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매지리 토지문화관에서는 매달 한 번씩 작가들을 초대해서 강연을 하는데 이번 달에는 소설가 한강이었다. 원주에 살면서도 이런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그녀의 작품을 읽은 건<채식주의자>가 처음이었고, 이번 강연을 들으러 가기 위해 <바람이 분다, 가라>를 구입했는데 다 읽지도 못한 채 강연에 갔다.   

며칠 전부터 배꽃 님한테 전화해서 같이 가자고 했더니 딸래미랑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와 주었다. 소라언니가 왔다는 말에 우리 딸도 따라나서고... 그래서 여자 넷이서 비 오는 토요일 오후 매지리 토지문화관으로 갔다.  

 작작가는 책표지에 나와 있는 사진보다도 더 어리고 또 더 여려 보였다. 책에서처럼 이야기가 줄줄 쏟아져 나올 줄 알았는데 조용조용 사분사분 말을 아꼈다.  

어렸을 때부터 졸곧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썼고, 등단하겠다는 마음보다 그냥 글을 쓰는 게 좋아서 글을 썼고, 경험삼아 투고를 했고... 작가가 되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더 조심스럽고 어려워진다고 했다. 아버지(한승원)가 소설가이니 글을 쓰는 게 조금은 쉽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또 든다.

올해 나온 <바람이 분다, 가라>의 경우 4년 반이 걸렸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진실된 무엇인가를 쓰고 싶은데 자꾸 소설과 작가 자신이 싸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일 년 동안은 아예 글을 쓰지 않고 소설에 대한 생각만 하며 지냈단다. 그러고 나서야 소설을 마무리할 힘이 생겨났다고.

 1970년생이니 작가의 나이 마흔을 넘었는데 독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웃는 모습이 소녀처럼 맑고 예쁘다.  

<바람이 분다, 가라>에 보면 '나는 1970년 11월 27일생이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싸인 받을 때 작가의 생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나와 생일 날짜가 같아 반가웠다. 앞으로 내 생일이 되면 작가 한강이 생각날 것 같다.^^

 강연이 끝나고 책에 싸인을 받았는데 딸아이 이름과 멋지게 성장하세요.라고 써주며 "이건 아이들이 읽으면 안 되는 책이야." 그런다. 울 딸 "엄마 책이에요."

작가는 강연 중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젠 19금의 책보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도 했다.

싸인을 받고 있는 배꽃 님 모녀. 

강연이 끝나고 토지문화관 앞에서 배꽃 님과 함께.

강연을 들으며 우리 딸이 뭔가를 끄적대고 있더니 작가 한강의 모습을 그렸다.  

**** 한강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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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강..
    from 배꽃이 꿈꾸며 머무는 곳. 2010-08-28 23:55 
    소나무집님 따라 한강 작가님의 "글쓰기의 경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왔다.  비오는 날 나긋나긋한 작가님의 목소리가 맘에 들었다는 딸램...엄마 목소리가 워낙 커서인지 사분사분한 목소리가 더 맘에 들었던가 보다.
 
 
2010-08-29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08-30 08:54   좋아요 0 | URL
작가는 보는 순간 딱 문학 소녀의 이미지 그대로였어요. 얼마나 고요하고 순수하고 맑아 보였는지 몰라요. 20대쯤으로 보여서 불혹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글을 쓰면 쓸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글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고백을 했어요.
다녀와서 밤새 <바람이 분다, 가라>를 마저 읽었는데 여기서 힘들었구나, 여기서 고민했구나, 다시 시작한 부분이구나... 하는 작가의 섬세한 호흡 같은 게 다 느껴지더라구요.

엘리자베스 2010-08-29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네요.
선우가 그린 작가의 모습 또한 훌륭하구요^^
다음엔 저도 데려가 주세용~~~
참, 9월 27일 월요일 사랑방에서 강무홍 선생님 강연회 있어요. 시간 되시면 함께 가요.

소나무집 2010-08-30 09:02   좋아요 0 | URL
평소 인상은 무표정인데 웃을 때 정말 예뻤어요.
딸래미가 강연중에 끄적대길래 뭘 적고 있나 보다 했는데 작가 캐리커처를 했더라구요. 님께 연락할까 하다가 아들래미가 어려서 못 가겠지 했는데 가보니까 아이들 데려온 엄마들이 여럿 있더라구요. 혹시 다음 강연에 가게 되면 같이 가요.

순오기 2010-08-3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승원 선생님 작품은 많이 읽었는데, 한강 소설은 하나도 안 읽었네요.
아버지보다 엄마를 더 닮은거 같아요.
배꽃님은 미모로우셔라~~~~ ^^

소나무집 2010-09-01 15:07   좋아요 0 | URL
아버지보다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는 작품을 쓰는 것 같아요.
가을에 오심 배꽃님도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순오기님이 바빠서 원주에 오실 시간이 날지 모르겠어요.^^

2010-08-30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씩씩하니 2010-09-0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맞아요,,강연 있다하셨지요..
배꽃님이랑 정말 자주 만나시네요...좋당!!!
그나저나 정말 여유롭게 친정가는 시간에 한번 토지문화관 가고 싶어요...
글구..님 그림은 모에요..너무 잘그려...음..기죽어라!!

소나무집 2010-09-05 15:45   좋아요 0 | URL
님, 언제 올 거예요? 배꽃님이랑 함께 만나요.^^

2010-09-08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