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은 6학년 전국학업성취도평가 시험이 있는 날이다. ... 중간고사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딸아이가 또 무슨 시험 문제집을 사야 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4학년 과정부터 들어 있는 전국학업성취도평가 대비 문제집. 처음엔 그게 어떤 시험인지도 모른 채 기특하게만 생각했다. 문제집을 두 권이나 사들고 오면서 '음~ 공부를 하겠단 말이지~ '
6월 어느 날부터 아이는 교과서 진도가 다 끝났다는 말을 했다. 이건 뭔 소린가 싶었다. 아직 방학이 한 달은 남았는데 무슨 놈의 진도를 그렇게 빨리 끝내나 싶어서. 그러더니 수업이 끝난 후 4시 혹은 4시 반까지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하다 왔다. 나머지 공부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만 남아서 하는 공부인 줄 알았더니 모두 남아서 함께 문제 풀이하는 거였음.
그러다가 기말시험이 끝난 후 딸아이 입에서 지겨워서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왜? 하고 물으니 아침에 8시 30분에 학교 가면 문제집 풀이를 시작해서 수업 시간에도 내내 문제집 풀고 채점하고, 문제집 풀고 채점하고... 점심 먹고 와서 또 문제집 풀고 채점하다 4시에 끝난다고 했다. "어머나, 정말~"
난 정말 깜짝 놀랐다. 목숨 걸고 공부하는 6학년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놓은 학교가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기가 막혀 했는데 우리 아이들 학교 역시 현수막만 걸어놓지 않았을 뿐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는 집에 와서도 숙제라면서 밤늦게까지 문제집을 풀었고 내내 그 시험 잘봐야 된다고... 아주 중요한 시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침잠 많은 얘가 아침 6시에 깨워 달라지 않는가? 시험 공부해야 된다고. 어이가 없어서... 아침마다 6시에 자명종이 울렸지만 난 하루도 아이를 깨우지 않았다.
그 시험이 왜 그렇게 중요한데? 하고 물었더니 딸아이 입에서 나온 대답은 바로 그거였다. "그 시험으로 선생님도 평가한대요!" 그래, 그래!!! 아이의 정규 수업 과정 훌러덩 끝내고 그 시험에 몰입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위에서 하라니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선생님들도 불쌍하긴 하지만, 정말 학력이 국가 수준으로 신장될지 떨어질지(?) 의심스러운 시험 때문에 문제풀이 기계로 변한 아이들은 뭐냔 말이다. 이제 6학년인데...
난 그 날 이후 딸아이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문제집 푸는 것만 보면 짜증을 냈다. 그만 풀어도 된다고, 중요한 기말고사도 끝났는데 그 시험 못 봐도 괜찮다고... 지난 주말에는 일부러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하루 종일 놀다가 들어왔는데 밤늦게 또 문제집을 풀고 있어서 뭐라 했더니 "우리 엄마는 정말 이상해! 왜 공부를 하지 말래요?" 내 대답은 "그 시험, 문제집 팔아먹으려고 만든 시험이니까 공부 안 해도 돼!"
*** 오마이뉴스 기사 중에 선생님들이 아이들 열공시키는 이유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기가 막힌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12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