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 구경
고향으로 - 흑두루미 두리 이야기
김재홍 그림, 김은하 글 / 길벗어린이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무렵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잊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작년 순천만에 갔을 때 불현듯 이 책이 생각났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주문을 했다. 내가 왜 여지껏 이 책의 존재를 떠올리지 못했던가 책망까지 하면서... 

내가 순천만에 가기 전에는 별 느낌이 없던 두루미가 갑자기 내 새끼라도 된 양 애정이 가기 시작했다. 책을 한 번 읽었는데도 쉽게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림 때문이었다. 그동안 우리 자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신 김재홍 님의 두루미에서는 쓸쓸함이 잔뜩 묻어났다. 세상에서 점점 그 존재감을 잃어가는 동물의 외로움이 세밀화 속에 담겨 있었다. 

이 책에는 부상 때문에 고향 시베리아로 돌아가지 못한 흑두루미 한 마리가 순천만에서 겨울을 지내고 다시 친구들과 어울려 고향으로 돌아가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편의 다큐를 보는 것 같다.



두리는 13년 동안 이런 우리에서 살았다고 한다. 13년이라니... 사람들이 두리를 자연으로 되돌려놓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시멘트 바닥에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 먹으면서 들판도 친구도 모두 잊을 뻔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던 새가 저 작은 우리에 앉아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했을까?   


    순천만에 발을 디딘 두리는 오랜만에 바람을 맞으며 날아 보기도 하고 들판에 내려와 먹이도 찾았다. 근처에 두리와 똑같이 생긴 친구들을 발견하고 날아갔지만 그들은 두리를 반겨주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고 날카로운 발톱을 내세웠다. 사람들과 사는 13년 동안 두리는 친구들에게 까맣게 잊혀진 존재였다.   



그러나 두리는 포기하지 않고 친구들 주변을 맴돌며 매일 조금씩 다가갔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두리는 꼭 친구들이 필요했다. 다시는 딱딱한 시멘트 바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리는 경계의 눈초리를 견디며 친구들과 섞여 서서히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같이 먹이를 찾고, 함께 잠을 자면서 언 몸을 녹이고, 깃털을 다듬으며 서로를 지켜주었다.  

제법 튼튼해진 날개로 줄맞춰 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서서히 봄이 찾아왔다. 드디어 두루미들이 머나 먼 고향 시베리아로 돌아갈 시간이 온 것이다.   


  많은 흑두루미들이 브이(V)자를 그리며 순천만을 떠났어도 두리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들판에 남아 기웃거렸다. 그렇게 며칠을 망설인 끝에 두리는 마침내 날개를 쫙 펴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 올랐다. 잘 가거라, 두리야~.  

시베리아로 돌아간 두리가 적응해서 새끼도 낳고 제 수명대로 살아가고 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흑두루미는 세계적으로 2천 마리 정도밖에 없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새다. 순천만은 갯벌과 주변에 논이 있어 먹이가 풍부해서 찾아오는 흑두루미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겨울 순천만에 가서 본 인파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다 보면 두루미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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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천만 갈대 구경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2-24 09:14 
    일요일에 여수에서 직원 결혼식이 있었어요. 완도에서 여수까지 세 시간. 정말 가기 싫었어요. 지난 주에 친정 갔다 온 여독도 다 안 풀렸는데... 혼자 가기 싫은 남편이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와 있다고 아이들을 꼬시는 통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네요. 작년 봄에 가본 초록색 갈대가 있는 순천만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군요. 그리고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주차장엔 관광 버스가 수십 대였고, 그 넓은 갈대밭에
 
 
전호인 2009-02-2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어린세대에게도 고향의 정겨움을 만들어 주고 싶은 데 여건이 조성되지가 않아 안타깝습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우리세대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친구에 대한 우정, 고향에 대한 정겨운 그리움은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지 않을까 합니다. 두리가 무사히 고향의 냄새를 맡을 수 있기를.....

소나무집 2009-02-27 13:48   좋아요 0 | URL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기 두리의 이야기에 마음이 짠해 지더라구요.
참 좋은 책인데 사람들에게 별로 안 알려진 게 같아 안타까워요.

bookJourney 2009-02-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 문단에 공감 300%에요.

소나무집 2009-02-27 13:50   좋아요 0 | URL
환경을 생각하면 지자체에서 관광 상품으로 너무 홍보하는 것도 위험하다 싶어요. 제가 갔을 때 아주 추운 날이었는데도 주차장엔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있었고, 갈대밭이 인산인해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