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눈 - 신현득 동시집
신현득 지음, 정점식 그림 / 재미마주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신현득이란 시인의 이름을 아이들 교과서에서 몇 번인가 만났기에 이 시집을 받아들고는 정말 반가웠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이 시집은 사실 무척이나 촌스럽다. 코팅도 되지 않은 표지에 속지는 옛날 교과서에서나 본 듯한 누런 종이다. 그래서 새로 만드는 책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재미마주에서는 지난 해부터 50, 60년대 동시집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있는데 <아기 눈>은 그 두번째 책이다. 그래서 동시는 물론 삽화나 책의 느낌도 옛 느낌 그대로를 살렸다고 한다. <아기 눈>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61년이라고 하니 그때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한참 전이다.

어제 아침 이 동시집을 수목원 가는 길에 읽었다. 누런 알곡들이 익어가는 시골길을 지나면서 읽어서 그랬을까? 동시의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이 더 마음에 와 닿았고, 처음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난 동시집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또 이철수 님의 판화 그림도 살짝 생각나게 만드는 흑백의 삽화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박하지만 두루두루 담백한 동시집이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저절로 아이들의 마음이 된다.

빠꼼 빠꼼/문구멍이/높아간다./아가 키가/큰다. - <문구멍> -  아기 키가 커가면서 뚫어놓은 문구멍도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나도 이렇게 컸겠지 싶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참새네 학교는/글 배우가 쉽겠다./국어책도 "짹짹짹"/산수책도 "짹짹짹"/참 재미나겠다. - <참새네 말 참새네 글> 중에서 -  우리 딸아이가 1학년 교과서에 실린 이 동시를 배우면서 엄청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밭을 매면/지구는/등허리 긁어준다 생각하지요.//큰길에 차가/왔다 갔다 하면//이 놈 사람들 땜에/가려워 못 살겠다 하지요.//비행기는/파리라고 생각하지요./파리가 무슨 파리가/요렇게도 작을까 생각하지요. - <지구는> 중에서 -  지구의 입장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래 ,인간은 요렇게 작디작은 존재인 것을 왜 그리 큰소리치면서 지구를 못 살게 구는 인간이 늘어가는지 모르겠다. 

골짝물이/조잘대며 흐르는데/바위들에게도/귀가 있을 거야.//산나리꽃이/예쁘게 웃어주는데/나무들에게도/정말은 눈이 있을 거야.//심심해 노루들이/메아리를 부르다 가면/메아리를 듣고/나무들이 크고/꽃이 피고 - <산> 중에서 -   요즘 아이들도 산에 가서 이런 생각을 키우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작품은 요즘 내가 수목원에 자주 드나들어서 그런지 가장 마음에 남는 동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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