 때 내는 세금에 대한 부분과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해준다.

신혼 부부, 직장 새내기 그리고 아직 내집마련을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을 먼저 준비해라고 권하고 싶다. 내집마련의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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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8-0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한번 읽어야겠어요..
집을 사면서 요즘...세금이니.그런거 땜에..살짝 머리가 아프구..
제가 얼마나 무지하게 사는지..요즘 새삼 깨닫고 있거든요...
님...더운 날씨 건강하게 지내시지요??
시원한 바닷가,,,더위도 없을 듯하지만,,아참 태풍이 온다니깐,,준비 철저히..아시져???
기회가 되면..꼭 한번 찾아뵙고 싶은 분...가장 아름다운 곳에 사시는 님...ㅋㅋㅋ

소나무집 2007-08-06 10:03   좋아요 0 | URL
서평 도서라서 의무감에 읽었는데 이런 책은 누구나 읽어야 필독서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보가 없어서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님도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방학하자마자 서울 가서 8일 보내고 오니 밀어닥치는 휴가 손님에 오늘 아침까지 정신없었어요.

치유 2007-08-03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집을 사면서 세금을 그리 많이 내야 하는지도 몰랐었는데 하니님처럼 저도 놀라했었던 기억입니다.
소나무집님..저는 이제야 돈좀 모아 볼까??재테크좀 해볼까??하며 이런 저런 궁리만 하는데 제 버릇이 어디 가야 말이죠..혼자 피식 피식 내 욕심에 내가 넘어가고 있는중이라서 살던대로 살아야맘 편하겠다 싶답니다..하지만 이런 책들은 자주 봐줘야 한다는걸 요즘 실감 절감하고 있어요..
여름 잘 즐기고 계시지요??

소나무집 2007-08-06 10:0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보면서 보면서 내내 중얼거린 말이 있어요.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어야 하는 건데..."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할 책들인데 손이 잘 안 가는 게 탈이네요. 님이 보신 책 중에서도 추천해주세요.
대부분 서울 쪽에서 오는 손님들이라 한 번 오면 2박 3일은 기본이고 제가 좀 힘드네요. 내년부터는 일체 손님 안 받기로 결심중입니다. 날도 더운데 뜨거운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기 정말 힘들어요.
 
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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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경숙을 좋아했다. 이사하면서 수백 권의 책을  정리하고 왔건만 그녀의 소설들은 아직 우리집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인문학 책들은 다 꺼내놓으면서 유독 몇 박스나 되는 소설책은 표지를 닦아가며 다시 정리하는 내게 남편은 그것들도 정리하길 바랐다. 하지만 난 한마디로 남편의 말을 묵살해버렸다. "그것들은 내 젊은 날이야!"

이미 예민함을 다 잃은 내 감성이 다시 그녀의 소설을 꺼내 읽을 것 같진 않았지만 난 함부로 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소설가로 삶을 시작한 순간부터 난 그녀에게 몰두해 있었으므로 그녀의 소설을 버리는 건 나의 젊은 날을 송두리째 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어쩜 그래서 나의 이십대도 그녀의 문체처럼 늘 망설이고 안개가 낀 듯 선명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난 이제 사십이 되어 사십대의 신경숙이 쓴 소설을 읽는다.

신경숙 소설에서 중요한 테마는 언제나 사랑이다. 여기에서도 콜랭의 사랑과 더불어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강연의 사랑, 왜곡된 홍종우의 사랑, 그리고 두 여인의 사랑이 나온다. 그들 중 나는 두 여인의 사랑을 잊을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그 사랑을 다 받아들일 수도 없고, 행복한 듯 하지만 행복하지 않기도 한 여인 리진.

그녀는 정치적으로 어지러웠던 조선 말의 궁녀였다. 궁녀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사극 속에 등장하는 덕에 익숙하지만 그녀들은 왕이나 혹은 왕족을 돌보는 소리 없는 그림자였을 뿐이다. 늘 수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 속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 궁녀 리진의 삶이 기록으로 남아 있었고, 오늘 신경숙의 손을 거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의 1권을 읽는 동안 내내 가슴이 설레었다. 프랑스 외교관 콜랭이 첫눈에 반한 궁중 무희 리진을 데리고 파리로 떠나기까지 나도 함께 가슴이 떨리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초조해하며 리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날개를 펼친 새처럼 혹은 날아가는 꽃잎을 잡을 것처럼 춘앵무를 출 땐 나도 같이 그 아름다운 자태에 매혹당했고, 처음 보는 프랑스 요리를 거부감 없이 먹는 모습을 지켜볼 땐 콜랭과 함께 입가에 웃음을 띄우기도 했다.

콜랭이 당사자가 아닌 왕과 왕비 앞에서 리진에 대한 사랑을 고백할 땐 거부당하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다. 사랑이 날아가버릴까 봐 초조해하는 콜랭은 더이상 자국의 이익을 세우려드는 힘센 나라의 외교관이 아니었다. 그저 사랑에 애태우는 한 남자일 뿐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을 독립된 인간으로 대해준 콜랭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리진의 대사는 지극히 신경숙적이다. "나를 루브르에 데려가세요."

또 한 사람의 사랑 때문에 이 소설의 가치는 더 커지는 게 아닐까 싶다. 왕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의 민비는 대원군과 힘 다툼을 하다 결국 일본 세력에 의해 시해당하는 아주 강인하고 냉정한 인물이다. 하지만 리진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민비는 한없이 작고 외로우며 사랑을 가진 왕비이자 다정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자신의 백통 가락지를 빼어 프랑스로 떠나는 궁녀의 손에 끼어주는 것은 왕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 남자를 사이에 둔 그런 인연이고 싶지 않다고, 너를 보내는 가련한 나를 잊지 말라"는 말은 왕비에게 리진이 궁녀 이상이었음을 보여준다.

리진이 프랑스에서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는 것도 왕비의 사랑이 그리웠던 때문이다. 귀족의 부인으로 개화된 세상의 최고급 문화를 섭렵하지만 리진은 언제나 이방인었다. 리진이 프랑스에서 왕비에게 쓴 부치지 못한 편지 속에는 왕비에 대한 리진만의 극진한 사랑이 담겨 있다. 결국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길 포기하고 왕비의 품으로 돌아와 스스로를 종속시킨다.

어미 없는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아주었고, 사랑스런 소녀로, 그리고 아름다운 무희로 자라게 해준 왕비가 리진에겐 돌아가야 할, 자신보다 더 소중한 어머니였던 것이다. 결국 왕비가 시해된 후 리진은 죽음으로 왕비의 사랑에 보답한다. 리진의 시선을 통해 민비를 지켜본 나는 작가의 염원대로 민비에 대한 과거 기억을 완전히 지우고 말았다.

리진, 그리고 민비, 내 가슴 속에 오래 남을 이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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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가슴을 오래 울리는 리뷰에요. 신경숙 소설은 님의 젊은날!
리진의 시선으로 읽히는 민비.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많이 올라오던데
가장 잔잔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07-22 09:48   좋아요 0 | URL
소설 자체가 잔잔해서 읽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던 걸요. 신경숙의 글은 사물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특히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아주 작은 것들에요. 저는 주로 그런 것에 마음을 빼앗기곤 하네요.

치유 2007-07-2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통해 제가 책 한권을 읽어낸 느낌이에요..울림이 있는 리뷰에요..쓰고 보니 혜경님도 같은 댓글을 달아놓으셨군요..

소나무집 2007-07-22 09:51   좋아요 0 | URL
제 리뷰 속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도 많아요. 저는 주로 리진과 민비의 이야기만 했지만 프랑스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강연의 사랑이나 서씨의 사랑도 애절해요.

세실 2007-08-1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읽고 싶어 집니다. 참 맛깔스런 리뷰네요.
민비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하게 되는 군요.

소나무집 2007-08-3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너무 깊게 보지 않았어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그냥 푹 빠졌지요.
 
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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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는 내 마음이 짠해 온다. 부모 얼굴도 못 본 채 태어나 낯선 곳에서 성장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알만 낳고 새끼 얼굴도 못 본 채 죽음을 맞이하는 연어의 운명. 성인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부모의 도움을 받는 우리 인간들에 비하면 연어는 정말 일찍 독립을 하는 셈이다. 물수리 ,상어, 불곰, 바다사자, 인간 같은 포식자의 위험을 다 견디고 자기가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들의 삶은 한 편의 감동적인 생명 드라마다.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싫어 쉬운 길을 놓아두고 어려운 폭포를 택해 거슬러오르는 연어의 선택에 괜히 부끄러워진다. 한 번 쉬운 길을 선택하면 새끼들도 쉬운 길만 찾게 되고 거기에 익숙해지지만 고통을 견디며 어려운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새끼들도 옹골진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은빛연어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늘 편하고 쉬운 쪽만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닌가, 그리고 은연중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식의 삶이 옳다고 강요한 건 아닌가 반성해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어는 오로지 알을 낳기 위해 모천으로 거슬러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어가 산란하는 하천 주변에 사는 원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한다. 그들은 연어가  하천 주변의 나무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거슬러오른다고 믿는다. 부모 없이 태어난 연어 새끼에게 먹이와 그늘을 만들어줘서 겨울을 나고 바다로 나갈 수 있게 키워주기 때문에 '나무는 연어의 양부모'라는 것이다. 다 자란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하천으로 돌아오는 것은 죽어서 양부모인 나무에게 양분을 주기 위해서라고. 그래서 알을 낳고 새끼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죽지만 은혜를 갚았으니 연어의 죽음은 행복하다고. 오로지 알을 낳기 위해 거슬러오른다고 생각했을 때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 

등굽은연어는 강이 오염되면 연어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강이 오염되는 제일 큰 원인은 결국 숲의 파괴에 있다. 실제로 연어가 산란하는 북미 하천 주변의 숲은 나날이 파괴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벌써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을 알아챈 연어들은 파괴된 모천의 위험에 대비해 한 번에 어른 연어의 4분의 1씩만  돌아온다고.

이 짧은 동화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연어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연어>를 읽으며 자꾸만 환경이 걱정되었다. 북미 원주민들의 생각처럼 연어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숲이 더이상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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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원래 <연어>가 더 좋아요
    from 소나무집 2008-02-02 10:02 
    이미 <연어>를 읽었기에 그림책 <연어>가 나왔다고 했을 때 정말 궁금했습니다.  전통적인 느낌의 그림을 많이 그리는 한병호 님의 그림과 어울어져 아주 멋진 그림책 <연어>가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푸른 빛과 회색 빛이 도는 그림에서는 따뜻한 느낌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정도로 큰 물수리가 작은 누나연어를 발에 움켜쥐고 날아오르는 모습에 은빛연어처럼 가슴이 쓰려옵니다. 눈과 얼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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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그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참 재미있게 후다닥 읽어 치웠다. 그리고는 책을 아낌없이 후배에게 던져준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나의 책장에 없는 걸 보면. 아마 가벼움 때문이었으리라. 나의 이십대엔 가벼운 건 무조건 싫었으니. 그후 작가로서 더 화려해지고 주변에 그녀의 작품이 널려 있어도  난 공지영을 읽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내가 공지영을 읽고 있다. 신문에 연재된 그녀의 글을 어쩌다 읽었는데 정말 쉽게 잘도 읽혔다. <무소의~>보다도 더 가볍게 읽혔다. 그리고 난 매일 아침 신문을 펼치면 제일 먼저 그녀의  즐거운 집부터 들여다본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앉아 신문 연재 소설을 들여다보는 가벼운 아줌마가 되었지만 난 내가 부끄럽지 않다.

이혼을 세 번씩이나 하고 아빠가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별난 여자가 아닌 그냥 한 여자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인생이 들여다 보였다. 내가 이십대였다면 난 또 그녀의 가벼움만 탓했을 것이다. 내가 이십대가 아닌 게 정말 다행이다. 결코 가볍지 않게 살아낸 인생을, 그것도 자신의 인생(소설이라는 허구의 이름을 빌렸지만)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이끌어내는 작가가 어떤 날은 징하기도 하다. 무거운 세월을 다 통과해본 자들이 터득한 경지가 이런 가벼움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녀의 작품이 읽고 싶어졌다.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니 책이 너덜너덜했다. 시골 한구석 도서관에 있는 책이 이렇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난 이런 제목의 작품이 있는 줄도 몰랐다.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 셀러 작가에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는데도 난 몰랐다. 그동안 신문은 왜 본 건가 싶다. 분명 기사가 많이 나왔을 법도 한데 그걸 다 비껴가다니...

책을 읽는 내내 뭔지 모를 꿀꿀함이 있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빗나가는 데서 오는 감정이었다. 가볍지도 쉽게 읽히지도 않았다. 교도소, 사형수, 죽음, 자살, 상처라는 단어들이 사랑과  용서라는 단어 앞에서 무너져내렸다. 어떻게도 치유되지 않았던 문유경의 상처를 치유해준 건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였다. 유경은 자신보다 더 큰 상처를 갖고 세상을 향해 칼날을 휘둘러댄 윤수의 '진짜 이야기'를 대면하면서 비로소 '진짜 자신'을 바라보고 모두를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만났던 그 시간, 우리가 마셨던 인스턴트 커피, 우리가 나누었던 작은 빵, 일주일에 그 몇 시간으로 인해 저는 어떤 모욕도 참아낼 수 있었고,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었으며, 원수를 용서할 수 있었고, 저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신께 뉘우치며 참회했다고 말입니다. 당신으로 인해 진정 귀중하고 또 따뜻하고 ... 행복한 시간을 가졌었다고. 혹여 허락하신다면 말하고 싶다고... 당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내 목숨을 다해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살아서 마지막으로 내가 이세상에 태어나 내 입으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그 말, 을 꼭 하고 싶었다고...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눈시울이 젖었고, 작가의 말을 읽으며 나는 또 한 번 눈시울이 젖었다. 유경도 윤수도  필요한 건 사랑이었는데... 화려한 행복으로 포장해려 했지만 유경의 상처는 점점 더 커지기만 했다. 결국 상처 받아서 뽀족뽀족해진 윤수의 마음만이 유경의 상처를 보듬고 더이상 자살을 꿈꾸지 않게 해주었다. 

유경, 윤수 두 사람의 상처의 근원이 엄마였다는 데 가슴이 섬뜩해진다. 유경이 어린 나이에 강간을 당했을 때 엄마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면, 윤수의 엄마가 두 아이의 양육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상처는, 어쩌면 점점 더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엄마 된 자로서 어깨가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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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15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영화가 되기 전에 읽었었죠.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근데, 아직도 영화로는 못 봤어요. ㅠ,ㅠ

소나무집 2007-05-2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소설만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