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딸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식을 했다. 입학은 과천(청계초등)에서 하고, 완도(중앙초등)를 거쳐 세번째 학교인 원주(구곡초등)에서 졸업을 하는 우리 딸. 비록 1년밖에 안 다닌 학교지만 6학년 담임샘을 잘 만났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만나서 1년을 6년처럼 즐겁게 보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동안 여러 번 전학을 다니며 마음 못 붙이고 방황하게 만들어서 미안한 딸아이의 졸업식이라 정말 잘해주고 싶었는데 퇴원 후 저질 체력이 되어서는 그러질 못했다. 아빠마저 서울에서 못 내려왔다. 전화로 내내 "아빠 졸업식날 내려올 거죠?" 하고 묻던 딸아이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졸업생 199명을 일일이 불러 교장샘이 직접 졸업장을 주셨다. 옆에선 담임샘이 안아주면서 덕담을 해주시고. 그래서 시간이 좀 많이 걸리긴 했지만 평생 한 번 하는 초등 졸업식이니 교장샘에게 졸업장을 받는 게 더 의미가 있으려나.

이날의 코미디가 하나 있었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절대 후드티(단정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를 입지 말라고 한 것! 요즘 후드티 아니면 입을 게 없는데 그럼 무얼 입으라고. 아마도 일년 내내 아이들의 옷차림을 간섭하며 깐깐하게 군 여자 교감샘의 지시가 아니었는지...

 6학년 담임샘들이 정성껏 축가를 불러주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은 춤으로 화답하고. 딱딱한 졸업식이 이 아이들 덕분에 웃음 바다가 되고 즐거웠다.

 우리딸의 졸업식에 달려와 준 배꽃 님. 가까이 사는 죄로 늘 언니처럼 엄마처럼 챙겨주는 고마운 알라디너다. (여기까지가 졸업식날 찍은 사진)   

졸업식 다음 날 쪽팔린다며 왕짜증내는 딸아이를 데리고 아빠랑 사진 한 장 찍자며 학교에 갔다. 꽃다발이랑 졸업장을 들고.

 아빠가 졸업식에 못 와서 미안하다고 내내 사과를 했건만 그래도 입이 왕방울만큼 나와 있던 딸. 졸업식에 못 입었던 후드티를 입고.

 요즘 꽃값이 비싼 줄은 알았지만. 저것이 3만 5천원이라는 말을 듣고 꽃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는...  

 

 

비록 졸업식 다음 날 김 다 새버린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나중에 보면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선우야, 졸업 축하해!!!"  

***   여행을 좋아하는 선생님이기에 고마운 마음을 담은 편지와 함께 책 두 권을 아이 편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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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7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7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7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7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1-02-17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 값 비싸기도 비싸지만, 졸업식 시즌이라 바가지인듯. 합니다. ㅡㅜ
그래도 꽃이 있는게 졸업식 기분 나고 좋은걸요 ^^

소나무집 2011-02-17 17:4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시즌이기도 하고 올해 워낙 추워서 꽃도 많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본전 빼느라고 일주일째 병에 꽂아 살려두고 있답니다.^^

순오기 2011-02-17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식 다음날이지만 사진을 남기려는 부모 마음을 나중엔 알겠죠.
선우도 속으론 좋으면서 뾰로퉁 입 내밀었을 거에요.ㅋㅋ
후드티 못 입게 했다니 놀랍네요. 우리 중학생들은 거의 다 사복 입고 상받으러 올라가니까 별로 좋아 보이지 않던데...우리 막낸 교복에 목도리를 둘렀지만.
꽃값은 정말 후덜덜이네요. 우리 교문앞에서 일만원, 일만오천원 하던데 나는 만원짜리 샀어요. 꽃값 아껴 모녀가 데이트를 했거든요.^^
선우의 선택 기다려요~ ^^

소나무집 2011-02-17 17:47   좋아요 0 | URL
아빠가 많이 미안해했어요. 대신 선물을 화끈하게 했어요. 어차피 사줄 거긴 했지만 이번에 졸업 입학 선물로 침대 사서 독립시켰어요. 침대에서 자던 첫날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태가 나긴 했지만ㅋㅋㅋ
후드티가 깔끔하지 않아 보인다고 입지 말랬다고 해서 헐~ 했답니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사고가 딱딱하게 굳어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여 교감샘이거든요. 동네 꽃가게에서 꽃을 사갔는데 학교 정문 앞에서 꽃을 팔았나 보더라구요. 우린 후문 가까이 살아서 그걸 모르고는.

2011-02-17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11-02-1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빠의 정성이 대단한것 아닌가요, 그리고 아빠의마음을 알고 학교로 다시 향한 따님도 이쁘고,,
따님 졸업축하드려요,,

소나무집 2011-02-17 17:51   좋아요 0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빠가 딸을 많이 예뻐라 하는데 졸업식에 못 가서 미안했던가 봐요.

무스탕 2011-02-1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우 졸업 축하합니다~~
저도 큰애 지성이 졸업식날 학교 앞에서 국화 같이 생긴 큰 꽃 한송이에 후레지아 대여섯송이 두르고 안개꽃 째끔 두른 꽃다발 만오천원 주고 샀어요. 어휴, 속쓰렸다지요..
다음날이라도 아빠랑 같이 사진 찍어서 선우 맘이 많이 풀렸을거에요. 참석하고 싶은데 오지 못한 아빤 더 속상하셨을거에요.

소나무집 2011-02-17 17:53   좋아요 0 | URL
저는 후문 근처에 살아서 정문 앞에서 꽃 파는 걸 몰랐답니다. 초등 졸업식 30몇년 전에 경험하고 처음이라서리... 정말 꽃값 넘 비싸요. 졸업식을 4월이나 5월쯤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1-02-1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 축하합니다!!!!!!
그런데 후드티를 못 입는단 말이죠, 아하하, 신기하당...
그리고 꽃값이 삼만오천원에서.. 한숨이 푹. ㅠㅠ

그래도 졸업 사진 보니, 행복하고 뿌듯해서 좋네요.

소나무집 2011-02-17 17:55   좋아요 0 | URL
축하 고마워요.
글쎄요 후드티가 안 깔끔해 보인다고 입지 말랬대요. 후드티만 입는 요즘 애들인데 그럼 뭘 입으라고.. 정말 꽃값은 한숨 나오게 비싸요.

BRINY 2011-02-1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 축하합니다! 멋진 졸업식이네요!
저희는 졸업생만 400명에, 지방 남자고등학교 졸업식이라고 졸업생 한명당 하객 몇명이 따라오는 건지 강당안이 시장판이었습니다. 저희는 졸업전에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하고, 정장을 입고 졸업식을 합니다. 정장이라고해도 젊은 아이들이 입는 것이니 격식 차린 비싼 옷은 아니에요. 간혹 새신랑같이 한복을 차려입고 오는 학생이 있어서 인기를 독차지한답니다.

소나무집 2011-02-17 17:56   좋아요 0 | URL
고딩이 되면 400명이 한꺼번에 졸업을 하는군요. 학생수가 많아지면 정말 의미 있는 졸업식은 힘들 것 같아요. 한복 입고 졸업식에 가면 인기가 좋군요.^^

엘리자베스 2011-02-1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우야~~ 졸업 축하해!!!

정말 훌륭한 아빠, 엄마이십니다. 제가 가까이서 보고 배우는 게 참 많습니다.

소나무집 2011-02-21 10:4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늘 게을러터진 우리한테 보고 배울 게 뭐 있다고...

2011-02-23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2-2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우 졸업 축하해요~~
이제 중딩이 되는군요.
딸아이 키우기도 은근 힘들어요. 왜그리 짜증을 내는지...ㅋ

소나무집 2011-03-01 09:47   좋아요 0 | URL
세실님, 고마워요.
아들도 딸도 다 키우기 힘들어요.
부모 노릇하기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 같아요.^^

2011-03-14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5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6 0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1-03-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 책도 내셨군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희망찬샘님 덕분에 기분 좋은 사실을 알게 되어 이곳에 살고 있는 자부심이 더 생기네요. ^^

희망찬샘 2011-03-18 05:48   좋아요 0 | URL
근데, 그 책이 교사들에게 유용한 책이라 소나무집님께는 별로일 거예요. 잘 알면 학교 컴을 좀 더 잘 쓸 수 있는 뭐 그런 내용이거든요. 업무 처리에 도움 되고 아이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선생님은 컴터로 아이들과 많이 소통하시더라구요. 저도 너무 신기한 게 원주에 아는 분 딱 두 분 있는데 그 두 분이 서로 아는 사이(?) 라는 거네요. 물론 두 분 다 전 얼굴 한 번씩 뵌 것 밖에 없지만, 왜 이리 잘 아는 분들 같은지...
 

강원도에 살면 강원도 여행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주말 가족으로 살다 보니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지난 주말 원주 와 살면서 처음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왔다. 같은 강원도인데도 속초는 원주에서 2시간 반이나 걸렸다. 미시령길이 생기는 바람에 예전보다 많이 빨라진 거라는데...

몇 년 만에 간 물놀이 시설(설악 워터피아)에서 아이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야간까지 신나게 놀았다. 이젠 아이들이 수영을 잘 하니 수영 못 하는 엄마를 끌어주는 상황이 되고... 아이들은 유수풀이랑 파도타기를 하고 나랑 남편은 뜨끈한 온천에 주로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설악 워터피아는 야외 온천이 있어서 좋았다.

 

근처에 있는 콘도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커텐을 걷었더니 울산바위가 떡 하니 보였다. 

결혼 전 설악산 등반을 네 번이나 했으면서도 권금성 올라가는 케이블카 한번 못 타봤다는 나의 말에  간단하게 아침을 해먹고 설악동으로 갔다. 겨울인데도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올라온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저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회사가 박정희 집안 사람이라고 해서 놀랐다.  

 700미터를 케이블카를 타고 순식간에 올라갔다.

 

 

 

 

 

바다 근처에서 몇 년을 산 덕에 난 늘 바다가 그립다. 속초에 오면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질 줄 알았는데 바다가 안 보였다. 바다가 보고 싶은 나를 위해 속초에서 점심을 먹고 그곳에서 제일 가까운 고성으로 올라갔다. 남편이 군생활할 때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청간정에 가본 기억이 있다며... 

청간정은 김홍도의 스승인 강세황과 정선이 그림으로 남겨놓아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청간정에서 바라본 바다. 철조망이 보인다. 북한이 가깝다는 증거. 바다쪽으로는 접근 금지.

산 위에서 부는 바람보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더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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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1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여행~~~~~ 부럽네요.
특히 겨울바다는 그냥 바라만봐도 좋죠~~~~~~^^

권금성 케이블카는 전두환 집안, 얼마전 장흥에서 제주가는 페리호가 개통됐는데 그건 이명박 형님사위라던가... 여튼 이권사업이 갑자기 개설되면 다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한다는 게 정설처럼 됐어요.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확인하면 엄청날거에요.ㅜㅜ

소나무집 2011-01-11 18:26   좋아요 0 | URL
겨울 바다는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았어요.
1박 2일 동안 마음 복잡한 일을 싹~ 잊고 놀다 왔어요.
권금성도 전씨 사위가 하다가 지금은 사위 아들이 한대요.
시설은 세금으로 만들어서 배불리고 있는 건 저런 사람의 자손이라는 게 어이가 없어요.
우린 설악산 직원 대동하고 가서는 무료로 이용했어요.^^

소나무집 2011-02-19 20:57   좋아요 0 | URL
남편이 그러는데요, 전통이 아니고 더 먼 옛날 박통 사위집안이라네요.

울보 2011-01-1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즐거운 여행하셧네요,,
겨울바다 저도 좋아하는데 볼을 스치는 그 매서운 바람의 느낌
여름바다랑은 바람의 냄새도 다르고 한적함도 다르지요,,
친정엄마도 얼마전에 다녀오셨는데 사람이 너무 없더라,,하시던데,,,가고 싶어지네요,

소나무집 2011-01-11 08:44   좋아요 0 | URL
네~
바람이 차긴 했는데 바라만 보아도 좋더라구요.
친정이 춘천 쪽이면 속초는 한 시간 반이면 가니까 자주 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엘리자베스 2011-01-1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덮인 울산바위! 멋있네요.
설악워터피아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추위를 싫어하는 우리 부부에겐 딱 맞는 장소인데...
남편을 한번 꼬셔봐야겠어요. 넘어올려나 모르겠어요.
워낙 겨울 나들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에궁

소나무집 2011-01-12 09:31   좋아요 0 | URL
안개가 끼어서 산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멋졌어요.
우린 이젠 온천이 좋은 나이예요.^^
점심 먹고 들어가서 끝나는 안내 방송 나올 때까지 놀았어요.
본전 뺐어요.^^

같은하늘 2011-01-1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려서 이렇게 멋진 겨울바다를 선물받고 가네요.^^
이젠 강원도 생활에 완전히 물드셨나봐요.
설악워터피아는 오래전에 가본적이 있는데...
아이들은 정말 지치지 않고 잘 놀지요? ㅎㅎ

소나무집 2011-02-01 16:55   좋아요 0 | URL
원주로 와서 거의 처음한 여행이에요. 주말 가족으로 살다 보니 여행을 떠나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이번 여행도 몸이 아파서 우울해하고 있는 참에 남편이 기분 전환시켜주겠다고 나선 여행이었어요.
 
Since 2007, 당신의 알라딘 머그컵을 자랑해주세요!

누군가 집으로 찾아오면 어김없이 차 한 잔을 내놓게 됩니다. 신혼 초에는 결혼하면서 사온 예쁜 세트 커피잔들이 있어서 나름 폼도 내면서 차를 마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예쁜 컵들은 하나둘 산산조각이 나서 사라지고 지금은 찻잔 받침만이 남아 그 흔적을 말해 줍니다.  

더구나 힘은 세고 조심성은 없는 아들 녀석도 하나 키우다 보니 저에게 좋은 컵의 기준은 어느새 튼튼한 컵이 되고 말았지요. 부딪쳐도 굴려도 집어던져도 안 깨지는 컵 말이지요~  

어느 해부턴가 연말이면 알라딘에서 컵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책을 사면서 받은 알라딘 컵은 튼튼 그 자체였고 제가 애용하는 컵이 되고 말았답니다. 첫해와 두 해째 받은 컵은 사용하다 깨져서 버린 걸 보면 그후에 받은 컵보다 좀 덜 튼튼했던 모양입니다. ^^ 

동네 아줌마들이 놀러 와도 당연 알라딘 컵이었지요. 믹스커피에 녹차, 아이스커피까지 모든 종류의 차를 소화해내는 알라딘 컵... 튼튼하고 예쁘다며 컵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늘 오는 기회가 아니니 연말까지 기다렸다가 책을 사라고 권하면서 알라딘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지요. 알라딘을 모르는 사람들은 "알라딘? 그게 뭔데?" 하다가 서서히 알라딘 팬이 된 이웃도  있답니다. 정기엄마, 현주엄마, 태현엄마...  

또 알라딘 컵 덕분에 처음 만난 사람과 금방 친해진 기억도 있으니... 작년에는 이사한 우리집에 남편보다 서너 살 많기는 하지만 어렵디 어려운 시당숙 부부가 놀러 오셨는데 고를 예쁜 컵도 없으니 알라딘 컵에 차를 대접해 드렸지요. 그런데 찻잔을 본 순간 당숙이 하시는 말씀 "이 집도 알라딘 하나 보네!"  "아, 네~~"  

그냥 알라딘이라는 한마디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시댁 어른이라는 어려움마저 스스르 녹아내려서 분위기가 금방 좋아졌고 한동안 서로 어떻게 알라딘을 이용하는지, 누가 더 알라딘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했다는 거 아닙니까? 시당숙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인데 알라딘에서 책을 무지하게 많이 사신대요.

그리고 원주로 이사 와서 만난 알라디너 배꽃 님이나 엘리자베스 님이 놀러왔을 때도 알라딘 컵으로 차를 마시면서 처음 만난 서먹함 대신 아주 찐~한 공감대와 가족 의식마저 느끼게 해주었으니 알라딘 컵의 고마움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네요. 

올해 받은 컵과 더불어 남아 있는 알라딘 컵 4형제입니다. 올해 나온 새로운 로고가 찍힌 컵 중 파란색이 받고 싶어서 책 주문을 더 해야겠어요.

그런데 새로 나온 컵은 모양도 그렇지만 로고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은근한 맛 하나 없이 엄청 크고 너무 진한 글씨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모난데 없이 둥글둥글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알라딘 컵. need something? 차를 마실 때마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read something! 하고 대답까지 시원하게 해줘서 외롭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알라딘 컵!!!  

올해는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책도 많이 못 읽었는데 내년에는 알라딘 컵에 차를 마시면서 차분히 앉아 책 읽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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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빨강 파랑 주황에 홀려 3종세트 다 받으려고 날마다 질렀는데~ 주황이 두 개에 파랑만 있고 빨강은 아직 없어요. 오늘 택배 1분 후에 도착한다고 전화왔는데~ 빨강이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도 페이퍼 올리려고요.^^

순오기 2010-12-18 14:17   좋아요 0 | URL
와아~ 드뎌 빨강이 왔어요. 올해는 3종세트 다 챙겼어요.ㅋㅋ

소나무집 2010-12-20 16:43   좋아요 0 | URL
이번 컵은 색깔에 홀리기는 하는데 디자인은 별로예요. 로고 글씨도 마음에 안 들고...

엘리자베스 2010-12-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댁에서 알라딘 컵 봤을때 정~~말 반가웠어요.
통한다는 게 어떤 건지 그날 느꼈다니까요.
놀러가면 꼭 "알라딘 컵으로 줘야지" 하면서 귀한 녹차 주실때 저도 뜨거운 가족애를 느낀답니다.^^

소나무집 2010-12-20 16:43   좋아요 0 | URL
또 차 마시러 오세용~

울보 2010-12-1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빨간색만세개예요너무해 알라딘ㅎㅎ

소나무집 2010-12-20 16:44   좋아요 0 | URL
저도 컵 색깔의 유혹에 넘어가서 책 마구 살 뻔하다가 간신히 하나로 참았어요.
 

미국 자이언 국립공원에 갔을 때 하룻밤을 묵은 교포 써니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왔다. 올 한 해 이것저것 정신없이 사는 바람에 안부 편지도 자주 못 드렸는데 어찌나 미안한지...   

이제 한국을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떠오르나 보다. 나도 서둘러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야겠다. 뭘 보내나...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한 질 보내 드리고 싶은데 택배비가 장난이 아니니 원.

 타란튤라 인형, 퍼즐, 보온 도시락 가방 2개, 7가지 기능이 있는 호루라기 2개, 미국 협곡을 볼 수 있는 CD, 은하수가 깔린 자이언의 밤하늘 사진,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담긴 편지...

 자이언 국립공원의 모습을 담은 천 피스짜리 퍼즐. 기험 시험 끝나면 맨날 이것만 붙들고 있을 듯.

 울 아들을 감동시킨 타란튤라 인형. "써니 아줌마,  고마워요.!"

 독이 있는 요녀석한테 물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데 인형은 귀엽기만 하다. "하나도 안 무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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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0-12-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으로 <토지> 한 질(21권임)을 가장 저렴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분 알려주세요. 미국 주문인지 아님 한국에서 사서 보내는 건지... 미국으로 택배를 보내보니 가벼운 상자도 십만원 가까이 나오더라구요. 책무게가 장난이 아니라서...

엘리자베스 2010-12-09 00:21   좋아요 0 | URL
그런 방법 알고 계신 분 있으면 저도 좀 알려주세요.
미국으로 뭐 보낼려고 하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커서 정말 마구마구 화가 난답니다.
배로 보내면 좀 싸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순오기 2010-12-0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훈훈한 모습 보기 좋으네요.
선우랑 지우가 엄청 좋아하겠네요~ 퍼즐도 타란튤라 독거미 인형도...^^

소나무집 2010-12-09 08:56   좋아요 0 | URL
자식들도 다 멀리(하나는 독일,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떨어져 살고 그래서 좀 외롭기도 하고 그런가 봐요. 제가 보던 <토지>라도 보내 드리고 싶은데 택배비 때문에 선뜻 못 보내겠어요.

꿈꾸는섬 2010-12-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크리스마스네요.ㅎㅎ 아이들이 참 행복해보여요.^^

소나무집 2010-12-09 08: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벌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울 얘들 거미 인형에 완전 넘어갔어요.^^
 

지난 달(10월 24일 토요일)에 친정아버지의 칠순이 있었다. 어떻게 해 드릴까 묻는 자식들에게 "잔치고 뭐고 다 그만두고 내려와서 일이나 거들다 가라"시던 친정아버지. 어려운 시절(1941년생)에 농촌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고생만 하신 친정아버지이기에 좀 의미 있는 칠순 잔치를 해드리고 싶었다. 더구나 환갑 때는 동생 결혼식과 같은 달에 생신이 있어서 삼남매하고 저녁 식사만 한 게 다여서 엄마가 내내 서운해하셨던 기억도 있고.  

그래서 태안에서 제일 좋다는 한정식집(비원)을 예약해서 부모님 양쪽 형제분들만 모시고 저녁 식사를 했다. 모인 손님이라고 해봐야 아이들 포함해서모두 30명도 안 된다. 식사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칠순 행사를 했다.    

식당 겉과 내부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음식은 훌륭했다. 일식과 한식이 반반씩 나왔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또 이용하고 싶을 정도. 1인분에 35,000원이었는데 비싼 음식 많이 먹고 다니는 오라버니 말에 의하면 서울에서 7만원짜리 한정식보다 낫다고 했다. 상차림은 태안의 유일한 이벤트 회사에 부탁(20만원)했는데 예쁘긴 한데 과일이 좀 부족해서 수박이랑 메론 두 개는 내가 추가.

 중3인 큰조카가 할아버지께 꽃바구니를 드렸다. 어느새 키가 180센티나 되어버린 큰 손자가 할아버지는 내내 대견하기만 하다.

 케익 자르기. 두 분 머리가 오랜만에 새까맣다. 전날 저녁 칠순 생신을 드시기 위해 두 분이 마주앉아 염색을 하셨다고 한다. 친정아버지와 친정엄마의 피부색이 정말 대조적이다. 그 옛날 처음 선보러 갔던 날 신랑감의 까만 얼굴이 너무 싫어서 말을 한마디도 안 했다는 울 엄마~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평생 잘 살고 계신다. 

 7명의 손주들을 대표해서 큰조카가 "사랑하는 할아버지께"로 시작되는 편지를 읽어 드렸다. 할아버지의 사랑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제법 감동스럽게 써서 많이 컸음을 느꼈다. 

 큰딸인 내가 감사패도 드렸다. 우리 삼남매도 부모님도 모두 사근사근한 성격들은 아니라서 어려서부터 사랑한다는 표현 같은 걸 하면서 살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께는. 그래서 감사패에 그런 내용을 담아 드렸다. 내용을 읽는데 목이 메어서는... 

"사랑하는 부모님께 항상 저희를 위하여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지켜보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습니다. 지금껏 주신 큰 사랑 가슴에 담고 조금씩이나마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래오래 저의 곁에 있어 주세요. 아버님 고희일을 맞이하여 자식들의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아버지, 어머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자식들이 따라 올린 술로 건배도 하셨다. 울 친정엄마는 와인잔에 건배하는 게 뭐 특별한 거라도 되는 양 굉장히 좋아하셨다.  

큰절도 올리고, 오빠네는 삼배, 나머지 두 딸네는 일배씩~

 어머님 노래도 불러 드리고 - "나 실제 괴로움은 다~ 잊으시고 ~" 하지만 어찌 잊으리~

 바쁜 농사일 중에도 손주들이 오면 함께 매미도 잡으러 다니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놀아주시던 모습이 정말 고맙고도 좋았다. 친정아버지는 우리 삼남매를 키울 때는 어른들 앞이라서 예쁘다는 말 한마디 못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친정아버지는 손주들은 유난히 예뻐하신다.

 삼남매가 다 모인 가족 사진도 이렇게 단촐하다. 친정아버지는그 당시 '셋만 낳자!!!' 가족 계획의 피해자라고 더 낳지 못한 걸 늘 억울해하신다.

 큰딸인 우리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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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0-11-1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분이 너무 정정해보이시네요 참 보기 좋아요,,
아버님 어머님이 흐믓하셨겠어요,,

소나무집 2010-11-12 19:14   좋아요 0 | URL
늘 농사일을 하다 보니 건강해 보이셔도 여기저기 아픈 데가 아프시답니다.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좋아하셨어요.

치유 2010-11-1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잘했다..
어쩜 친정엄마가 저리 고우신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지내시길.

소나무집 2010-11-12 19:14   좋아요 0 | URL
난 왜 울 엄마 피부를 안 닮은 건지...

순오기 2010-11-1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좋은 모습인요~ 두 분이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길 기도해요.
소나무집님이 엄마를 많이 닮은 거 같아요.

소나무집 2010-11-12 19:15   좋아요 0 | URL
늘 티격태격하시는 모습을 보면 일부러 투정 부리는 것 같아서 귀여워요.^^

hnine 2010-11-1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두분 모두 오래 오래 건강하시기를 저도 기원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부모님께서도 자제분들께서도 얼마나 흐뭇한 시간이었을까요. 사진 속의 가족들 모두 웃음꽃이 활짝 피었어요.

소나무집 2010-11-12 19: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정말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젠 농사일 하느라 너무 힘들어하세요. 농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부모님 좋아하시는 걸 보니까 자식들 마음도 좋았어요.

프레이야 2010-11-1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모두 다복해보입니다.
한복을 곱게 입으시고 참 보기 좋으네요.
전 얼마전 시어머니 칠순이었는데 저렇게 큰절 올리기 이런 거 없고
좋게 말하면 완전 현대판으로 했네요. 좀 서운하셨을 듯해요.

소나무집 2010-11-12 19:19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는 삼남매가 별 탈 없어 잘 살고 잇는데 요즘은 그게 효도라고 하시더라구요. 옷도 한 벌씩 해드린다고 했더니 다 필요없대요. 행사용 옷 그런 거 입을 일 없다고... 그래서 있던 거 그냥 입으셨어요. 저희 부모님이야 시골 사니까 시골 분위기에 맞춰서 했어요.

세실 2010-11-1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어머님 참 고우세요.
감사패 받으시며 얼마나 흐뭇하셨을까요.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소나무집 2010-11-12 19:19   좋아요 0 | URL
불현듯 감사패 같은 걸 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했는데 은근히 좋아하셨어요.

BRINY 2010-11-1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께서 행복하시겠어요.
소나무집님 한복이 예쁘네요.

소나무집 2010-11-12 19:21   좋아요 0 | URL
네, 내내 좋아하셨어요. 손님들께 은근히 자식 자랑도 하시고... 시골 분들은 자식 자랑하는 재미에 살거든요.^^ 한복은 대여점에서 딸 둘만 똑같은 걸로 빌렸어요.^^

꿈꾸는섬 2010-11-1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맘이 다 짠해요.^^
친정부모님께 감사패도 올리시고, 큰손주의 편지는 정말 감동적이었겠단 생각을 했네요.
가족들만의 단촐한 잔치 정말 좋았겠어요.
친정부모님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소나무집 2010-11-13 07:41   좋아요 0 | URL
손님이 많으면 저렇게 못했을 거예요.
이젠 자식들보다 손주들이 뭘 해드리는 걸 더 좋아하세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