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와서 첫 나들이를 했다. 도서관 정보 검색을 하다 보니 원주 평생교육정보관(그냥 도서관이 좋구만 이름을 넘 거창하게 어렵게 지어놨다)에서 여희숙 샘의 강연회가 있었다. 전에 순오기 님과 세실 님 서재에서 이름을 익힌 분이었기에 이게 웬떡이냐 싶어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지은 지 일 년밖에 안 된, 무지무지하게 시설이 좋은 도서관이었다.  

강연 주제는 도서관친구들(도서관을 좋아하는 주민들이 도서관의 운영과 활동을 돕기 위해 만든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자원활동가 모임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에 5000개의 도서관친구들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광진구도서관을 비롯해 20개의 도서관친구들 모임이 있다고 한다. 오늘 강연을 계기로 원주에도 도서관친구들 모임이 생길 듯하다. 나도 신청하고 왔다.  



중간에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나 독후 활동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 주었는데 나의 생각과도 일치해서 흐뭇하면서도 아주 유익했다. 책을 읽고 무조건 느낌과 감상을 쓰게 하는 것보다 함께 토론(이야기 나누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앞으로 초등 교육도 이쪽으로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토론을 하면서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게 되고 결국 글을 쓰고 싶어 근질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도 경험했던 바다. 토론을 하고 글을 쓰게 하면 아이들이 "종이 한 장 더 주세요"를 외치곤 했는데 이때가 제일 행복했다.

이 강연을 듣는 내내 완도 아이들 생각이 났다. 이렇게 좋은 도서관을 몇 개씩이나 가지고 있는 동네에서는 더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자원활동가 모임을 만들고 기부도 받고 그러는데... 접근성이 좋지 않아 이용자도 거의 없는 사랑방 수준의 완도 도서관. 내가 있는 동안 여러 차례 도서관에 대한 민원을 넣어봤으나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절망만 했을 뿐이다.  

강연이 끝나고 여희숙 샘께 도서관친구들 같은 모임에서 이렇게 잘 나가는 도서관 말고 완도 같은 시골 도서관에 지원을 해줘서 그곳 아이들도 좋은 환경에서 책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다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그곳 아이들의 기본적인 교육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불쌍하다는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내 마음이 아직 완도를 못 떠나고 있는 것 같다.  

 여희숙 선생님의 책.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은하늘 2009-12-18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가자마자 첫 나들이를 도서관으로 하셨군요.^^
아이들도 학교 잘 다니지요?
저도 내년에 이사할까 생각하니 아이 전학이 제일 걸리더군요...

소나무집 2009-12-21 11:00   좋아요 0 | URL
도서관이 집에서 너무 멀다 보니 자주 다니지는 못할 것 같아서 아까워요.
다행히도 아이들은 완도로 갔을 때보다 잘 적응을 하네요.

무스탕 2009-12-1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는 소나무님을 보내드린걸 두고두고 후회할 거에요 ^^

소나무집 2009-12-21 09:33   좋아요 0 | URL
후회가 아니라 걸리적대던 사람 하나 잘 갔다고 그랬을 것 같은데요.ㅋㅋㅋ

마노아 2009-12-1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안해요... 나중에 소나무집님이 완도에 도서관을 지어주게 되는 건 아닐까요? 그런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전에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책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은 거지만요...

소나무집 2009-12-21 09:34   좋아요 0 | URL
돈 좀 있다면 학교 가까운 곳에 정말 도서관 하나 근사하게 지어주고 싶은 마음에요.

꿈꾸는섬 2009-12-1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좋은 동네로 이사하셨군요.ㅎㅎ
도서관친구들...너무 좋을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09-12-21 09:36   좋아요 0 | URL
원주가 예전의 원주가 아니네요.
아파트 숲이 되어가고 있어요.
인구가 많아지니 복지는 점점 좋아지고 있나 봐요.
도서관친구들 참 좋은데 이런 혜택을 주로 좋은 도서관만 받을 수 있다는 게 아쉽더라구요.

전호인 2009-12-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에서 원주로 오신게로군요. ^*^
님이 완도에 계실 때 마음속으로나마 가족과 함께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 데 아쉽네요. 그래도 뭍으로 나오신 것 환영합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돈이 가장 많은 곳이 원주라고 하던데요. 아마도 강원도중에서 가장 발전될 도시가 그곳이 아닌가 합니다. 행복한 생활되세염.

소나무집 2009-12-22 14:02   좋아요 0 | URL
네. 원주로 왔어요. 제 덕에 완도 다녀가신 분들이 참 많답니다.^^
원주가 예전보다 많이 변했네요.
행복까지 빌어주셔서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