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악동 맹&앵 동화책 6
정우택 지음, 서하늘 그림 / 맹앤앵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2학기 들어 딸아이가 우리 반에 핸드폰 없는 아이가 딱 두 명 있다고 했다. 그 중 한 명이 자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너도 핸드폰이 필요하냐"니까 "아니 뭐 꼭 필요한 건 아닌데 그냥 뭐, 친구들이랑 문자도 보내고..." 하며 웃었다. 내가 핸드폰이 갖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모를 리는 없다. 그래서 "중학교 가면 사줄게."라는 말로 아이에게 희망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난 정말 우리 아이에게 핸드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학교는 아파트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5분이면 걸어 갈 수 있고, 학교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오니 시간 관리해줄 필요도 없고, 엄마가 밤낮 없이 바쁜 사람도 아니고... 거기다가 난 아이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을 때의 안 좋은 점을 너무 많이 알고 있고...  

그런데 지난 주 드디어 아이 입에서 "엄마, 우리 반 모군이 핸드폰 샀어. 학교에서 내내 자랑해." 딸아이가 이런 말을 집에 와서 하는 이유가 딱 하나라는 걸 난 안다. "엄마, 나도 핸드폰 갖고 싶어요~~~" 착한 우리 딸이 그 간절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을 뿐이다. 핸드폰이 필요한 이유 같은 건 다 필요없다. 단지 자기 반에 핸드폰 없는 얘가 자기 하나라는 사실이 싫고 짜증이 났을 것이다.  

나도 이젠 좀 대범한 엄마가 되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필수품이라는 핸드폰 하나 사주는 데 더이상 고민 같은 건 안 하기로 했다. 핸드폰에 매달려 제 할 일을 못할 아이도 아니니 예쁜 악세사리 하나 사준 셈치자고 생각했다. 나만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을 견뎌내게 하고 선생님이 문자 보낼 때 유일하게 엄마폰으로 문자 받는 아이를 만드는 게 아이 정신 건강에 더 안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젠 아이들의 필수품으로 핸드폰이 자리잡은 지 몇 년 되다 보니 핸드폰 관리에 많이 성숙해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쉬는 시간만 되면 게임을 하고 아직도 수업 시간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가 있긴 한가 보다. 그래서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핸드폰을 걷어서 선생님 사물함에 넣어두었다가 수업이 끝나면 찾아가게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핸드폰이 필수품인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 할 책이 있다. <핸드폰 악동>은 5학년 5반 아이들이 윤재아 선생님을 만나 핸드폰의 폐해와 올바른 핸드폰 사용법을 익혀가는 이야기다. 핸드폰의 나쁜 점만 들추는 게 아니라 핸드폰이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알려 준다.  

아이들이 지혜로운 선생님의 작전에 의해 핸드폰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핸드폰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핸드폰 중독 자가 진단 체크 리스트가 있고, 책말미에 꼭 지켜야 할 핸드폰 예절과 핸드폰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등이 실려 있어 엄마의 백마디 잔소리를 대신해준다.  

핸드폰 때문에 울고 웃는 3학년 이상 아이들과 엄마 아빠,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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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7 2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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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8 1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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