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편이 지질공원 자문위원으로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된 동굴연구소 부소장님 초청으로 평창에 있는 백룡동굴에 다녀왔다. 중간고사가 코앞에 닥친 딸이 강력하게 안 간다고 하니 혼자 놔두기 불안해서 나도 안 가기로 결정.  

하지만 혼자 잘 있을 수 있다며 엄마 등을 떠미는 바람에 막 출발하려는 차를 세워 따라나섰다. 1박 2일 동안 딸 혼자 집에 놔두고 가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리긴 했는데 내 걱정과는 달리 자유를 누린 듯. ^^

   

원주에서 평창 시내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리고 시내에서 백룡동굴이 있는 미탄면 마하리까지 30분이 더 걸렸다. 가다 보면 돌산을 뚫어서 만든 이런 아치 터널을 통과한다. 돌이 시커먼 것은 이 지역이 석회암 지대라서 그렇다. 석회암이 녹으면서 백룡동굴 같은 동굴이 생기게 된 것이고.

  

그리고 동강을 끼고 구불구불 좁다란 길을 10분 정도 더 들어갔는데 드라이브하기에도 걷기에도 아름다운 길이었다. 

  

매표소 앞에서 동굴연구소 부소장님이랑 서울에서 온 두 가족이 합류했다. 원래 우리는 이런 복장이었는데 동굴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바로 요렇게. 일명 탐사복이다. 이 옷에 장화를 신고, 물에 젖지 않는 장갑을 끼고 나서 동굴에 있는 생성물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싸인을 한 후 가이드 쌤의 안내를 받으며 동굴로 향했다. 처음에는 뭐 옷까지 갈아입나 했는데 동굴에 들어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이 고이거나 질퍽거리는 구간이 많고 완전히 포복 자세가 아니면 통과할 수 없는 구간이 여러 군데 있었던 것. 동굴 탐험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동굴에 개인 물건은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카메라, 휴대폰 같은... 탈의실에 모든 걸 맡겨야 했기 때문에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는... 빨간 탐사복을 입고 찍은 사진은 모두 가이드쌤 카메라로 찍어서 홈피에 올려주신 것이다. 

   

동굴 맞은편은 영월군이다. 평창군에 있는 백령동굴 앞에서 건너가려면 줄을 잡고 건너는 저 배를 타야만 한다. 속도  위주로 살아가는 세상에 바라보기만 해도 느긋해지는 풍경이다.

  

매표소에서 지붕이 있는 나무 데크를 20분 걸어와야 동굴을 만날 수 있다. 난 여기까지 걸어오는 데도 헉헉거리면서 저질 체력을 확인. 닫혀 있을 때도 박쥐가 통과할 수 있도록 문을 만들었는데 가이드 쌤의 안내가 있을 때만 열린다. 전문 교육을 받은 가이드쌤의 설명이 구수하면서도 학습적이어서 아이들에게 인기 짱이었다.  

이 동굴은 안전을 위해 7세 이하, 65세 이상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아이가 너무 어리면 헛걸음할 수도 있다.  

    

두 시간 반 동안 동굴 탐사를 마치고 나오니 헬멧과 옷에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누나가 안 간다고 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들은 온몸을 써가며 탐험한 후 동굴 예찬론자가 되었다.

동굴 안에서 본 신기한 생성물을 사진으로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한국동굴연구소 김련 부소장님이 메일로 몇 장 보내주셨다. 처음 개방했을 때는 사진을 허용했는데 후레쉬를 터트리는 과정에서 종유석, 석순 등이 훼손되어 지금은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고. 한번 훼손되면 다시 복원할 수 없는, 수천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자연 생성물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끄덕끄덕.

 (사진:김련)

서릿발 모양의 석화. 백룡동굴엔 구석구석에 하얗게 피어난 석화가 많았다. 저 영롱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석순이 만들어진다.

 (사진:김련) 

동굴 진주.

 (사진:김련) 

천장에서 떨어진 작은 물방울이 만들어낸 달걀 후라이형 석순.

  (사진:김련)

동굴 팝콘이라고 부르는 동굴 산호.

 (사진:김련)

고드름처럼 천장에서 자란 종유석과 바닥에서 자란 석순이 만나면서 생긴 석주.

 (사진:김련)

삼겹살을 연상시키는 베이컨시트. 랜턴 불빛을 대니까 투명하게 비쳤다.

 (사진:김련)

파이프 오르간 모양의 종유석. 여러 모양의 종유석 단면을 보여주었는데 겹겹이 쌓인 나이테가 대리석보다 더 아름다웠다.

 (사진:김련)

구부러지고 뒤틀린 돌이란 뜻을 가진 곡석.

 (사진:김련) 

종유관.

동굴 끝까지 들어갔는데 가이드쌤이 눈을 감고 헬멧에 달린 랜턴을 모두 끄라고 했다, 잠시 후 눈을 떴으나 여전히 눈을 감은 것처럼 암흑. 현재를 사는 우리는 인공 불빛이 전혀 없는 상태를 경험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인공 시설물이 없는 백룡동굴에서 그 낯선 어둠을 체험했다. 보이지 않으니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는데 들리는 건 나의 숨소리뿐~

탐사 후 아들이 동굴 예찬론자가 되었듯 나도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달랐다. 여름 방학 때 다녀온 영월 고씨동굴보다도 스릴 넘치는 구간이 많아서 기어다니고 종종걸음으로 걷고 미끄럼을 타면서 두 시간 반 동안 본 엄청나게 많은 생성물이 마냥 신기했는데, 가이드쌤과 동굴연구소 부소장님의 전문 해설까지 들으니 백룡동굴이 너무나 귀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창에 가면 백룡동굴은 꼭 가보시길~~~(홈페이지에서 예약은 필수, 한 회에 20명씩 관람객 제한함)

   

우리가 묵은 펜션. 동네에 펜션이 몇 개 있었는데 모두 동강을 품고 있어서 경치가 그만이었다.  

    

밤에는 연구소 부소장님이 마련해준 삼겹살 바베큐도 해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굴 탐사에 관한 소장님의 아주 긴~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에도 소장님의 강의는 계속되었다. 이 지역에 동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달이 사는 동굴과 생태를 알려주시는 소장님.  

  

암석의 종류와 탄생 비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는데 중학교 1학년 과학책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오전 내내 이 지역을 데리고 다니면서 카르스트, 돌리네, 우발라 같은 지형과 지질에 대한 강의를 해주셔서 정말 고맙고도 미안했다. 난 오랜만에 공부를 했더니 머리가 과포화 상태.ㅜㅜ  

천연기념물 어름치가 살고 있는 동강. 주변이 정말 아름다워서 또 가고 싶은 곳이다. 



 
 
순오기 2011-09-29 16:03   댓글달기 | URL
아~~ 천연동굴은 정말 귀중한 자연보물이군요.
단양 고수동굴과 제주 만장굴만 가봤다는...
동강 풍경은 김재홍 선생님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에서 본듯한 모습이 보이네요.^^

엄마 없는 해방공간에서 선우는 열공했겠죠.^^

소나무집 2011-09-30 09:21   URL
백룡동굴은 전기 시설 같은 게 하나도 없어요. 오직 헤드랜턴 불빛에 의존해서 탐험을 해야 하는데 정말 아름다운 생성물이 많았어요. 동굴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되었답니다. 석순 1mm 가 만들어지는 데도 수천년이 걸린다고 하니 우리가 보는 석순의 나이가 얼마일지 가늠이 안되더라구요.
동강의 느릿느릿한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선우는 공부를 했는지는 알 수 없구요, 아무튼 뿌듯하게 자유를 누렸나 봐요.^^

2011-09-29 0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1-09-30 09:23   URL
여름에 다녀오셨군요. 평창에 처음 가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평창에서도 사셨군요.
원주는 같은 강원도래도 강원도 같지 않은 도시잖아요. 근데 평창은 정말 강원도스럽더라구요.
의외로 빨간색이 모두 잘 어울리더라구요. 정말 유익했어요.

BRINY 2011-09-29 19:18   댓글달기 | URL
와! 귀한 경험 하셨네요.

소나무집 2011-09-30 09:27   URL
가이드 없이는 동굴에 들어갈 수 없는데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님들의 전문 교육을 받은 분들이라 스토리텔링을 정말 잘하더라구요. 사방팔방 남편 따라다니느라 힘들어요.^^

같은하늘 2011-10-01 18:22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경험이예요.
전 관광을 위한 동굴은 여러곳 가보았지만 그곳에서도 이 동굴이 무너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해요.ㅎㅎ
그런데 아무런 시설이 없는 곳을 헤드렌턴 하나로 들어간다니 탐험이라는 말이 딱이군요.

소나무집 2011-10-04 08:40   URL
작년부터 개방했기 때문에 누구든지 구경할 수 있어요. 백룡동굴은 꼭 안내인과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좀안심하셔도 될 것 같아요.

2011-10-08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1-10-12 18:35   URL
와, 선생님 되기 전에 지질학도 공부했군요. 동굴 가서 보니까 지질학이 넘 멋지더라구요. 공부하는 분야도 굉장히 다양하더라구요.^^

딩디 2012-04-01 22:11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백룡동굴을 조사하다가 여기 블러그가 백룡동굴의 특징을 되게 세세하게 잘 설명해 주신것 같아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사진 좀 퍼가도 될까요!?

소나무집 2012-04-02 14:21   URL
동굴 사진은 제가 찍은 게 아니라서 퍼가시면 안 됩니다.
사진 저작권이 김련 동굴연구소 소장님에게 있습니다.
사진이 타 사이트에 유포될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 분 허락을 받은 후 사용한 거랍니다.

가잘라 2012-08-01 13:53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백룡동굴 탐사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다음일정이 있어서...시간이 중요한데...

소나무집 2012-08-02 08:11   댓글달기 | URL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