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를 읽고 2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과천 살 때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이곳 아이들은 책제목을 보고 '경복궁'이 뭐냐고 물어서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작은 글씨에 정보를 주는 글들이 많았지만 모두 돌아가면서 읽도록 했다.   

 

책을 읽고 나서 독후 활동으로 왕이 되어 하루를 보낸 후 일기를 써 보라고 했다. 2학년 수업할 때마다 동생들 옆에 앉아서 더 신나하는 우리 딸이 쓴 일기다. 책에 나온 용어들을 적절하게 섞어 써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2009년 1월 8일 

아침에 일어나 익선관포를 입었다. 그리고 자릿조반으로 죽을 먹고 대비가 계신 자경전으로 보여를 타고 갔다.  

대비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사정전으로 가서 공부를 했다. 오늘의 주제는 사서오경의 한 구절을 풀이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내 부족함이 드러날 때마다 고쳐주는 김정승이 오늘따라 고마웠다.  

경연 후 강년전으로 가서 수라를 먹었다. 식사 도중 내관이 급히 달려와서 중국 사신 사오쩡찡이 온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사오쩡찡은 학자여서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나인을 시켜 생과방에서 차와 과줄과 떡을 만들어 오도록 했다. 차를 마시며 많은 학식을 교류했다. 사오쩡찡은 학자여서 그런지 아는 게 많아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사오쩡찡과 강녕전으로 낮것을 먹으러 갔다. 국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국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순식간에 해치우고 사오쩡찡과 무술 시합을 구경하러 갔다. 아주 날쌘 군사가 많았다. 홍장군이 군사 훈련을 아주 잘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후 세자의 혼례식을 보기 위해 근정전으로 갔다. 세자는 김소정이라는 아이와 혼례를 올렸다. 착한 아이처럼 보였다. 세자가 그 아이와 잘 지냈으면 좋겠다.  

면복을 벗고 경연을 하고 나니 벌써 수라를 먹을 시간이 되어 있었다. 이번 수라는 완도에서 올려 보낸 전복과 제주에서 바친 옥돔이 올라왔다. 수라를 다 먹고 나니 후식으로 나주산 배가 나왔다. 추운데 배를 재배하느라 고생했을 백성을 생각하니 배조각이 목에 걸리는 듯했다. 

배도 부르고 하여  아이들과 놀이를 하기 위해 후원으로 갔다. 왕자와 공주들에게 그림을 그려 잘 그린 아이를 뽑기로 했다. 역시 그림에 재능이 있는 소림대군이 장원이었다. 

하루 일을 다 마친 후 자경전에 들러 대비께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들려 드리고 교태전으로 갔다.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내일은 오늘 못한 공부를 좀더 해야겠다. 그리고 과거 합격자도 뽑아야 하니 일찍 자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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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9-01-13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참 재치있게 글을 잘 쓰네요. 일기만으로 책 한 권을 다 읽은 기분이 들어요.^^

소나무집 2009-01-14 15:24   좋아요 0 | URL
얘가 글을 쓸 때는 좀 재치가 있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09-01-1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왕의 하루가 피곤한 하루였군요.^^
좋은 활동이예요~ 나도 한번 써 먹어야지~~ㅎㅎㅎ

소나무집 2009-01-14 15:26   좋아요 0 | URL
저보고 저 많은 일을 하루에 다 하면서 살라고 하면 왕 안 한다고 하겠어요.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게 수업했어요. 각자 쓴 글을 왕처럼 위엄을 갖추고 읽어보라고 하면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져요.

꿈꾸는섬 2009-01-1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후활동하기에 좋은 책이군요. 왕이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알려주니 재미도 있겠어요.

소나무집 2009-01-14 15:26   좋아요 0 | URL
2학년 수업하기엔 약간 어렵다 싶기도 한데 천천히 읽어주면서 설명하면서 하니까 뭐 할 만했어요.